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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가미 10 - 환상의 나라, 완결
마세 모토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전체주의 국가라든가, 국가의 폭력적 국민 통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곧잘 해주던 게 이키가미였다. 오랜만에 얘기하자니 기억이 가물가물한 부분이 있어서 찾아보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았다. 이 작품이 이미 완결이 났다는 것이다! 세상에, 그걸 내가 왜 몰랐지? 페이퍼를 뒤져보다가 알아차렸다. 10권이 나왔을 무렵 그걸 이미 읽은 9권으로 착각했고, 그래서 구입했다고 여긴 것이다. 그후 나올 때가 됐는데 왜 소식이 없나... 하고 궁금해 했던 것이다. 하핫, 이미 일년 반 전에 완결이 난 것을...;;;;;
마지막 이키가미가 배달되었다. '국가번영 유지법'이라는 이름으로 1,000명당 1명 꼴로 국민을 죽여온 무서운 정부! 내가 왜 죽어야 하는지 납득도 하지 못한 채 하루도 채 남지 않은 수명을 부여안고 작별 인사도 제대로 남기지 못한 채 많은 사람들이 죽어 왔다. 그리고 그 정부는 그렇게 잘난 척을 하고서도 연방의 공격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제 국가는 국민들더러 '자발적으로' 군에 자원해 달라고 요청을 가장한 명령을 하고 있다. 국가의 이 뻔뻔한 폭력성은 언제까지 진행될 것인가!
한 엄마가 있다. 아이는 선천적으로 아프게 태어났다. 많이 사랑해 주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해주고 싶었지만 공무원인 엄마는 바빴다. 아이의 생일 날도 야근으로 퇴근이 늦어졌다. 꼬장 부리는 상사의 억지 명령 때문이었다. 그날 딸은 세상을 등졌다.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해주지 못했다. 당연히 작별 인사도 없다. 엄마의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래오래 남아 두고두고 괴롭힌다. 그래서 지금 작별 인사도 없이 하루 밖에 남지 않은 시간을 다른 곳에 사용하려는 사람에게 제발 엄마에게 인사하고 가라고 붙잡고 있다.
여자의 말은 옳다. 그녀가 이미 충분히 후회해 본 사람이기 때문에 말리고 싶은 진정성이 보인다. 그런데 남자의 말도 옳다. 여자의 자책감과 죄책감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편해지기 위한, 나를 위한 참회와 사과가 아니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극단적인 사건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전쟁이라는 일촉즉발의 상황, 그리고 국가번영법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의 움직임. 그러나 이토록 무서운 사회에서 사람들이 모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홍구 교수님 강연에서 들었는데, 유신 시절에 집회에 500명 모이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오늘날 작정하면 10만 명 이상 모이는 시절과 비교할 수 없는 숫자다. 그럴 수밖에! 그 시절의 폭력과 오늘날의 물리적 폭력을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 차원이 다르니까.
이 나라의 국민들은 국번법으로 한번 유린 당하고, 전쟁 지원자 모집에서 또 한 번 이용되었다. 군말 없이, 혹은 감지덕지하며 누군가의 군사공급처로 만족하며 살아간다. 혹은 내가 떨어지지 않은 구멍에 감사하며 지내게 된다. 그렇게 철저하게 이용되고 가차없이 버려진다. 그 시스템을, 그 커넥션을 이해하고 깨부수려고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건 그야말로 죽은 인생이다.
작품의 마무리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흡사 '침묵의 함대'를 보았을 때 느꼈던 충격이다. 그러니까 가장 군국주의 전통을 갖고 있고, 지금도 호시탐탐 그런 시절로 돌아갈 꼼수를 부리는 나라에서 가장 '평화'를 얘기하고 공존을 꿈꾸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말이다. 오히려 그들이기에 더 설득력도 있었지는 이 아이러니함!
영화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완결 나기 전에 나온 영화 같아서 그 마무리는 어떨지 궁금하다. 찾아서 확인해 봐야겠다.
좋은 작품이다. 작품의 재미도 재미거니와 주고자 하는 메시지의 묵직함이 소름 끼칠 정도다. 우리가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지 다시 돌아보게 한다. 우리의 정부는 국민에게 사망 예고장을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역시 두눈 부릅뜨고 확인할 일이다. 우린 안전한 세상을 살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