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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 God Child 5 - 백작 카인 시리즈 5
유키 카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모든 이야기가 막을 내렸다. 아, 후련하고도 허무하다.
오랜 악업의 끝을 보았다. 하그리브스 가의 피의 저주가 끝난 것이다.
알렉시스가 지금까지는 최상급 보스로 보였다.
그가 설계를 하고, 그의 덫에 걸려, 저주의 피를 흠뻑 뒤집어 쓰고 카인과 그의 배다른 형 지저벨이 그토록 고통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틀리지 않은 말이다. 그가 한 짓이 맞다.
그러나 그의 위에 또 한 명이 더 있다고 한다면! 최상급의 또 최상급의 보스가 있다면,
그렇다면 알렉시스 또한 가엾게 느껴진다.
저주받은 혈통이 부르는 광기. 그 광기에 춤을 추며 많은 이들을 희생시켰다.
그가 쏟은 피가 어마어마하니 그의 죽음에 진혼곡을 부를 수야 없지만, 그가 이 싸움의 끝에서 오히려 평안을 찾았을 거라는 기분이 든다.
삼손과 데릴라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번역에서는 데릴라로 통하지만, 영어식 발음으로는 '딜라일라'
그러니 삼손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블레셋 인들의 침공을 불러온 여인이 누구인지 이 작품에서 유추해 보는 것도 가능하리라.
어른으로 성장한 마리를 보는 게 즐거웠다. 마리를 맡기고 떠난 카인이 오스카에게 보여준 미소도 좋았다. 사실 오스카가 한눈에 반한 건 마리로 착각한 카인의 사진이 아니었던가.
리프와의 마지막은 실로 아름다웠다. 그 모습을 목격한 영매사가 말한 것처럼, 그는 마지막까지 우아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든다.
카인의 곁에서 생을 마감하기 위해 리프가 벌였던 사투, 그리고 그 마지막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지저벨이 치른 희생도 인상 깊다. 그렇게 이들 가족 아닌 가족은 자신들의 인생 최정점을 찍었다. 지켜야 할 사람을 지키고, 데려가야 할 사람을 데려 가고, 그리고 모셔야 할 사람을 모셔냈다. 최후의 최후까지.
이야기의 밀도가 '신의 아이' 편에 와서야 아주 깊어지고 짙어진 느낌이다. 그 전까지는 조금 산만했다.
아마 이제 다시 읽을 일은 그닥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내게 꽤 강렬한 인상을 준 좋은 작품이었다.
유키 카오리가 다시 이런 작품을 써줬으면 좋겠다. 그 후로는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언제든 애정을 회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