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300 : 제국의 부활(노암 머로, 2014)
영화 300을 재밌게 보았었다. 너무 잔인했던 게 좀 걸렸지만, 그전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액션이었다. 그러나 그후 잭 스나이더의 작품은 그닥 흥미가 없어졌지만, 여하튼 2007년도의 300은 무척 강렬했었다. 그때의 여흥을 이어서 보게 된 300 : 제국의 부활. 특이하게도 앞의 이야기에 이어진 이야기도 아니고 앞의 이야기가 이번 이야기의 중간에 끼어들어간다. 그러니까 시간 순서로 보자면 말이다. 1편 만큼의 강렬한 재미는 없었지만, 에바 그린의 압도적인 미모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것! 아니, 수술을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어쩜 그렇게 가슴이 쳐지지도 않고 예쁠 수가 있지? 중력을 거부한 듯한 예쁜 가슴 라인에 홀딱 반했다는 후문!
★★★☆
18. 노예 12년(스티브 맥퀸, 2013)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노예 12년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노예제로 인한 억울한 죽음과 희생은 어마어마할 테고, 이 영화에서 기록한 것은 아주 짧은 단면에 부과할 것이다. 실제 모델인 솔로몬 노섭은 극적으로 노예생활에서 벗어난 뒤 전국을 돌며 이 참상을 고발하는 강연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 해 뒤 실종되었다고. 글쎄... 그게 실종일까, 아님 살해된 채 시신을 못 찾은 것일까?
이 영화를 제작한 게 브래드 피트이고, 그 브래트 피트가 솔로몬 노섭이 자유민으로 돌아가는 데에 극적인 역할을 하는 구세주 배역이라는 것은 영화를 보고나서야 알았다. 오, 제일 좋은 역을 맡았는 걸! 아카데미에선 작품상 수상자는 제작자가 받는다고... 정말 좋은 건 다 본인이 했구나.ㅎㅎㅎ
감독인 스티브 맥퀸에게 처음 작품을 맡기려고 했을 때 그는 '셰임'을 찍고 있었다. 브래드 피트는 흑인 감독인 그가 꼭 이 작품을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셰임 촬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고......
주인공보다 조연이 더 눈에 들어왔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베네딕트 컴버비치가 각각 솔로몬 노섭의 새주인이 되었는데,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고 연민도 갖고 있지만 그 이상은 해낼 수 없었던 베네딕트와 짐승의 심성을 갖고 있는 마이클이 아주 대조적으로 보였다. 작품을 본 직후에는 할 말이 더 많았었지만, 워낙 오래 지나서 이제는 다 까먹어 버렸음.ㅡ.ㅡ;;;
★★★★☆
19. 인사이드 르윈(에단 코엔, 조엘 코엔, 2013)
인사이드 르윈을 무척 보고 싶어했는데 제목을 착각하고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를 보러 갔다가 내리 졸고 왔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ㅎㅎㅎ
아, 이 영화 좋았다. 음악영화가 신기한 것이, 아니 이 배우들은 어떻게 노래까지 잘 하지? 악기도 연주하고?
뭘해도 도통 풀리지 않고 꼬여만 가는 르윈의 길고 험한 하루하루들이 무척 공감이 갔다. 그가 친구들에게, 특히 여친에게 몹쓸 인사로 낙인 찍힌 것도 공감이 갔고, 교수님 댁에서 노래 시킨 것에 대해 불쾌해 하는 프로로서의 자존심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중간중간 고양이 때문에 소박하게 웃어가는 지점들도 좋았다.
쏘우 시니컬한 연기를 보인 여주인공이 캐리 멀리건이란 걸 자막 보고 알았다. 오우 이런! 이 배우는 머리카락 색깔에 따라 분위기가 확 바뀌는 걸! '셰임'에서도 노래를 잘했는데, 역시나 노래 실력이 빼어나다. 아, 다들 다재다능하셔!!
처음과 끝이 맞물리는 순환 구조가 독특했고, 지나치게 대칭을 강조한 건물의 구조도 편집의 구성처럼 데칼코마니스러웠다. 뭔가 편집증적인 강박이 느껴지는데, 그 모든 뾰족함을 부드럽게 흘려보내게 만드는 노래의 편안함이 있었다. 좋은 영화였다.

