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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도 나의 문화생활은 꽉꽉 채워져 있었다. 오래도록 정리를 못하다가 이제사 짧게나마 남겨 본다.


24.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조 루소, 안소니 루소, 2014)


설국열차의 크리스 에반스가 이 작품의 캡틴이라는 것이 잘 연결이 안 된다. 내 생각엔 설국열차에서 수염 덥수룩하게 나온 게 더 멋졌다. 이 영화에서 가장 웃겼던 건 사무엘L잭슨의 차가 에어컨 완전 멀쩡하다고 말했던 순간. 스칼렛 요한슨은 원래 운동 좀 했던 배우일까? 액션 정말 쩌는 배우!










★☆


25. 론 서바이버(피터 버그, 2013)


일정이 오전에 끝나고 점심시간부터 부서 회식이 잡혀 있던 날이었다. 홈더하기에서 밥을 먹고, 2차로 그 무렵 공짜로 볼 수 있었던 영화를 보고 3차로 저녁 겸 술 4차로 노래방, 그리고 5차는 개진상!으로 마무리 했던 하루였다. 왕따 문제를 다룬 '우아한 거짓말'을 교원증 제시하면 무료로 볼 수 있었는데 나는 개봉 당일에 이미 보았으므로 홀로 다른 영화를 보았다. 그게 '론 서바이버' 


실화를 바탕으로 옮긴 이야기인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자체가 불편했으므로 영화의 극적 영웅담에도 크게 호감을 줄 수가 없었다. 나 혼자 다른 영화 보니까 보고 나서 이야기 해달라고 부장님이 말씀하셔서 열심히 어떻게 옮길까를 고민하며 봤는데, 다시 묻지 않으심. 그냥 해본 말이었구나.ㅡ.ㅡ;;;;


이날 난생 처음 클럽을 갔는데 우리 일행은 쫓겨났다. 하긴, 50대 부장님까지 대동하고 이건 좀....;;;;;

하여간 이날의 두고두고 회자 될 개진상 스토리는 마음 속에 고이 접어두자. 다시 펴자니 또 짜증이 확...!!


덧) 에릭 바나 분량 너무 적어!!!!











★☆


26.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존 웰스, 2013)


난 원래 이날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을 예매했다.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서울에 달랑 한 곳이었는데, 도착해 보니 전산 장애로 시간표가 오류났다며, 내가 보려던 영화는 이미 시작했다는 것이다. 헐, 나 꽃단장하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는데...ㅜ.ㅜ 결국 초대권 두장 받아들고 돌아오는 길, 이대로 귀가하긴 억울해서 중간에 내려서 보게 된 게 이 영화였다. 기다리다가 사먹은 호떡 국물이 흘러서 머리카락에 묻었던 이야기는 슬프니까 이쯤에서 그만 두자. 나의 삽질은 꼭 나의 실수에서 시작되진 않지만, 결국 나의 실수로 마무리 된다는 아주아주 서글픈 이야기...;;;;


영화는 아주 좋았다. 다들 한 연기하는 베테랑들을 모아놓았고, 흡사 '고령화 가족'을 연상시키는 콩가루 집안 이야기는 배경을 우리나라로 옮겨도 이해가 될만큼 낯익었다. 줄리아 로버츠는 나이가 들어도 역시 '갑'의 미모로구나. 매릴 스트립이 연기한 못된 엄마의 모습에서 누군가가 떠올라서 좀, 슬펐다. 때로, 감춰두거나 덮어두어야 할 진실도 있다. 드러냈을 때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누구도 평안할 수 없는 '사실'이 진실이란 이름으로 우리를 괴롭힐 때도 많이 있으니까. 












27. 방황하는 칼날(이정호, 2013)


원작을 보고 싶었지만 개봉할 때까지 소설을 읽을 짬이 나질 않았다. 원작을 읽으면 분명 영화가 더 별로로 여겨질 테니 그냥 영화보자~하고 본 영화다. 


