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땀 세계여행
레지나 글.바느질 / 한겨레아이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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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내가 받은 아주 황당한 질문이 있다.
"북한이 어디에 있나요?"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의 질문이었다. 난 잠시 당황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인가, 아님 장난을 치는 것인가?
주변 아이들은 그런 바보같은 질문이 어디 있냐고 마구 구박을 했다.
내가 생각해도 몰라서 물을 수는 없다고 여긴다.
지난 일년 동안 지도를 얼마나 많이 들여다봤는데... 아니더라도 남한에 살면서 북한을 모른다는 게 납득이 되질 않는다.
하여튼! 이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도 읽기에 더 박차를 가해야겠다고, 홀로 다짐했다.
알고 보면 지도 보기도 엄청 재밌다는 걸 어린이들도, 청소년들도 모두 알아줬으면 한다.
물론! 지도보기를 좋아한다고, 즐겨한다고 해서 길치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다. 그건 아니다. 내가 안다..;;;;

이 책은 좀 특별하다. 기존에 여러 나라를 소개하는 책들은 많았으니, 정보로 차별화를 두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림으로 승부를 보았다. 그것도 무려 '바느질'로!
모두 열다섯 나라를 소개했는데, 다 사진을 찍자니 usb 전송이 안 되는 지금 내 컴퓨터 상황으로는 리뷰 쓰다가 성질 버릴 것 같아서 적당히 줄였다. 그래도 무려 10개 국이다. 하하핫! 고백하자면, 국기가 예쁜 나라들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첫 등장은 스웨덴이다. 아, 렛미인의 나라!! 복지국가의 나라!
이 추운 나라의 사람들이 이렇게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좋아한다는 게 뜻밖이기도 하고, 동시에 잘 이해가 되기도 한다. 추우니까 바깥 활동보다는 실내에서 이런 소일거리를 즐겼던 게 아닐까? 아무튼 달라헤스트 예쁘다. 방문에 걸어두고 싶다. 아니면 거울 앞이나 차 유리창에 달면 고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음성적일 것들이 이곳에서라면 양성화되어 있다는 것! 일단 그게 제일 먼저 생각났다. 풍차도 떠오르고 반 고흐와 플란더스의 개도 생각난다. 아로아 신발도~ 정식 이름은 '클롬펜'이라 부르는 나막신이라고, 나무를 통으로 깎아 만든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무척 편해 보였는데 나무 신발이 과연 편할까 싶다. 양말을 신으면 괜찮으려나.
풍차 그림도 예쁘다. 천을 덧대어서 표현했다. 이런 풍차가 새겨진 수영복이 갖고 싶었는데...
레이스와 비즈로 꾸민 국기가 곱다. 실제 사이즈는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맥주, 소시지, 자동차, 베토벤과 바흐, 베를린 장벽과 통일, 히틀러와 유대인 학살, 그리고 철저한 사과... 독일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다. 할 이야기가 많은 나라다.
독일의 국기는 독일과 함께 연상되는 '딱딱한' 느낌이 강한데, 비즈와 바느질로 꾸민 국기는 보다 따스한 느낌이다.
검정은 억압에 대한 저항, 빨강은 자유를 동경하는 정신, 노랑은 진리를 상징한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장식에 빠지지 않는 레브쿠헨, 영어로 진저브레드. 생강과 벌꿀을 넣어 반죽하고 납작한 사람 모양으로 만든다고...
아핫, 그럼 장식한 다음에 나중에 먹는 건가? 갑자기 달달한 쿠키와 커피가 마시고 싶다.

모차르트와 슈베르트의 나라 오스트리아! 클림트와 쉴레, 훈데르트바서가 태어난 나라 오스트리아!
가보지 못했지만 오스트리아는 어쩐지 미적 감각이 아주 출중한 나라일 것만 같다.
레이스와 비즈로 만든 오스트리아 국기는 두가지 색상만 사용했는데도 빼어나게 예쁘다.
최근 몇 년 동안 다녀왔던 전시회 중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감탄했던 것이 바로 '훈데르트바서'전이었다.
기념품 사러 예술의 전당에 한번 더 다녀올 만큼 좋았던 게 떠오른다.
환경과 자연을 함께 사랑하면서 예술적 성취도 놓치지 않았던 훈데르트바서는 진정한 욕심쟁이, 우후훗!

보통 직사각형이기 마련인 국기에 비해 스위스 국기는 정사각형이구나!
스위스하면 뻐꾸기 시계도 떠오르고, 맥가이버 칼도 떠오르고, 바티칸 용병도 생각난다.
그리고 알프스 산도 빠질 수 없지! 천천히 진행하는 산악열차를 타보고 싶다.
아마도 절경일 풍경을 빠르게 지나치면서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인도는 땅이 무척 넓은데도 많은 인구 때문에 생각 외로 인구 밀도가 꽤 높다. 물론, 더 좁은 땅에 다닥다닥 붙어 사는 우리나라보다는 넓직하게 살고 있지만, 아무튼 예상과 달리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다.
넓은 땅과 많은 인구! 수많은 언어와 수많은 종교가 공존하는 나라.
성장 잠재력이 아주 크지만 같은 이유로 분란의 여지도 많아 보이는 나라 인도.
그렇지만 역시 가보고 싶은 나라다.
나의 오랜 친구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왔는데, 가장 좋았던 해외 여행은 첫 여행지였던 인도를 꼽는다. 두달이라는 기간을 보냈기도 하고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많은 발품을 팔면서 가장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만큼 좋은 인연도 만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었다고...

