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 - 선대인연구소가 대한민국 오천만에게 답하다 선대인연구 1
선대인경제연구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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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청년 알바를 많이 고용하는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가들이 반발할 것이다. 알바들에게 선진국 수준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면 안 그래도 힘든 자영업과 중소기업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얘기다. 그러니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크게 늘어난 4대강 사업 같은 낭비성 토건 사업을 30%만 줄여도 12조원 이상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주로 재벌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법인세 세율을 노무현 정부 수준으로만 돌려놓아도 매년 7조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확보한 돈의 일부만 공공기금으로 지원해도 비교적 단기간에 최저 임금을 올려 5년 후쯤에는 우리 젊은이들을 ‘150만원 세대’로 만들 수 있다. 상황을 방치함으로써 ‘88만원 세대’를 ‘66만원 세대’로 전락시킬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인 노력으로 ‘150만원 세대’로 끌어올릴 것인가. 우리 청년들에게 적어도 열심히 일하면 최소한의 생활은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이 나라에도 미래가 있다.
-33쪽

가정용에 이렇게 비싼 누진제 요금을 적용하는 이유에 대해 정부는 전기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2012년 11월 전력 사용량을 보면 가정에서 사용한 전기는 전체의 14%에 불과한 대신 건물이나 공장에서 사용한 일반용과 산업용 전력은 합쳐서 76.4%나 된다. 전기 요금이 전기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런데 왜 원가가 비쌀까? 많은 사람들은 한국전력이 전기를 생산 공급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생산된 전기를 공급하는 일만 할 뿐, 전기를 생산하는 일은 여러 회사가 나눠서 하고 있다. 원자력과 수력 발전은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맡고, 한국전력에서 쪼개져 나온 발전 자회사들이나 민간 발전회사가 그 외 석유나 가스 등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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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전기 원가가 가장 비싼 것이 민간 발전회사다. 한국전력은 이들 회사에 1kwh당 169원을 주고 전기를 사 온다. 정부가 민간 발전 사업 참여자들에게도 ‘일정한 수익이 나게 해줘야 한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내세운 탓이다. 이는 정부가 민자 사업을 시행하면서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민자 사업자들에게 최소 운영수입을 보장해주고 상당한 이익이 나게 해줘야 한다던 논리와 비슷하다. 그렇게 해서 정부와 지자체가 계속 민자 도로나 지하철 등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해 시민들의 원성이 자자한데도 비슷한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전력이 사온 전기는 산업용 전력일 경우 싸게는 156.6원, 가장 싸게는 57.5원에 판매된다.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발전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 발전회사들은 GS, SK, 포스코 같은 대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들 대기업은 전기를 169원에 팔아 폭리를 취하고 원가보다 훨씬 싸게 전기를 쓰는 격이다. 이렇게 남는 장사가 어디 있는가. 그러다 보니 민간 발전회사는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한국전력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GS EPS의 이익률은 12.6%, SK E&S의 이익률은 무려 65.2%나 된다.-56쪽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자원외교에 동원된 대표적인 공기업들이다. 이명박 정부는 서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엄청난 석유와 가스 자원을 확보한 것처럼 자원외교의 성과를 요란하게 홍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 사업은 사업성이 없거나 거의 사기를 당한 셈이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이라크 쿠르드 지역의 유전 개발 사업의 경우 정부는 계약 체결 당시 우리나라 전체가 2년 동안 쓸 수 있는 19억 배럴의 원유를 확보한 것처럼 자랑했다. 그러나 5곳을 시추한 결과 원유가 아예 없거나 매장량이 너무 적어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결국 석유공사는 어설프게 계약을 맺은 대가로 4400억 원이나 되는 엄청난 돈을 날리게 되었다. 게다가 이라크 중앙정부와 좋지 못한 관계였던 쿠르드 자치정부와 계약을 맺었다는 괘씸죄까지 걸려서 한국 기업들은 이라크에서 진행되는 유전과 가스전 개발 사업에 참여할 기회까지 막혀버리는 ‘피박’까지 쓰게 되었다.
-58쪽

기업에 더 많은 이익을 챙겨주기 위해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빚더미를 키우고 국민이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 요금을 물어가면서까지 그 손해를 메워줄 이유는 없다. 산업계가 전기를 아끼면 절전지원금이라는 보조금을 주면서, 가정에는 전기절약의 책임을 벌금 형식으로 강요하는 누진제 구조는 단계를 축소해야 한다. 도시가스 요금 역시 가정용은 사용 물량으로는 전체의 42.2%를 차지하지만 비용은 전체의 60.7%를 부담하고 있다. 반면 산업용은 공급은 35.3%를 차지하지만 비용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6.3%만을 부담하고 있다. 이런 심각한 불균형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공기업이 안고 있는 빚더미를 줄이기 위해서는 특히 정부나 권력자가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기 위해 수조 원의 돈을 낭비하고 그 부담을 공기업에 고스란히 빚으로 떠넘기는 어이없는 일들을 이제부터라도 막아야 한다. 물론 평범한 서민들이 직접 막기는 힘들다. 그러나 국회가 정부와 공기업을 제대로 견제했다면,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제대로 발휘했다면 이런 낭비 가운데 상당 부분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59쪽

