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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에 이어 9월에도 '그림문답' 강연회를 두번 더 다녀왔지만 지난 달에 이야기했으니 추가 언급은 하지 않겠다.^^

 

많이 바빴던 알라딘 B님 덕분에, 또 다시 엘리자벳을 보게 되었다. 이번엔 김소현, 전동석 캐스팅이었다. 감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지난 번에 보았던 옥주현, 박효신 캐스팅이 훨씬 더 좋았다. 지난 해에 루돌프 역을 맡았던 전동석은 죽음 토드 역할을 맡으면서 주연으로 급상승했지만, 그의 연기는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서 탈 인간이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박효신의 음성 자체가 죽음 역할에 아주 잘 어울렸던 나머지 자꾸 그 잔상이 남아서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김소현 엘리자벳도 마찬가지인데, 돌이켜 보면 난 김소현이 출연한 작품에서 만족했던 적이 별로 없었다. 크게 와닿지 않는 연기 뿐아니라 노래도 흡족하지 않았던 것이, 그녀가 지나치게 '고음'에 집착한다고 여긴 것이다. 근데 고음에 올라간다고 해서 노래를 잘 부른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그게 그 곡 속에서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맥락 없이 고음만 지르는(그래서 소향의 노래가 나는 피곤하다!)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김소현이 맡았던 캐릭터 중에서 가장 괜찮았던 것은 지킬 앤 하이드의 엠마역이었다. 오페라의 유령도 그냥 그랬고, 그리스는 심각하게 미스 캐스팅이었다. 그밖에 열린음악회 같은 방송에 나왔을 때에도 듀엣으로 부르는 상대방과의 화음을 별로 신경 안 쓰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그녀의 인기와 스포트라이트는 좀 과장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확실히 연기가 더 안정적이긴 했다. 그럼 그럼, 계속 나아져야지~


세차례 보다 보니 앙상블의 군무와 연출 등이 더 눈에 들어왔다. 내내 검은옷을 입고 나오던 죽음이, 마침내 엘리자벳이 죽어 신부로 맞이하러 나올 때 하얀색 옷을 입은 것은 새신랑을 연상시켜서 '죽음'인데도 그렇게 근사할 수가 없었다. 작년부터 세차례 보는 동안 루케니 역은 계속해서 박은태 씨였는데 이번에도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이 영락없는 루케니!


김준수 버전으로 음반 사야지~ 생각하고 한참 지나버렸다. 팬도 아닌데 그냥 사긴 좀 아깝고, 적립금 모아서 사야지~ 했는데, 번번이 다른 것 사느라고 잊어버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홍광호 시디는 냉큼 질렀는데, 역시 팬심이 반영된 까닭이야~ 


올해 보았던 대작 뮤지컬로 레베카, 엘리자벳, 레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가 있는데, 앞의 두작품이 가장 좋았다. 레미제라블이 가장 좋은 자리에서 보았음에도 감동은 제일 부족했고, 노트르담 드 파리는 10월 달 편에서 이야기하겠다. ㅎㅎㅎ


세번을 보았음에도 질리지 않고, 여전히 또 보고 싶은 작품이 엘리자벳이다. 엘리자벳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모차르트와 루돌프는 많이 약했다. 모두 다스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 확인하기 귀찮음.... 암튼, 오스트리아가 역시 음악이 강하구나!










올해 추석은 연휴가 제법 긴 편이었다. 딱히 시골이나 어디를 가지 않기 때문에 음식하느라 번거롭긴 했어도 여유가 있었다. 추석 당일 영종도에 바다 보러 갔다가 1분 만에 돌아온 이야기는, 슬프니까 건너 뛰자. 추석 연휴 다음 날 다이소 찾아 삼만리 했던 이야기도 재미 없으니 건너 뛰자. 그저 삽질의 하나일 뿐!

 

추석 다다음날! 그러니까 토요일에는 명성황후와 고종의 가례 재현 행사가 운형궁에서 있었다. 언니의 친한 동네 엄마가 경복궁에 가자는 걸 거절하고 가게 된 일정이었다.


이날의 에피소드 하나! 경복궁이 어디냐고 묻는 다현양의 질문에 세현군이 이순신 장군 동상을 이야기 했다. 그러자 다현 왈,

"아, 그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 있는 사람!" 

하하핫, 아침부터 저녁까지, 봄부터 겨울까지 내내 서 계신 그분 맞다. 아이들에게서나 나올 법한 예쁜 표현이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종로 주변을 빙빙 돌다가 교동 초등학교에 주차를 했다. 한국 최초의 초등학교다. 무려 100년도 더 지난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전에 딸기님이 종로에 있는 학생 수 적은 학교에 아이를 보냈다고 했는데, 그게 혹시 교동 초등학교일까? 궁금하지만 확인할 길이 없네...

