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다락방의 책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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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한다. 울게 하고 웃게 한다.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더 나은 환경과 더 나은 사회를 꿈꾸게 한다. 그러나 책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그다음, 그 모든 것들을 실천해서 한 걸은 내딛게 하는 건 책이 아니라 '책을 읽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40쪽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섭고 아프기까지 했다. 캐서린을 따라 겁이 났지만, 스튜어트 덕분에 안정감을 느끼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녀가 문을 여러 차례 점검하며 숫자를 셀 때 나도 같이 세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빨리 읽어버리고 싶었다. 그녀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걸 함께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감시당하는 느낌을 받을 때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 자신의 집이 미묘하게 바뀐 걸 느낄 때, 나는 거기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곳으로부터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러려면 빨리 읽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론 결국 그녀가 어떻게 되는지, 그러니까 강박증을 이겨내는지, 출소한 전 연인과 맞서 싸우는지, 이 모든 과정들을 지켜보고 싶었다.-80쪽

가을 선거에서 시장과 맞붙게 될 호적수가 지난주에 앤젤리나 V.리코에서 앤젤리나 V.아리코로 개명했다. 알파벳 순으로 기호 1번을 배정받기 위한 실수였다. 하지만 어제 로코 D.카로차 시장이 로코 D.아아아아카로차(aaaaCarozza)로 이름을 바꿨다. (83쪽)

"시장님의 새 이름을 방송에서 어떻게 발음해야 합니까?"
"카로차입니다. 에이 네 개는 묵음입니다."-57쪽

완벽한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그러니까 나는 이종격투기 선수인 바다 하리를 닮은 벌목꾼과 사랑에 빠지는 거다. 어쩔 수 없이. 그래서 그와 나는 딸 둘 아들 둘을 낳는 거다. 숲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놀이터. 나와 바다 하리가 낳은 아이 넷은 60명 벌목꾼들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나는 주방 보조를 하면서 부주방장이 되고,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점점 더 뚱뚱해진다. 그러나 바다 하리는 뚱뚱해서 뒤뚱뒤뚱 걷는 나를 여전히 사랑해주고 여전히 튼튼하게 나무를 벤다. 아, 정말 아름답고 완벽한 이야기가 아닌가.-183쪽

슬픔에 풍덩 빠져 있어서 자신을 돌보기 힘든데도 평소와 다름없이 일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겪는 일이고, 또 어김없이 끔찍하다. 그때 일을 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주변 일들을 잠시 멈추고 내 방에 틀어박혀 내 슬픔에 집중할 수 있다면, 충분히 애도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친구를 잃고, 부모님이 아프고 또 그 외의 마음이 심하게 다치는 일들에 대해서는 회복할 수 있을 때까지 아니면 최소한 자신의 마음을 추스를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업무에서 물러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실연을 당해서 자 바닥 깊은 곳으로 한없이 침잠해갈 때, 실연 휴가를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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