OECD국가별 국공립대 등록금 수준을 살펴보면 한국의 국공립대 등록금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스웨덴, 노르웨이,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핀란드, 덴마크, 체코 등의 경우 국공립대의 등록금은 전혀 없으며,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의 경우에는 약간의 등록금만 내면 된다. 한국은 사립대 등록금 또한 OECD국가들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기 때문에 사립대 등록금이 한 푼도 들지 않는 핀란드, 스웨덴 등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65쪽

그런데 엄연히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인데 왜 세계 최고라고 한 것일까. 우리보다 2배 높은 미국의 국민소득이나 우수한 대학교육의 질을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보다 실질적인 이유는 한국의 경우 사립대 비중(75.4%)이 국공립대 비중(24.6%)보다 월등히 높은 데 있다. 한국의 사립대 비중은 OECD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데, 이는 OECD 평균 국공립대 비중이 70.7%인 것과는 정반대에 가깝다. 사립대 비중이 높다 보니 당연히 사립대에 다니는 대학생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2009년 기준 한국 대학생의 약 76%가 사립대 등록금(9586달러)을 내는 반면 미국 대학생의 68%는 국공립대 등록금(6312달러)을 내고 있다. (...) 고등교육비 부담 주체를 보면 한국의 경우 공공 재원 부담률이 23.3%로 가장 낮은 반면, 민간 부담률은 76.7%로 가장 높다. 반면 OECD 평균 공공 재원 부담률은 72.6%이고 EU 19개국은 81.1%나 된다. 이렇다 보니 한국은 OECD회원국들에 대한 교육 현황 보고서에서 일본과 함께 유일하게 등록금이 높으면서도 학생 지원은 거의 없는 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은 말로는 ‘교육입국’이라고 수십 년 동안 떠들어댔지만 국공립대학 인프라를 갖추거나 고등교육 재정을 투자하는 데는 부끄러울 정도로 인색했던 것이다.
-66쪽

한국은 원래도 사람값이 선진국에 비해 낮았다. 그런데 2000년대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사람값은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것이 바로 고용 불안과 비정규직 양산으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내수가 침체하고 일자리가 사라지며 임금도 떨어지거나 정체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젊은이들이 일자리 없이 헤매는 이유도 상당 부분은 바로 부동산 가격 거품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김 씨가 경영하는 중국 식당의 사례에서 봤듯이 부동산 임대료가 100만 원씩 오르면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하나씩 사라지고, 200만 원이 오르면 정규직 일자리가 어딘가에서 하나씩 사라지는 셈이다.
-73쪽

B라는 나라에서는 노동과 자본 그리고 부동산의 상대가격이 300대 200대 100이라고 해보자. 이런 나라의 경제는 사람값이 가장 높은 경제다. 이런 나라는 노동의 질적 부가가치가 매우 높고 일자리도 풍부하며 임금도 높다. 이런 나라에서 노동자는 부동산 투기를 통해 한탕을 노리기보다는 자신의 직무 역량을 높이는 등 자기계발에 치중한다. 자기계발로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 가계경제를 개선하는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 가계는 높은 소득으로 저축과 소비를 하게 되고 결국 경제 전체가 계속 활발해진다. 과거 일본이나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부동산 투기 거품이 심각했다. 하지만 이들 선진국은 인건비가 매우 비쌌다. 가장 대표적인 지표로 이들 나라에선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그래서 이들 나라에서는 식당 알바로 일하거나 청소부로 일해도 일정한 생활이 가능하다. 이렇게 개인이 건강한 경제여야만 전반적인 가계와 살림살이도 윤택해지고, 시간이 지나도 지속 가능한 경제가 된다. 부동산 거품이 꺼진다고 개인이 몰락하는 현상은 없어질 것이다.
-74쪽

