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무고개 탐정 1 :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 - 제1회 스토리킹 수상작 ㅣ 스무고개 탐정 1
허교범 지음, 고상미 그림 / 비룡소 / 2013년 7월
평점 :
제목부터 이미 재밌다.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라니. 탐정과 마술사의 조화도 호감이 가는데 무려 '스무고개' 탐정이란다. 대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등장인물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액자 속 인물의 모습들에서 당장 추리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이 책은 아주 독특한 시도로 출발했다. 바로 어린이 독자들을 심사위원으로 모셨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 100명이 이 책을 '스토리킹'으로 꼽았다. 이야기 왕이라니! 대체 어떤 이야기이기에 어린이들의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은 것일까 기대감을 갖게 한다.
첫번째 등장인물은 문양이다. 미니전사 프라모델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문양이는 황금색으로 뒤덮인 황금갑옷 버전을 갖고 싶다. 그러나 엄마는 사주실 생각이 없다. 쌩하니 나가버리는 엄마의 뒷모습에서 문양이가 느꼈을 암담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등교길 문구점 유리 앞에 얼굴을 박고 침이라도 흘릴 것처럼 황금갑옷을 바라보고 있는 문양이!
이 책의 독특한 시도 중 하나는 그림이다. 연필로 그린 그림에 색이라곤 노란색만 사용했다. 엄마의 노란 원피스, 황금갑옷, 그리고 황금갑옷 미니전사에 마음을 두고 학교로 향하는 문양이의 그림자까지!
그런데 학교에 오니 커다란 사건이 벌어졌다. 자칭 '마술사'로 통하는 같은 반 동무가 카드 마술을 펼쳐보였던 것이다. 이 마술로 많은 아이들이 돈을 잃었다. 자기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며 큰소리 탕탕 치는 마술사!
문양이는 마술사가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자신이 카드를 맞추지 못하면 3배로 돌려주겠다는 조건에 문양이는 학원비를 헐어 3만원을 걸었다. 3배로 돌려받으면 황금갑옷 시리즈를 살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누군가 공범이 있을 거라고 여겼던 문양이는, 그러나 보기 좋게 마술사에게 당하고 돈도 잃고 말았다. 미니 전사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 축나버린 학원비를 채우는 게 더 급했다. 그런 때에 또 다시 등장하는 핵심 인물, 바로 이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스무 고개 탐정이다!
어떤 사건이든 20개의 질문을 완성할 때면 해결할 수 있다는 소문을, 문양이의 단짝 친구 명규가 알려줬다. 명규는 학교의 소문난 정보통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옷차림도 어른스러운 스무 고개 탐정! 그러나 청소 시간에 요령 피우다가 반장 다희에게 걸리면 스무 고개 탐정도 빠져나갈 길이 없다.
전학 온 학교에서 스무 고개 탐정이 맡은 첫번째 사건은 바로 문양이의 돈을 따간 마술사의 트릭을 깨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몇 개의 질문을 사용했는데, 탐정은 정말 시원하게 마술사의 비밀을 깨버린다. 여기까지도 흥미로웠지만 작품은 한발자국 더 나아간다. 또 다른 사건이 맞물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조금은 밉상이었던 마술사 역시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한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여러 인물들이 골고루 제 역할을 해낸다. 재기 넘치고 발랄하며 유쾌하기도 했지만, 어린이답게 겁도 내고 소심해지는 모습도 보인다. 너무 완벽한 인물로 등장했다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져서 어린이 심사위원단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을 것이다.
마술사의 비밀을 깨는 이야기에 비해서 뒤쪽 이야기의 해결 과정은 조금 싱겁다. 아이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허술함도 눈에 띈다. 뭔가 큰 비밀이 있을 것 같았던 교장선생님과 스무고개 탐정과의 관계도 안개에 싸인 채 마무리가 됐다. 혹시 2편을 준비하기 위한 포석일까? 아무튼 이들이 힘을 모아 용기를 내고 친구를 위하는 모습들은 역시나 100명이나 되는 어린이 친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스무 고개 탐정과 문양이 그리고 명규와 다희와 같은 모험담에 참여하고 싶어질 것이다. 모두들 이런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지만 이야기를 즐길 수는 있다. 어린이 심사위원을 모시자는 안건을 누가 냈는지 알 수 없지만 '대박'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싶다. 탁월한 선택이다!
이 과정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원래도 책을 좀 좋아하는 아이들이었겠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더더욱 책과 가까워지는 삶을 살게 되지 않았을까. 본인들의 손으로 뽑은 스토리킹 작품! 아이들의 애정과 자부심이 사진 너머로 느껴진다.
작가님이 무척 젊다. 첫 출발을 시원하게 했으니 차곡차곡 다음 작품으로 독자들을 또 들었나 놨다 해주기를 바란다.
비룡소에서 앞서 나온 '다락방 명탐정'도 무척 재밌게 읽었다. 비룡소의 명탐정들을 두루 구경하길 바란다. 어느 친구가 더 매력적인지 서로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겠다. 셜록이 영국에만 있으란 법 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