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는 날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18
상드린 뒤마 로이 글, 브뤼노 로베르 그림, 이주영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자, 코끼리, 기린, 악어가 초원의 왕이 되려고 나섰다. 사자는 대대로 초원의 왕이었으니 이번에도 자기가 왕이 될 거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투표라는 생소한 제도가 낯설었지만, 그래도 초원의 왕될 자는 자신 뿐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코끼리도 기린도 마찬가지의 생각을 했다. 나 정도라면 초원의 왕이 될 만하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투표 결과 초원의 왕으로 뽑힌 것은 악어였다. 세상에, 악어라니!


악어는 자신이 이제부터 초식동물로 거듭나겠노라며 호언장담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지킬 수도 없고 지킬 마음도 없는 공약을 내건 것이다. 악어는 악어의 눈물이라도 흘리듯이 착한 시늉을 했다. 초원의 유권자들은 홀랑 넘어가버렸다. 실제의 악어를 떠올리면 상상이 안 되지만, 그림책 속의 악어는 충분히 귀엽고 재치 있어 보였다. 하지만 선거거 끝나자 악어는 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악어는 말도 안 되는 악법을 만들었고 초원의 동물들을 탄압했다. 스스로 뽑은 대표에 의해서 학대를 받게 되는 초원의 친구들. 아, 이거 대한민국의 현실을 지나치게 잘 반영한 것이 아닌가. 이 작품이 우리나라 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식의 눈먼 공약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은 대한민국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속이 쓰리구나.


결국 초원의 친구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그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고민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터전을 옛날의 아름다운 곳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들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안산의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을 더 많이 지지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3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그중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안산 단원고가 경기도에 있는데도, 그들의 선택은 이렇다는 것이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물론, 그런 스타일의 투표를 하시는 분들은 대한민국에 널리고 널렸지만.


어린이 친구들에게도 투표의 중요성과, 거짓 약속을 알아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좋은 보기가 될 것 같다. 앙증맞은 그림도 아이들에게는 이야기를 가깝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모르던 책인데 조카 덕분에 읽게 되었다. 의미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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