지식을 생산하고 정보를 가공하고 창의성을 발현하는 주체가 누구인가? 바로 사람이다. 사람에 투자하지 않고는 이 나라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사람에 투자해야 사람값이 올라가고 우리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이 증가한다. 그래야 내수가 활성화되고 경제가 건강해지고 지속 가능해진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기 열품이 몰아치면서 우리 경제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생산 경제에서 돈이 돈을 낳는 투기적인 자산 경제로 급속하게 바뀌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뛰면서 전반적인 고비용 구조가 형성됐고 제품과 서비스 가격은 계속 올랐다. 이는 지속적인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자리가 없어서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까지 오르니 경기 사이클과 상관없이 서민 경제는 늘 만성 불황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아무리 해도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 가격을 떠받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렇게 부동산시장의 침체기가 왔는데도 정부와 상당수의 언론은 여전히 부동산시장을 살려야 경기가 좋아진다는 인식과 처방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을 억지로 떠받치면 떠받칠수록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내수가 침체되는 등 나라 전체의 기회비용은 막대하게 커진다. 물론 부동산 거품이 꺼질 때는 충격이 따르지만 그것은 이미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이미 생겨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충격이 있더라도 별 효과도 없이 거짓 희망과 혼란만 부채질하는 땜질식 부양책은 중단하는 게 맞다.
-75쪽

부채 3억 원에 연리 5%의 이자를 물고 있다면 매년 1500만 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원금을 갚지 못하고 이자를 계속 내게 된다면 4년만 지나도 6000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지금 몇천 만원 정도 더 낮춰 팔고 ‘빚의 노예’에서 해방되는 길을 생각해볼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지금 집을 팔아 그 돈을 꾸준히 저축한다면 4년 후에는 6000만 원을 모으게 된다. 그 돈으로 집값이 충분히 내렸을 때 훨씬 빚을 적게 지거나 아예 빚을 안 지고 집을 사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는 얘기다.
-95쪽

마지막으로 하우스푸어인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자신을 부동산 거품의 덫에 걸려들게 한 정부나 건설업계와 운명 공동체로 생각하는 심리를 버리길 바란다. 인질로 잡힌 사람이 인질범의 입장에 동조하게 되는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신들을 구제해줄 것처럼 현혹하는 건설족 정치인이나 건설업계, 그리고 이들을 대변하는 건설업계 연구소나 언론들은 여러분들의 편을 드는 척하지만 실제로 각종 대책은 건설업계나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부양책일 뿐이다. ‘혹시나’ 하는 그 기대를 충족시켜줄 힘은 이제 그들에게도 없다. 냉철하게 현실을 돌아볼 시점이다.
-96쪽

주택청약제도는 거의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선분양제를 뒷받침하는 제도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공급자인 건설업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인데 그 가운데 주택 소비자의 지위를 가장 취약하게 하는 제도가 선분양제다. 몇천만 원 하는 자동차도 실제로 차에 시승해보고 살 수 있다. 그런데 수억짜리 집을 모델하우스만 보고 사라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선분양제는 주택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비싼 물건을 완성품도 보지 않고 사게 하는 제도인 것이다. 선분양제는 민간 건설 자본이 취약하고 주택 공급은 늘 부족하던 시절에는 주택 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주택 물량이 남아돌고 건설업체들도 과포화 상태인 지금까지 선분양제를 고수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선분양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는 시대에는 주택청약제도도 필요 없는 제도다.
-111쪽

한국의 자영업자(그들을 돕는 가족종사원 포함) 비율은 취업 인구의 29%로 OECD 평균의 2배 이상이고 OECD국가들 중 4위 수준이다. 돈벌이가 되어서 자영업자가 많은 것은 아니다. 한국의 정규직 수는 전체 생산가능인구의 24.8%로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가 크게 부족하다 보니 호구지책으로 자영업을 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게다가 자영업 내의 업종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30개 생활 밀접형 업종에 25.8% 이상의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다. 예를 들면, 인구 1000명당 음식점 수는 12.2개로 미국의 1.8개보다 훨씬 많다. 그러니 경쟁이 치열하고 문을 닫는 음식점 수도 많다. 2012년 KB금융지주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자영업자 100명 중75명이 가게 문을 닫았다. 특히 창업 뒤 3년 안에 문을 닫은 자영업자가 47%나 됐다. 자영업자 절반가량이 3년을 못 버틴다는 뜻이다.
-112쪽

그동안 정부는 일반 가계보다는 건설업체나 금융권과 유착해 재테크를 조장하고 빚 권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일반 저축상품에서 얻는 이자 소득에는 꼬박꼬박 세금을 매기면서도 투자 상품에는 세금을 면제하고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부동산 관련 세금을 깎거나 없애는 정책이 그 대표적인 예다. 부동산시장이나 주식시장이 침체되면 정부가 앞장서서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저축률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사람이 노후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고용 안정성을 키우고 사회안전망과 복지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125쪽