★★★★★
20. 우아한 거짓말(이한, 2014)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를 영화로 만들었던 감독이 다시 동 작가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그때의 의리로 주연은 아니지만 남자 배역을 맡을 수 있겠냐는 감독의 요청에 유아인은 기꺼이 오대오 가르마 역할을 맡았다. 여기서는 완전 이웃집 아줌마와 옆집 총각 역이었던 두 배우가 얼마 뒤 밀회에선 연인으로까지 나와서 완전 신기!
왕따 문제와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에 워낙에 슬픈 소재였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작품이었다. 원작도 읽었고 마음의 준비도 했건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눈물이 터지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개봉 첫날 보았는데 옆에 앉은 남자도 훌쩍훌쩍 울길래 휴지라도 쥐어주고 싶었지만 민망해할까 봐 그냥 참았다.
마지막에 나를 울린 그 엔딩은 원작에도 그대로 있는 장면인데 영상으로 옮겼을 때 더 극대화되는 장면이었다. 의자가 넘어지기 전에, 그 줄에 매달리기 전에 부디 식구들이 도착하기를, 그래서 안도의 한숨 쉬기를, 이미 다 끝난 것이고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임에도 얼마나 간절히 바라게 되던가.
누가 봐도 나쁜 말들, 누구라도 알아차릴 거짓말들은 드러나기 쉽기 때문에 덜 속게 되지만, 겉으로 보기에 우아한 거짓말들, 사실은 뾰족한 가시를 숨기고 있는 부드럽게 포장된 말들은 사람을 얼마나 다치게 하는가. 거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사람은 그 상처에, 그 아픔에 목숨을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당신의 말은, 안전한가요?

둘이 자매라고 해도 될 만큼 닮았다. 배두나까지 나오면 더 닮아 보일 듯!

김유정 양이 악역을 맡았는데, 역시 발군의 연기! 잘 어울렸다. 다양한 역을 맡는 게 중요하지. 하지원도 뜨기 전엔 악역 많이 맡았다는 거..ㅎㅎㅎ
★★★★
21. 노아(대런 아로노프, 2014)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감독을 맡았고,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을 하니, 성경의 노아를 소재로 한 영화인데도 관심이 많이 갔다. 기대했던 CG는 생각보다 그냥 그랬다. 오히려 그런 볼거리보다 노아의 선택과 갈등에서 비롯된 철학적인 물음이 더 흥미로웠다.
므두셀라가 노아가 살아있던 시절까지 생존했다는 걸 몰랐다. 969세까지 살았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의 아들과 손자 나이와 노아가 방주를 만들던 시간을 계산해 보니 방주 만들던 그 해에 죽은 게 맞았다. 오, 신기한 걸!

★★★★☆
22.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웨스앤더슨, 2014)
작년에 문라이즈킹덤을 무척 인상 깊게 보았다. 이 영화에 대한 호평도 계속 들려오던 찰나여서 무척 기대를 갖고 극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날 무척 피곤했던 나는 꾸벅꾸벅 졸았다는 것...;;;;; 결국 이 영화는 며칠 뒤에 한번 더 보고 왔다. 재밌는 건, 다시 보고 나니 내가 놓친 장면이 별로 없다는 거였다. 다만 비몽사몽이어서 혼란스러워 했다는 것!
이 작품은 정말 엄청 독특한 영화다. 출연 배우들만 모아도 올스타전을 기꺼이 치를 정도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또 얼마나 재미지던가. 액자에 액자에 액자로 파고드는 구성과, 그걸 다시 깨고 밖으로 나오고 나오고 나와서 처음 시작 부분에서 끝을 맺는 것에서도 감독의 치밀한 구성과 편집증적 광기가 보이는 듯했다.
문라이즈 킹덤 때도 그랬는데, 출연 배우들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연기할 것을 혹시 지시했던 것일까? 구스다브와 마담D는 표정이 있었지만 그밖의 캐릭터들은 모두 무표정한 얼굴들이었다. 표정을 지우고도 연기를 해내는 게 무척 신기신기! 문라이즈 킹덤에서도 조숙한 두 배우자 역할을 한 꼬마 신랑과 신부는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아, 독특해 독특해!!
무척 진지한 인상의 랄프 파인즈가 이렇게 웃기는 배역도 잘 소화해내는구나 싶어서 다시 한번 즐거웠다. 틸다 스윈튼은 출연 분량이 너무 짧아서 깜놀!