 

 

천도교 성전도 보았다. 우왓,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네. 이 주변을 찬찬히 본적이 없어서 몰랐다. 뭔가 굉장히 역사적인 공간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막간을 이용해서 운동장에서 놀던 아해들. 다현이가 운동화에 모래 들어갔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운동화 벗어서 털라고 말했다. 낑낑 대던 다현양을 아빠가 구해 주었다.

 

 

무릎에 앉혀 놓고 운동화를 털어준다. 내친 김에 목마도 태워준다. 오오오, 울 형부가 아주 멋져 보이는 순간이었다.

 

운현궁에는 사람이 많았다. 행사 시작하려면 아직 한참 남아 있어서 휘~ 둘러 보았다. 규방을 재현한 곳에 들어가 보니 규중 칠우가 반겨준다.

 

 

골무 하나에도 어찌나 정성이 깃들어 있던지... 아씨방 일곱 동무가 떠오른다.

 


 

 

 

 

 

 

 

사실 운현궁에서 내가 제일 해보고 싶었던 것은 한복 입고 사진 찍는 것이다. 대여료가 얼마였더라? 3천원? 4천원? 암튼 그 정도 금액을 내고서 한복을 입고 운현궁 안에서 사진을 찍는 프로그램이다. 주로 외국인들이 열광한다고~ 난 외국인은 아니지만 한복 없으니 이런 기회에 입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이 너무 많았다. 사진 찍을 엄두도 나지 않을 만큼. 나중에 여유 있게 와서 한복 입고 사진 찍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당의로 입어봐야지. ㅎㅎㅎ

 


기이하게 생긴 돌들이 많아서 찍어보았다. 재밌게 생겼다. 이런 공간이기 때문에 이런 돌들도 더 운치 있어 보이겠지?

 

 

운현궁 너머로 보이는 저 건물이 궁금해졌다. 지붕이 무척 특이하게 생겼다. 저기가 어디메인지.... 나는 모르겠소.

 

 

행사 시작 한 시간 전. 아직 한시간은 더 있어야 하는데 다리도 아프고 배는 고프다. 아이들도 이미 지쳐 있다.

입장하는 것만 보고 밥 먹으러 가자고 달래놓았다.

 

 

식전 행사로 춤사위를 보았다. 두번째가 처용무였던 건 기억이 나는데 첫번째는 뭐였지? 프로그램 사진을 너무 줄여놨더니 보이지도 않네...

 

 

마침내 입장~~~ 하는 것 보고서 바로 나왔다. 고종과 명성황후는 구경도 못했다. 이것은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올려준 사진으로 감상하리라. 아니면 뉴스를 통해서~

 

오른쪽 사진이 바로 뉴스에서 업어 온 사진이다. 하하핫, 고종 사진은 모름. 찾아보지도 않았음...ㅎㅎ

 

아무튼, 사람 구경 실컷 했다. 나름 재미 있었고 즐거웠지만 배고픔 앞에 모든 걸 내려놓았다.

 

그리고 바로 그 이튿날!

 

JTN에서 이승환 콘서트가 있었다. 이름 하여 '환니발'

직전에 같이 가자고 한 공연을 거절한 전적이 있는 야곱이 차마 두번 연속 거절하지 못해서 같이 가게 되었다. 일산에서 올림픽공원까지는 지나치게 멀었지만, 다행히도 공연이 재미 있어서 피곤함을 상쇄시켰다. 내 면도 세워졌고~

 

유료회원 대상의 공연이었는데 알라딘 D님의 덕분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아, 알라디너 덕분에 나의 문화생활이 풍요로워진다. 지화자~

 

공연 보고 나서 야곱과 올림픽 공원에 앉아서 맥주를 홀짝였다. 아, 진심으로 이 동네에 살고 싶어졌다. 문화 인프라가 얼마나 훌륭한가. 그래서 비싼 동네겠지. ㅠ.ㅠ

 

울 공장장님 12월에 연말 공연 하신다. 지갑이 얇아서 하루만 예매했다. 모르지. 갑자기 팬심이 더 폭발해서 또 다른 날을 예매할지도. 어쨌든, 12월의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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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10-30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덕분에 중심부의 문화생활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오늘 압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 있는 사람!'ㅋㅋ

마노아 2013-10-31 23:56   좋아요 0 | URL
다현양의 한방이 재미 있지요?
즐겁게 읽어주셔서 저도 후기 남기는 재미가 크답니다.^^

2013-10-30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31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01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3-11-06 13:18   좋아요 0 | URL
교통사고가 났어요.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어요.
지금은 열심히 치료 받고 계세요.
이만하길 다행이다 여기고 있어요.
어휴, 처음 사고 소식 들었을 때는 얼마나 놀랐던지....ㅜ.ㅜ
당분간 문화생활은 주춤하겠지만, 그게 대수겠습니까. 하핫^^

2013-10-30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01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