이런 이야기들은 늘 많이 괴롭다. '케빈에 대하여'에서도 케빈이 미성년자인 자신의 나이를 악용해서 범죄를 저질렀던 것처럼 이 작품의 청소년들도 그 나이대의 사람이 해낼 거라곤 상상하기도 힘든 범죄를 '안전하게' 저지른다. 심지어 자신을 습격한 아저씨한테 자기가 훔친 게 아니라고 외친다. 그러니까 자신들이 저지른 극악한 성범죄와 살인에 대해서 무감각한 것이다. 고작 물건 훔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여기고 있다니...


게다가 희생자가 가해자로 변해 버리자 이 몹쓸 아새끼들의 어미 아비가 와서 '귀한 내새끼' 운운하며 희생자 코스프레를 할 때는 복장이 터지겠는거다. 그런데 이 무렵에 이런 장면을 이 영화에서만 본 것이 아니다. 잠시 후 언급할 '한공주'는 어떻단 말인가.ㅜ.ㅜ


연기들도 좋았고 메시지도 있지만, 그래도 영화는 구성적으로 다소 아쉽다. 클라이막스를 좀 놓친 기분.

그런데 이 작품 결말은 원작과 같은 걸까? 그냥 내 짐작에 원작의 주인공은 이 작품의 정재영과는 다른 선택을 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한국적인 결말로 좀 바꾼 게 아닐까 하는 짐작.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둘 다 보신 분 계시면 좀 알려주삼~










★☆


28.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웨스앤더슨, 2014)


3월에 보러 갔다가 피곤에 쩔어 졸았던 게 무척 아쉬웠던 영화다. 앞서 극장 측 실수로 받은 초대권으로 한 번 더 보러 갔다.

뜻밖에도 내가 졸면서 놓친 분량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에 놀라고 돌아옴. 다시 봐도 이 영화는 명작!











29. 그랜드 피아노(유지니오 미라, 2013)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소개하는 걸 보고, 음악 스릴러 영화인가? 하는 기대로 보았다. 글쎄, 이건 좀... 느닷없는 결말로 관객 모두가 너무 당황한 채 일어나서 뭐라고 말하기도 아주 뻘쭘한 영화.

다만 일라이저 우드가 신들린 피아노 연주를 보여주었는데 그게 직접 연주한 거라고 해서 또 화들짝!

일라이저 우드의 부인이 뮤지컬 배우로 나오는데, 극중 관객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준비되지 않은 노래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그 노래가 아주 좋았다. 극의 흐름상 끝까지 못 들은 게 아쉬울 정도.


치명적인 연주 실수로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은퇴를 선언한 천재 피아니스트 ‘톰’. 그는 5년 후 스승이 죽자 스승의 그랜드 피아노를 마지막으로 연주하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오랜만의 연주로 두려움에 떨면서 무대에 오르는 ‘톰’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 청중을 압도한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을 펼치던 그는 악보에 쓰여진 수상한 협박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고, 정체불명의 범인으로부터 세상에서 단 한 명밖에 연주할 수 없다는 ‘라 신케트’를 완주하도록 협박 받는다. ‘톰’은 연주를 끝내지 못하면 아내와 자신의 목숨까지 앗아가겠다는 범인에 맞서 죽음의 연주를 시작하게 되는데… 











30. 한공주(이수진, 2013)


감독의 이름과 소재에서 여성 감독이 아닐까 여겼는데 남자 감독이었다. 굉장히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임에도 배려가 보이는 촬영이 이뤄졌다는 기분이었다. 반면, 등장 인물들이 무심코 내뱉는, 혹은 반응하는 말들이 희생자를, 피해자를 더 구석으로 내몬다는 것을 아주 세심하게 보여주었다. 역시 실화(밀양 중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를 다루고 있다는 것에 더 기막힌 한숨을 뱉게 했다. '써니'에서 본드 흡입하던 소녀로 나오던 천우희, 우아한 거짓말에서 고아성 친구로 나오던 그 천우희가 제대로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엔딩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이렇게 아프고 슬픈 영화에서도 이렇게 예쁜 희망을 준다는 것이 고마웠다. 