보험은 저축이 아니다. 보장성 보험, 그러니까 질병이나 사망과 같이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은 단순화하면 복권과 비슷하다. 복권은 어떤 상황, 곧 당첨이 돼야만 큰돈을 받을 수 있고 당첨이 되지 않는다면 휴짓조각에 불과하다. 보험 역시 가입자가 사고를 겪거나 사망한 경우가 아니라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 보험은 저축이라기보다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돈을 내고 사는 서비스에 가깝다.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보험에 가입한다. 노후나 질병 그리고 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는 TV 광고를 보고 덜컥 가입하거나 지인의 부탁에 마지못해 가입하기도 한다. 보험은 한 달에 최소 몇만 원에서 몇십만 원까지 오랜 기간 내야 하는 할부 구매 상품이다. 이렇게 다달이 내는 보험료를 다 합치면 몇천 만원은 될 것이다. 만약에 남편이 "아는 사람이 자동차를 한 대만 팔아달라고 해서 할부로 한 대 샀어"라고 아내한테 얘기했다가는 당장 집에서 쫓겨날 것이다. 몇백만 원인 TV나 냉장고도 꼼꼼하게 비교하고 따져가면서 사는데, 하물며 보험상품을 보험설계사의 말만 듣고 혹은 광고만 보고 덜컥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127쪽

비교적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들의 모임인 OECD의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비 지출 규모가 2011년 기준 평균 21.9%인 반면, 우리나라는 그 40% 수준인 9% 정도에 그치고 있다. 단순히 양적인 측면만 봐도 이런데 높은 비정규직과 자영업자 비중, 최악의 노인 빈곤율 등 외환위기 이후 고용 불안과 양극화에 따라 생겨난 왜곡된 노동구조와 열악한 복지제도 등을 고려하면 복지를 논하기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런 현실에서 ‘망국적인 복지 포퓰리즘’과 같은 주장이 나오는 것은 한마디로 가난해서 생필품 살 돈도 없는 사람에게 사치하지 말라고 훈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172쪽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겪은 것은 2000년대에 자산시장에서 거품을 일으켰던 자금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금융권 부실이 커진 데다가 만연한 탈세 등으로 과세 투명성과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탓이 더 크다. 단순히 복지 과잉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남유럽 국가들보다 복지 수준이 훨씬 높은 이른바 진짜 복지국가들의 재정은 매우 탄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국가채무가 40~50% 정도에 불과하며 오히려 국가채무가 줄어드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또한 막대한 순채무를 기록한 남유럽 국가들과 달리 이들 국가들은 오히려 순채권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176쪽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는 분양 실적이 극히 저조하자 외국인들에게 영주권까지 내걸면서 분양에 열을 올렸고, 2012년에는 6800만 원을 들여서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투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그 해 말까지 중국인 투자는 단 한 건도 유치하지 못했다. 알펜시아는 하루 이자만 1억 2000만 원씩 물면서 파산 위기로 몰리고 있다.
-183쪽

허황된 경제효과를 들먹이면서 막대한 세금을 무분별하게 투자해 무더기 건설 사업을 벌이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미 입증된 것처럼 4대강 사업이나 대규모 행사 ‘한 방’으로 경제가 좋아지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 모두가 잘사는 길은 안정된 일자리와 소득이 생겨나도록 건전한 경제구조를 꾸준히 만들어가는 데 있지 결코 ‘한 방’에 달려 있지 않다.
-185쪽

유럽의 재정위기 탓도 있지만 한-EU FTA가 발효된 뒤로 우리의 대 EU 무역 흑자는 37억 달러가 줄어들었다. 만약 정부가 주장하는 효과가 정말 발휘되었다면 유럽의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FTA 효과가 완충 작용을 해서 무역 흑자가 어느 정도 유지되었어야 하지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가장 먼저 FTA를 체결했던 칠레의 경우에도 정부는 우리의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수출이 대폭 확대될 것처럼 요란하게 나팔을 불었지만 사실 우리는 칠레와의 무역에서 한 번도 흑자를 본 적이 없다.
-187쪽

상품의 경우는 우리나라는 중국, 동남아, EU, 미국에서는 흑자를 내지만 서아시아와 일본에서는 적자를 보는 구조다. 적자를 본다고 해서 꼭 잘못된 것은 아니다. 원유와 가스는 서아시아에서 수입하고 기계 장비와 첨단 부품은 일본에서 수입한 뒤 완성품을 만들어서 수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면 서아시아와 일본에 대한 적자폭은 오히려 확대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서비스의 경우에는 미국, EU, 일본, 동남아에서는 대규모 적자를 보는 대신 서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는 약간 흑자를 보는 구조여서 기본적으로는 적자 폭이 크다. 기술특허료, 여행과 유학, 사업 서비스, 지적재산권과 같은 분야가 특히 취약하다.
-188쪽

