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추운 것 같지 않아?”
매년 겨울마다 하는 소리지만 2013년 겨울에는 참말로 그렇다고 느껴진다. 가을이 그 정취를 느낄 새도 없이 훌쩍 떠나버리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11월 초순부터 내린 함박눈을 보며 올 겨울 추위를 걱정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날이 갈수록 쌀쌀한 날씨를 견디기 위해 난방기구의 인기도 높아졌다.
특히 ‘전자매트보다 전기세가 싸고 전자파 걱정이 없다’고 알려진 온수매트는 그야말로 불티난 듯 팔려나갔다. 그런데 최근 온수매트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믿었던 온수매트에게 배신당했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우선 온수매트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온수매트는 따뜻한 물을 매트 안쪽에 연결된 호스로 보내 온돌 효과를 얻는 장치다. 전기보일러와 매트가 조합돼 있으며, 보일러에서 물을 끓인 후 매트와 연결된 호스를 따라 온수가 순환되며 열기가 매트 표면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가정용 보일러가 난방을 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인 온수매트는 히터와 순환펌프, 물통이 들어있는 보일러와 매트가 분리된 구조인데 히터와 순환펌프가 매트에 내장된 제품도 있다.
이와 달리 기존에 많이 썼던 전기장판이나 전기매트는 열선을 이용한다. 전기 저항이 큰 전선으로 전류를 흘려보내면 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장판이나 매트에 적용한 것이다. 온수매트 속 호스 대신 열선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 방식은 장판이나 매트 속에 전류를 흘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자파가 나오게 돼 있다. 반면 온수매트는 더운 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자파 노출에 대한 위험이 적다.
문제는 일부 업체에서 전자파에 대한 부분을 과장해서 알린 데 있다. ‘전자파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문구를 쓰는 바람에 사람들이 그렇게 믿어버린 것이다. 실제로 일부 온수매트가 ‘EMF인증(전자기장환경인증)’을 받기는 했지만, 이는 전기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을 시험해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제품이라는 뜻이다. 이 인증은 전기장 10V/m이하, 자기장 2mG(밀리가우스, 전자파 방출량 단위)이하라는 기준을 통과했다는 뜻이지 ‘전자파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2013년 11월 20일 방송했던 MBC ‘불만제로UP’을 보면 이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작진이 단국대 전자파연구실과 함께 시중에 유통 중인 각종 온수매트에 대한 전자파 측정 실험을 한 것이다. 그 결과 측정에 사용한 모든 온수매트에서 전자파가 발생했고, 일부는 전자파 인체보호수치(833mG)의 5배에 가까운 수치가 나오기도 했다. 광고 등에서 알려진 ‘無전자파’는 확실히 거짓이었다.
그런데 물을 사용하는 온수매트 어디에서 전자파가 나온다는 것일까. 전자파 측정 실험결과에 따르면 전자파가 발생하는 위치는 매트와 연결된 보일러 부분으로 밝혀졌다. 온수매트는 보일러 부분에서 물을 가열하기 위해 전기를 쓰고, 물을 공급해주기 위한 모터 펌프가 들어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전자파가 나오고 있었다. 매트와 보일러 사이의 간격이 가까울수록 전자파가 많이 발생됐다.
만약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아기나 노약자가 매트 보일러 가까이에 오래 있다면 전자파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전자파에 오래 노출되면 호르몬 분비체계나 면역세포가 영향을 받아 두통이나 수면장애, 기억력 상실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온수매트에서 나오는 전자파 영향을 덜 받으려면 보일러와 매트를 가급적 멀리 떨어뜨려놓고 사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밖에도 온수매트를 사용할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화재 위험성에 대한 대비다. 일부 업체는 온수매트에 전기 열선이 없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이 없다고 설명하지만 이를 확신할 수는 없다. 비록 최근 1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온수매트 화재에 관한 접수는 없었지만 온수매트도 전기용품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혹시 보일러가 작동 중에 넘어지거나 온도나 전류에 이상이 생길 경우 즉시 전원을 차단하는 게 좋다.
예측할 수 없는 사고도 조심해야 한다. 만약 온수매트와 연결된 호스가 잘못돼 뜨거운 물이 새어나오게 되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연결 부분도 종종 살펴야 한다. 오랫동안 외출할 때는 코드나 플러그를 뽑고, 두꺼운 이불이나 라텍스와 함께 사용하지 않는 것이 화재를 피하는 길이다.
열에 장시간 노출될 때 입을 수 있는 저온 화상도 조심할 점이다. 이에 대비해 수면 중에는 온수매트의 온도를 체온에 가까운 37도 이하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잠이 들면 온도 변화에 둔감해져 아무래도 저온 화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1시간 정도 매트를 데워뒀다가 남은 열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모터 순환 방식을 사용하는 온수매트는 빠르게 가열되는 대신 소음이 나는 걸 감안해야 한다. 이 단점은 자연 순환 방식을 선택하면 해결할 수 있다. 단 이 방식은 가열시간이 모터 순환 방식보다 조금 더 길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한 도구는 날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도 유지비가 적게 들면서 보다 안전한 장치들이 계속 개발될 것이다. 그러나 특정 장치 하나가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는 못한다. 기존 기술을 조금씩 보완하며 한 발씩 앞으로 나갈 뿐이다.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맹신하기보다 꼼꼼히 따져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조금 더 현명하고 안전하게 가전제품을 이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