31.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마크 웹, 2014)


어메이징이 붙은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어메이징 없는 스파이더맨 시리즈들보다 재미가 없었고, 이번 이야기는 1편보다 재미가 없었으니, 내가 본 스파이더맨 5개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미가 없었달까. 여주인공은 하차시키려니 구실이 필요해서 죽인 것 같았다. 마블 코믹스를 좋아하니 다시 시리즈가 나오면 또 보기는 하겠지만 기대는 안 할 듯.









★☆



32. 표적(창감독(윤홍승), 2014)


출발 비디오 여행이 문제다. 거기서 보여준 소개만으로는 굉장히 재밌어 보였는데, 나 때문에 안 보려다가 보고 온 언니에게 꽤 미안해졌다는 후문이다. 


류승룡을 좋아하지만, 액션 연기는 좀... 너무 둔탁해 보여서 흥이 나질 않았다. 일단 짧고, 게다가 느리고...;;;;(쏘리!)

복근 만드는데 200일 걸렸는데, 사라지는 데는 2주면 충분했다는 후문. ㅎㅎㅎ

초반 총상은 둔한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ㅎㅎ


김성령이나 유준상 등 다들 연기는 좋았는데, 일단 영화 자체가 별로다. 이야기가 앞에서 뒤로 설득력 있게 흘러가야 하는데, 뒤에 나오는 이유를 뒷받침 하기 위해서 앞에다가 사연을 까는 듯한 부자연스런 전개. 그래서 나름 반전으로 꾸민 이야기는 이게 뭐야!라는 반응을 내뱉게 만들었다. 배우들이 아깝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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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표가 있다고 해서 같이 보게 된 극적인 하룻밤. 19금 코드를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아슬아슬 가까스로 비켜간 솜씨가 놀라웠다. 단 두명이 이끌어 나가는데 이야기가 풍성했다. 아주 재밌게 보았다. 


3월 말에 이승환의 새 음반이 나왔고, 단독 공연이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졸고 왔던 말도 안 되는 공연.... (부언하자면 공연이 재미 없어서가 아니라 미친 듯 피곤해서...;;;;;)을 (나로서는) 만회하기 위한 공연이었다. 소극장에서 하는 작은 공연이었는데 표를 얻지 못해서 몇 날 며칠을 새로고침만 했다는 후문... 

아무튼 무사히 다녀왔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매번 울 오빠님이 열어주는 듯!









내친김에 공중파 방송도 다녀왔다. 콘서트7080. 방송은 세월호 침몰 하루 전에 녹화를 했는데, 이후 모든 예능 방송이 취소되어서 실제로 시청하기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이때만 해도 하루 뒤에 그런 참사가 일어날 거라고 어찌 예상했을까.ㅜ.ㅜ









히스토리 보이즈는 아주 현학적인, 인텔리를 강조하는 지성미 넘치는 연극이었다. 게다가 길기까지 했는데 공부하는 마음으로 집중하고 관람! 나중에 팟캐스트 방송에서 출연자들 인터뷰를 보니 피아노를 아주 기막히게 잘 쳤던 그 배우는 사실 피아노 못 치는 사람이었다고! 오 놀라워라! 




영국 역사가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를 가지고 이렇게 인문학적 지성미가 뚝뚝 떨어지는 작품이 하나 나오면 좋겠다. 역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관람할 텐데...^^


작년에 보고 와서 흠뻑 빠졌던 '이원국의 월요 발레'를 한 번 더 보고 왔다. 작년만큼 폭풍 감동은 아니더라도 이번에도 역시 아주아주 좋았다. 인간의 몸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예술은 얼마나 사랑스럽고 위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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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31 15: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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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1 0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