포스터에 이름 올라간 면면만 보고도 후들후들!

분홍 상자에 파란 리본이 호텔 컬러하고도 통한다. 서로 무표정하지만 뜨겁게 사랑하는 연인 사이~
이 영화는 비록 나의 졸음 때문에 두번을 보았지만, 맨정신으로 두 번 보아도 충분히 재밌었을 그런 영화였다. 웨스 앤더슨의 차기작을 미리 예약해 둔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독보적인 감독이다.
★★★★★
23. 만신(박찬경, 2013)
우리 동네 지역 도서관이 오개월 여의 리모델링을 끝내고 재개장했다. 기왕이면 재오픈한 그 달에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그 첫 영화가 만신 되겠다. 여전히 독립영화 전용관을 유지해 주어서 눈물나게 고맙다. 페인트 냄새 따위 모두 용서해 주겠어!!

만신 김금화의 인생을 세 배우가 나이대를 달리해서 연기했고, 그 사이사이 김금화 씨 본인의 인터뷰와 예전 자료 화면들이 섞여 있었다. 배우들이 모두 제 역할을 잘 해낸 것 같았는데, 미안하게도... 류현경 씨 출연 분량에서 졸았다. 미안! 이날도 피곤했어...;;;;;;
굿을 하고 있는 문소리 씨 앞에 목사였나 전도사였나... 심방 와서 예배 드려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하자 황당해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이토록 황당하고 무례한 요구거 거부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아니 감히! 이런 표정을 짓는 것이다. 이런 스탠스가 한국 개신교의 자세이지 싶다. 뭐, 멀리 갈 것도 없다. 일상에서 자주 맞닥뜨린다.ㅡ.ㅡ;;;;
★★★★
이승환 11집 발매 기념 쇼페이스 + 이승환옹 특별 회고전
3월엔 나의 싸아랑, 나의 영웅 이승환 옹이 귀환하셨다. 앨범은 3월 26일에 나왔고, 쇼케이스는 금요일인 28일에 예정되어 있었다. 사실 29일에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예매가 되어 있어서 이승환 공연을 28일에 보아야 했다. 처음 뮤지컬을 일요일 거로 보고 싶었는데, 지인이 멀리서 와서 토요일로 옮겼고, 그 바람에 이승환 쇼케이스를 금요일로 고른 것이다. 그리고 이건 큰 실수였다. 정말, 죽도록 졸다가 왔다. 내가, 무려 이승환 공연에서, 그것도 천일동안 듣다가 고개가 뒤로 꺾였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
공연이 지루했냐고? 그럴 리가! 만의 하나 나의 애정이 식는다 하더라도 그의 공연이 지루해질 염려는 없다. 문제는 내가 너무 피곤했다는 것이다. 3월이다. 원래 학교는 3월이 일년 중 가장 바쁘다. 게다가 생활교육부라 교문지도 때문에 새벽같이 출근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니 평일 공연은 도저히 무리였지만, 이날 외에는 시간이 없어서 무리해서 갔고, 그 바람에 엄청 졸았다는 기막힌 이야기. 아아, 정말 슬펐다. 내가 내님 공연에서 졸고 오다니.. 영화처럼 다시 볼 수도 없건만...ㅜ.ㅜ

새 앨범은 아주 좋았다. 정국이 하도 어수선하고, 선거도 불안하고, 언론은 믿을 수가 없어서 내 귀에는 늘 팟캐스트 대안언론만 울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만큼 많이 앨범을 듣지 못했고, 그래서 여직 가사도 다 못 외웠지만, 그래도 내님 목소리는 지친 귀에 휴식이고, 사막같이 메말라진 마음에 오아시스였다. 반가워요, 공장장님!
승환옹의 공연의 피곤함을 다 씻지 못한 채 보게 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전날의 곤함 때문에 또 졸까 봐 무척 염려했지만, 몰입도가 아주 좋았고, 만족도도 무척 컸다. 일찌감치 올해의 뮤지컬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아직 막이 오르지 못한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다시 한번 기대를 해보는데, 기대에 못 미친다면 올해는 그냥 프랑켄슈타인이 갑인 걸로!
http://blog.aladin.co.kr/manoa/6958867

의도하고 찍은 것은 아닌데 주인공 세 명의 얼굴이 모두 기둥에 있다. 가운데가 박은태였으면 더 좋았을 것을...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