인도 국기를 자세히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운데에 있는 수레바퀴가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 혹은 물레를 상징한다고 한다.
어느 쪽이든 인도스럽다. 비록 지금 인도에는 불교도보다는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가 더 많지만...
아, 인도 하니까 이 밤중에 카레빵이 먹고 싶다. 운동 가기 전에 떡볶이로 저녁을 때웠더니 오밤중에 뱃속에서 요동을 친다.
타지마할도 천으로 예쁘게 묘사했다. 이렇게 아기자기해 보이지만 실물은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겠지?
이 그림은 머리 맡에 붙여놓아도 예쁜 장식이 될 것 같다. 볼수록 마음에 든다.

싱가포르에는 말레이시아로 이주해 온 중국인들이 현지 여자들과 결혼해 정착하면서 이룬 페라나칸이라는 민족이 살고 있다. 중국의 종교와 말레이시아의 의복, 유럽식 집 등 여러 문화가 혼합되어 있다고...
엄격한 법 집행으로 유명한 싱가포르. 그 덕분에 아주 깨끗한 거리를 구경할 수 있다고 하는데, 너뭄 강박적으로 법을 집행하다 보면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꽤 받을 것도 같다.
중국에서 먹은 중국 음식은 아주 맛이 없었는데, 어쩐지 인천 차이나타운에 가면 우리 입맛에 맞는 중국 요리를 먹을 것만 같다.
마찬가지로 싱가포르에 가서도 현지화된 맛있는 중국 요리, 아니 싱가포르 요리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든다.
예쁜 사탕가게가 많다는 게 의외다. 이렇게 더운 나라에서! 목 안 마르려나???

캐나다를 고른 건 순전히 단추로 만든 국기 때문이다. 레이스 한 가운데에 박혀서 단풍잎을 묘사하고 있는 빨간 단추라니! 이 겨울에,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 시점에서 눈에 안 띌 수가 없다!
내 인생의 소설 다섯 안에 늘 끼게 되는 빨강 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
미안! 몽고메리 아줌마. 빨강 머리 앤보다 헌정도서인 '빨강 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가 더 감동적이었어요.ㅜ.ㅜ
아무튼! 빨강 머리앤은 영원한 고전이다. 아, 사랑스러운 앤!
요새도 가끔씩 우리가 보던 그 애니메이션 해주려나? 다시 해준다면 다시 보고 싶다.

브라질 하면 축구와 리우 카니발을 먼저 떠올리기 일쑤지만, 그래도 브라질의 최고 상징은 아마존강과 지구의 허파로 통하는 밀림이 아닐까? 물론, 이 강이 브라질만 통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큐의 한 획을 그었던 '아마존의 눈물'도 떠오른다. 올해는 어디서 하지? 광고를 보았는데 갑자기 기억이 안 난다. 3D로 찍었다는 것도 같고.... 아닌가??

아무튼! 풍부한 삼림자원을 뜻하는 초록 바탕과, 광물자원을 표현한 노란 마름모. 그리고 파란색 동그라미에 그려진 27개의 별은 브라질을 이루는 26개 자치구와 1개의 연방자치구를 의미한다고 한다. 흰색 띠에는 포르투갈어로 '질서와 진보'라고 씌어 있다.
왜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쓰는지, 남미의 다른 나라들은 스페인어를 쓰는지에 대해서 얘기해 보는 것도 좋겠다.
아, 그리고 내년 월드컵도 브라질이지? 역시 브라질이 핫하다!

내가 고른 마지막 나라는 이집트다. 아무래도 내가 다녀온 곳이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갔다.
국토의 90%가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지만, 아프리카 대륙에서 인구밀도가 꽤 높은 나라다.
모두 나일강 덕분이다. 문명의 젖줄 역할을 해준 나일강!
그 문명을 기록하게 해준 파피루스.
신비롭고 거대한 오랜 유적들.
이 나라에서는 천년 쯤 되는 돌쯤은 눈길을 끌지 않는다고...;;;;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투탕카멘 등등... 해줄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가!
이럴 때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이 '먼나라 이웃나라' 되겠다.

내가 처음으로 맞춰 본 1000피스 퍼즐은 세계지도였는데, 지도 아래 쪽에 세계의 국기가 그려져 있었다. 안 그래도 자잘한 그림을 다시 자잘한 조각으로 맞추었으니 그 조각조각들도 국기의 모양을 익히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액자 앞을 지날 때 한번씩 들여다 보곤 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국기들을 더 유심히 볼 것 같다.