이제는 수출보다는 내수를 키우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내수를 키워야 서민들이 먹고살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가계소득이 늘고 소비가 늘어 다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일부 수출 대기업이 아닌 저소득층 사이에 돈이 돌면서 이들을 주 소비층으로 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살아나게 된다. 또한 국민 대다수의 삶이 개선되고 자연스레 소득 격차와 산업 격차도 줄어들게 된다. 즉 경제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수출입국’이라는 미명 아래 과도한 환율 정책, 특혜성 수출보조금 지원, 막무가내식의 FTA 추진이라는 잘못된 관성은 탈피해야 한다. 특히 대다수 국민에게 별로 득이 되지 않고 손해는 명확한 반면 재벌 대기업에게는 이익을 퍼주는 FTA를 더 이상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193쪽

앞으로 기득권층은 세대 갈등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더 적은 세금과 더 적은 규제를 원한다. 또한 세금으로 거둬들인 돈 가운데 더 많은 비율을 서민들이 아닌 자신들이 덕 보는 쪽으로 쓰기를 바란다. 향후 세대와 계층을 막론하고 복지에 대한 요구와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세대 갈등을 유도해 정당한 복지 지출 요구를 한쪽에서 낭비성이니, 선심성이니 비난하게 하면 자신들의 이익을 계속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5쪽

환율이 올라가면 대다수 일반 가계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한데도 한국의 언론 대부분은 수출 대기업 편에서 환율 하락을 걱정한다. 수출의 70%를 담당하는 재벌 대기업들이 돈을 잘 벌어야 자신들의 광고 수입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216쪽

삼성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인위적 고환율 정책으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기업이다. 국내 최대 수출 기업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가운데 최소 30% 가량은 환율효과 덕분에 올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19쪽

삼성이 누리는 특혜는 또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주로 삼성과 같은 재벌 대기업을 향해 있다. 정부의 R&D 예산 가운데는 특정 대기업의 사업을 염두에 둔 듯한 예산이 넘쳐난다. 대학연구소나 국책연구소 등에 돌아가는 R&D 예산의 최대 수혜자는 대부분 대기업이다. 따라서 실제 연구개발이 어디에서 진행되든 R&D예산의 최소 2/3 가량이 대기업에 돌아간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2010년 한국의 R&D 예산은 전체 예산 대비 OECD국가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을 정도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21쪽

혹자는 ‘재벌 대기업을 밀어줘야 기술을 더 개발하고 더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R&D 투자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요소생산성 기여도라는 수치를 보자. 대기업은 이 수치가 0.14%에 불과하지만 중소기업은 0.92%로 6.5배나 높다. 이 말은 똑같은 R&D 예산을 투자했을 때 대기업이 이를 통해 100억 원의 부가가치를 만든다면 중소기업은 650억 원이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뜻이다. 이 수치만 봐도 재벌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에 대한 R&D 투자가 효율성이 훨씬 높으니 R&D 예산을 중소기업 쪽으로 훨씬 더 많이 배분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요지부동이다.
-222쪽

미국, 일본, 대만, 한국 등 4개국의 상위 3개 기업이 2008~2011년에 실제로 부담한 법인세를 구해보았다. 그 결과 비교 대상인 12개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의 법인세 부담은 16.7%로 대만의 컴팔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미국이나 일본의 대기업들은 모두 30~40%대의 법인세 부담을 지고 있었다.
-224쪽

그러나 아무리 국가 전체가 기업 하나를 밀어준다고 해도 기업이 천년만년 잘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삼성보다 큰 기업도 경제의 흐름을 잘못 읽거나 경쟁에서 패하면 망하는 것이 자본주의다. <포천>이 매년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에 지난 30년간 연속으로 들어간 기업은 10%에 불과하다. 500대 기업의 평균수명도 40년 정도다. 1900년에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제너럴일렉트릭뿐이다. 미국에서는 삼성보다 큰 기업도 수없이 문을 닫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는 발전해왔다. 특히 한국의 재벌과 같은 독점 대기업들(trust)을 해체한 뒤인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 경제는 전성기를 구가했다.
-224쪽

박정희 정권 시절 한국 경제는 정말 좋았던 것일까? 그 시절 한국이 경제적 고성장을 이룬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가 집권했던 1962~1979년까지 평균 경제성장률은 8.5%에 이르고 재임 기간 중 연간 10%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여러 차례 달성했다. 잠재성장률이 3%대로 하락하고, 2012년 경제성장률이 2%에 머물렀던 것을 생각하면 현재로선 상상하기도 힘든 고성장이었다. 더구나 그 시기에 가계소득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해 연간 20~30%씩 성장하는 건 예사였다. 하지만 경제발전은 경제성장이라는 양적 측면 외에도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물가가 안정됐는지, 지역 간 균형 발전이 이뤄졌는지, 빈부 격차는 커지지 않았는지, 당장 성장했더라도 이후 세대가 쓸 자원을 고갈시키지는 않았는지 등 질적 측면도 아울러서 봐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박정희 경제는 이런 질적 측면을 무시하고 양적 성장에만 극단적으로 치중했던 경제였다.
-234쪽

우선 박정희 경제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고도성장은 외부 여건의 덕을 본 것이었다. 당시 국제 경제 환경에서 박정희 정권은 수출주도형 경제와 국내외 자본 동원을 통한 투자 확대, 유치산업 보호 전략(주로 개발도상 단계의 국가가 선진국의 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해 수입 제한 등을 통해 보호하는 전략) 등 성장을 최우선시하는 경제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재건이 모든 국가의 지상 목표였던 상황에서 취한 보편적 선택일 뿐, 특별히 뛰어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35쪽

또한 대일 굴욕 협상을 통해 받은 일제 배상금과 베트남전쟁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핏값으로 받은 달러를 경제발전 초기의 종잣돈으로 쓸 수 있었던 운도 따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소련, 중국, 북한 등 공산 3각 동맹에 맞선 반공 전진기지로서 미국의 관대한 시장 개방과 차관지원이라는 큰 혜택을 입었다. 유가 급등에 따른 서아시아 건설특수 등의 요인도 때맞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우리보다 앞서 고도성장을 이룩한 이웃나라 일본의 경제 모델을 쫓아가는 후발 주자의 이점을 누릴 수 있었던 점도 유리한 조건이었다. 사실 이때 일본을 ‘기러기 편대 모델’의 대장으로 하는 동아시아 국제 분업 구조 속에서 일본의 하청 계열사처럼 편입해 일본의 부품 및 기술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236쪽

더구나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정통성 확보와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경제성장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1960년대 말까지 남한의 경제력은 북한을 앞서지 못했다. 당시 외국에서 ‘한반도의 기적’은 북한의 급속한 전후 복구와 성장을 지칭하던 말이었다. 그나마 경제성장도 한정된 자원을 소수 재벌 기업들에게 배분하는 식으로 이뤄져 지금까지 우리를 괴롭히는 재벌독식, 정경유착, 부정부패의 토대를 만들었다.
-236쪽

박정희 정권 집권기의 고도성장은 당시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 질적 측면까지 고려한다면 일보은 한국보다 2배 이상 국민소득이 높은 선진국을 만들었고, 대만은 우리보다 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와 높은 복지 수준을 달성했다. 싱가포르 정치는 일당 독재 형태에 가깝지만 한국보다 소득수준과 생활수준이 2배가량 높으며 부패수준은 낮다. 중국은 출발은 많이 늦었지만 한국과 비슷한 성장 궤적을 그리며 질주하고 있다. 물론 아프리카나 남미 등지의 독재국가들과 비교하면 박정희 경제는 고도성장을 실현했고, 상대적으로 부패 정도는 덜했다. 하지만 국민 경제의 발전을 큰 틀에서 규정하는 문화나 교육 같은 심층 요인들이 비슷한 동아시아권으로 한정하면 박정희 경제의 성과는 결코 뛰어나다고 하기 어렵다.
-237쪽

더구나 박정희 정권의 고도성장은 만성적인 물가 폭등을 동반한 성장이었다. 한국은행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6년 이후 박정희 집권기였던 1979년까지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4.1%에 이르렀다. 특히 1~2차 석유파동 시기에는 25%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고물가 상황을 감내해야 했다. 당시의 고물가가 고성장의 대가라고 옹호하는 말도 있다. 그러나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일본의 경우 10%대의 고성장기를 보낸 1969년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7% 수준이었다.
-238쪽

박정희 경제는 강력한 정부 개입주의를 바탕으로 재벌 대기업 위주의 중화학공업 육성 및 선택적 수출주도형 경제 정책을 지속해 재벌 위주 경제구조를 고착화시켰다. 특히 1973년부터 추진한 중화학공업 육성 전략은 한국 경제를 지배하는 재벌 체제를 사실상 육성한 전략이기도 했다. 박정희 정권은 철강, 비철금속, 조선, 기계, 전자, 화학, 항공, 운수 등 중화학공업을 현대, 삼성, 럭키금성(현 LG 및 GS), 선경(현 SK), 쌍용, 한진 등 대기업에 사실상 배분해주었다. 이처럼 사업을 배분받은 기업들은 정부의 비호 아래 각 산업 분야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며 재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정부는 이들에게 저리의 막대한 정책 자금을 몰아주었고, 기업들이 투자자금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치자 재벌 계열사들끼리 순환출자를 통해 자본금을 뻥튀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재벌 오너 일가가 1~2%의 지분으로 전 계열사를 경영하는 순환출자 구조가 이때 만들어졌다.
-241쪽