한땀한땀 따라가며 해보는 세계 여행! 비록 15개 나라에 불과하지만, 각 나라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끄는 데는 충분할 듯하다.
펠트 천 위에 레이스와 비즈, 단추 등으로 장식한 그림들을 보면서 나만의 작품을 구성해보면 더 대단한 작품이 나올 지도...

이렇게 지도를 곁에 두고 꿈을 꾸다 보면, 언제고 내 발로 직접 이곳들을 돌아보며 다닐 날도 올 것이다. 같이 꿈꿔 보자.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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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2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16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3-12-13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아아~~ 호빗2를 아이맥스로 볼 수 없네요. 그대신 메가박스 3D ATMOS를 예매했어요.

마노아 2013-12-16 00:01   좋아요 0 | URL
cgv에서 4dx로 볼 생각이었는데 극장에 걸리지를 않네요. 저도 메가박스나 롯데 쪽 알아봐야겠어요.
아, 카르멘 보고 오셨나요? 저 보고 왔는데 생각 외로 많이 재미가 없네요. 흑흑...ㅜ.ㅜ

BRINY 2013-12-17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르멘 1월 관극 예정인데 류정한에게 맞는 역이 아니라고 해서 저도 걱정이에요. 라만차를 볼 걸 그랬나하구요. 다행히 BC카드 할인으로 예매하긴 했는데요...
전 위키드도 별로였네요. 산만했어요.

마노아 2013-12-18 12:46   좋아요 0 | URL
류정한에게 안 어울리기도 하지만 일단 극 자체가 좀 별로예요. 상당히 '올드'하답니다...;;;
저는 1월에 위키드 예매해 놨는데 아 어쩜 좋아요..;;;;
우리 이번 연말 연초 공연 대진이 좀 별로네요. 올해의 시작은 레베카로 아주 화려했는데 말이에요.^^;;

BRINY 2013-12-18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베카와 엘리자벳이 최고였죠...다른 거 안보고 그것만 더 볼 걸 그랬어요.
근데 류정한이 프랑켄슈타인을 한다더라구요. 이건 괜찮을 거 같아요!

마노아 2013-12-18 14:59   좋아요 0 | URL
그쵸? 그 두 편이 갑이었어요!
아, 그런데 류정한이 프랑켄슈타인을 하는군요! 오, 이거 신선하네요. 기대가 됩니다. 검색 좀 해봐야겠어요.^^

BRINY 2013-12-19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켄에 박은태와 한지상도 이름 올렸더라구요. 배역이 완전 궁금해요~
전 올해에 류정한 나오는 작품도 3편 봤지만, 한지상 나오는 것도 3편 봤네요.
지저스크라이스트 안 보러 간게 한이 될 뿐입니다.

마노아 2013-12-20 08:47   좋아요 0 | URL
류정한에 박은태, 안유진-까지 예매를 맞추려고 했는데 같이 보는 언니가 멀리 지방에서 와서 차 시간 때문에 서지영으로 바꿨어요. 서지영 싫은데...;;;
뭐 어쩔 수 없죠.^^
저는 저번에 갈라쇼에서 한지상 잠깐 봤어요.
예전에 임태경 버전 지저스를 재미 없게 봐서 또 보고 싶진 않더라구요.
저는 이번에 JK김동욱 버전의 영웅 보고 싶은데, 예전에 영웅도 그닥 재미 없게 봤던 터라 고민하고 있어요. 하하핫^^ㅎㅎㅎ

BRINY 2013-12-20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켄 예매하셨군요!
다들 오픈 첫날 출동하셨나봐요.
프랑켄 여자배우들은 끌리는 사람이 없지만, 남자배우들은 기대 가득이에요.
가이드송 찾아서 들어보니, 류정한, 박은태에게 어울리겠더라구요.
저도 꼭 그 2명에 맞춰서 예매하려구요.
2월에 라만차도 봐야겠구, 연달아 쏟아지는 공연에 바쁘네요~

마노아 2013-12-20 13:10   좋아요 0 | URL
보통 오픈 첫날에 예매하는 일이 드물었는데, 어제는 때마침 그 시간에 공강이었어요.
게다가 오픈한다고 문자도 날아오구요. 그래서 거의 충동적으로 예매!
하핫, 두 배우의 케미를 기대해 보자구요.
전 예전에 안유진 헤드윅을 재밌게 보아서 이번에 만나고 싶었는데 연이 안 닿네요.
서지영은 몬테크리스토였나? 어디서 보고 굉장히 별로였는데 제목도 기억이 안 나네요. ;;;;;
우리 겨울 방학하면 전시회 하나 같이 봐요. 뭐 있나 슬슬 찾아봐야겠어요.^^

순오기 2013-12-21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땀 한땀 장인의 정신으로 쓴 포토리뷰~ 공감 꾹! ^^

마노아 2013-12-22 23:2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이번 달에는 그림책도 거의 못 봤어요. 어휴, 얼른 시간 좀 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