재벌들에게 특혜 사업을 배분하고 그 대가로 정치자금을 받는 정경유착도 심각했다. 대표적 사례가 1966넌 벌어진 삼성의 사카린 밀수 사건이었다. 당시 삼성 계열사였던 한국비료공업이 울산에 공장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일본에서 사카린을 대량 밀수하다가 부산 세관에 발각되었다. 하지만 부산 세관은 소액의 벌금을 부과했을 뿐,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하지도 않는 등 처음부터 사건을 축소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시 사카린 밀수를 현장에서 지휘했다고 밝힌 이맹희 씨는 이후 회고록에서 이 사건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병철 회장의 공모 아래 정부기관이 적극적으로 감싼 엄청난 규모의 조직적인 밀수였다고 털어놓았다. 다시 말해 사카린 밀수 사건은 박정희 정권이 공화당의 정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재벌과 유착해 벌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박정희 집권기에 고착된 재벌 중심 체제와 정경유착 구조는 구체적 양상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한국 경제를 옥죄는 원죄가 되고 있다.
-241쪽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환율 떠받치기 역시 이때 시작되었다. 1960년 200원 초반이던 환율은 박정희 집권 말기인 1975~1979년에는 484원으로 2배 이상 끌어올려졌고, 이후에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 수십년 동안 수출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국이었던 일본, 대만, 싱가포르의 환율 추이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원화 환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일본, 대만, 싱가포르의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통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그 나라의 경제력을 상징하는 화폐가치 또한 상승하는 것이 정상인데 한국은 정반대 추세를 보여온 것이다. 한국은 경기가 조금만 나빠져도 인위적으로 환율을 떠받쳐서 수출 대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국민들의 대외 구매력 약화와 물가폭등을 유발하는, 즉 일반 가계를 희생하는 방식으로 수출 대기업을 지원한 것이다.
-242쪽

우리는 이미 박정희 정건 시절 기업가로 성장했고 박정희 모델에 따라 경제를 운영했던 이명박 대통령을 겪어보았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중심으로 한 토건경제,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에 올인한 부동산 거품 경제, 대기업 위주의 감세 정책을 펼친 친재벌 경제, 인위적 고환율에 기반한 수출 편향 경제 등 박정희 경제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그 결과 민생경제가 살아났는가. 새로 임기를 시작한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경제 모델을 반복하면 서민들의 기대를 절대 충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245쪽

2009년 OECD 조사 결과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안타깝고 수치스럽게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65~74세 노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81.8명으로, 14.1명의 미국과 비교하면 5배, 4.8명인 영국보다는 무려 20배나 높다.
-265쪽

1인가구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 변화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공기업인 LH공사가 일반 건설사와 아파트 분양 경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1~2인 가구가 급증하는 추세에 맞춰 저렴한 중소형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건설해야 한다. 이런 주택은 가급적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고 도심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에 건설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의 수요층은 주로 젊은 직장인들이다. 그런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하다면 1인 가구의 자가용 수요가 크게 늘어나 교통체증과 주차난 그리고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게 된다.
-267쪽

2009년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거품이 빠지면서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전셋값이 계속해서 올랐다. 무주택 서민들로서는 집값이 너무 올라 서러운데 전셋값까지 급등해 외곽으로 밀려나야 하니 지난 2~3년간은 ‘집 없는 설움’이 극에 달한 시기였다. 노무현 정부 때 집값은 폭등했지만 전셋값을 비교적 안정돼 있었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전국 기준으로 노무현 정부 때는 전셋값이 3.5% 상승했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24.5%나 폭등했다. 그래서 많은 무주택 서민들이 전셋값이 다시 뜀박질하지 않을까 걱정들을 많이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셋값도 오를 만큼 거의 다 올라 이제는 급등할 가능성이 낮다.
-271쪽

집값 대세 하락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전세가도 하락세로 돌아서게 되어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집값 거품이 붕괴하면서 월세도 매매가만큼은 아니어도 꾸준히 떨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그런 것이 시장경제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가격 조정의 과정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이런 가격 조정 과정을 억지로 가로막은 것이 전세난의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정부가 조정 과정을 무리하게 막을수록 매매시장이든 전세시장이든 가격 조정 과정이 길어져 결국은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된다. 전세난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해 정부가 정말로 할 일은 OECD국가 수준인 10~35%에 비해 4% 정도로 형편없이 빈약한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크게 늘리는 것이다. OECD 수준의 하한선이라고 할 수 있는 10%에만 맞춰도 이사철마다 ‘전셋집 찾아 3만 리’의 설움을 겪는 사람들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276쪽

중산층은 과연 무엇일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중산층일까? 이 질문에 대한 똑 부러지는 대답은 없다. 다만 보통 OECD의 기준에 따라 중우소득의 50~150%를 버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중위소득이란 국민 가운데 소득이 가장 높은 사람부터 가장 낮은 사람까지 줄을 세웠을 때 딱 중간에 오는 사람의 소득을 뜻한다. 2011년 우리나라의 중위소득은 월350만 원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계산해보면 월 175만 원에서 525만 원을 버는 가구는 중산층에 들어가는 셈이다.
-293쪽

이해를 돕기 위해 인구가 딱 9명인 가상의 사회 A, B를 비교해보자. 두 사회 모두 전체 소득은 4500만 원으로 똑같다. 그런데 A는 비교적 소득이 고르게 퍼져 있지만 B는 상위 두 사람이 전체의 75%가량을 독점하고 있다. 중위소득은 전체 인구의 소득 순위에서 가운데 자리한 사람, 곧 다섯 번째 사람의 소득이니까 A는 500만원, B는 200만 원이 된다. B의 중위소득은 A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중산층의 비율을 보면 이상한 결과가 나온다. A의 경우 중산층에 들어가려면 소득 범위가 250~750만 원이기 때문에 중산층에 포함되는 사람은 4명이다. 반면 B는 중산층의 소득 범위가 100~300만 원이기 때문에 중산층에 해당되는 사람이 6명이나 된다. 그러면 중산층이 더 두텁기 때문에 B가 더 좋은 경제일까?
-295쪽

다시 말해서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가운데 전체가 하향 평준화된다면 중산층의 비율은 그 나라 경제의 문제점을 은폐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중산층을 단순히 소득 범주로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그 보다는 ‘그 사회 구성원들이 누리는 삶의 질이 어느 정도인가’도 함께 봐야 한다. 단순히 먹고사는 것이 다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문화생활을 즐기고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충분한 휴식과 여가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296쪽

1. 현재 시세의 30~50% 수준에 불과한 단독주택과 대기업 보유 부동산의 과표를 현실화하고 소득조사청을 설립해 법에 명시된 양도소득세와 임대소득세를 제대로 걷는다. 이렇게 되면 약 20조원의 세수를 더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걷은 세금을 서민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주거 취약층을 위한 주택바우처 재원으로 사용해 ‘전 국민을 위한 주거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
2. OECD국가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주식의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한편 증권거래세는 폐지해 일반 개미투자자들의 주식 거래 부담을 줄일 수 있다(약 3조 원 확보 가능). 현재 매우 낮게 책정되어 있는 이자 수입 및 배당금에 대한 세율도 ‘버핏세’의 취지에 맞게 대폭 올려서 사실상 불로소득에 가까운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3. 재벌 대기업에 집중된 법인세 비과세 감면 혜택을 대폭 줄이고 해고세를 신설하면 7~11조 원가량의 세수를 더 확보할 수 있다. 그렇게 확보한 재원을 실업보험 확충과 자영업의 고용보조금 등으로 사용함으로써 실업 충격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최저임금을 꾸준히 올릴 수 있다.
-303쪽

4. OECD 평균 2배에 이르는 토건 사업 예산을 크게 줄여야 한다. 2012년 현재 정부가 분류한 SOC사업 예산뿐만 아니라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토건시설형 사업을 모두 집계하면 약 40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교통시설특별회계와 광역시설특별회계 등 토건 사업의 자금줄인 특별회계를 폐지해 일반회계로 통합하는 한편 건설 부패와 예산 낭비의 온상이 되고 있는 턴키 담합 등 입찰 비리를 근절해 토건 시설 예산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 이렇게 확보한 연간 약 12조 원으로 무상보육 및 아동 수당 확대, 고교 무상교육과 지방 거점 국공립대 지원 등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의 미래에 투자할 수 있다.
5. 혜택의 대부분이 대기업에 돌아가지만 효율성이 극히 떨어지는 R&D 예산 16조 원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이면 4.9조 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들 예산을 중소기업 및 자영업의 직원 교육, 판로 및 사업 컨설팅 지원과 함께 신진 학자와 대학생들의 연구 및 학자금 지원에 쓸 수 있다.
-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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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10-14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 각종 입찰 비리 등 건설 부패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고 여기서 생겨나는 비자금을 엄단해 추가로 거둔 세수(약 2~3조 원)를 적정임금제 도입과 4대 보험 적용 등을 통해 전국 200만 건설 노동자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데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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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7가지 조세재정 개혁만 제대로 실현해도 연간 50~55조 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이 가운데 일부는 일반 납세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낭비성 지출을 줄이거나 재벌 대기업 등 1%가 누리던 특혜를 일반 납세자의 혜택으로 전환해주는 것이다. 즉 나라 살림살이를 잘만 운영하면 국민들의 추가적인 세금 부담 없이 얼마든지 복지, 문화, 교육 예산을 늘리고 우리 삶의 질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