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독 - 2013년 케이트 그린어웨이 수상작 책 읽는 우리 집 5
레비 핀폴드 글.그림, 천미나 옮김 / 북스토리아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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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검은 개 한 마리가 호프 아저씨네 가족을 찾아왔어요. 

검은 개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은 호프 아저씨였죠.

아쩌씨는 토스트 접시를 떨어뜨리며 소리를 질렀어요.

그리고는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죠.


"우리 집 앞에 호랑이만 한 검둥개가 나타났습니다!"


경찰관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어쩌면 좋냐는 다급한 물음에 경찰은 꼼짝 말고 집 안에 있으라고 했어요. 


주방 바닥에 고양이 그림과 고양이 먹이, 그리고 싱크대 낙서까지 그림도 눈여겨 보도록 하세요.



뒤이어 호프 아주머니가 일어났어요. 

아주머니는 찻잔을 떨어뜨리며 비명을 질렀죠.

그리고 호프 아저씨를 불렀어요.


"여보! 우리 집 앞에 코끼리만 한 검둥개가 있는 거 알아요?"


두 부부는 불을 다 끄기로 했어요. 검둥개가 집안에 있는 사람들을 못 보게 하기 위해서였죠.


의자 위에는 떨실 꾸러미가, 테이블 위에는 그림이, 바닥에는 온갖 장난감들이 있군요. 이게 다 누구 장난감일까요!



다음으로 일어난 건 애들라인!

애들라인은 칫솔을 떨어뜨리며 엄마 아빠를 불렀어요.


"우리 집 앞에 티라노사우루스만 한 검둥개가 있는 거 아세요?"


엄마 아빠와 애들라인은 당황했어요. 

그리고 얼른 커튼을 닫으라고 했죠. 

검둥개가 그들을 보지 못하도록 말이에요.


창 밖으로 비치는 검둥개의 커다란 눈동자가 보이나요?

욕조 벽에 붙어 있는 초록 문어가 재밌게 생겼네요. 애들라인이 신고 있는 실내화와 짝을 이룬 듯해요. 



곧이어 모리스가 일어났죠. 

모리스는 곰 인형을 떨어뜨리며 소리를 질렀어요. 


"우리 집 앞에 빅 제피만 한 검둥개가 있는 거 아세요?"


(빅 제피는 미국의 어린이 TV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의 등장인물이래요.)


이제 가족들은 이불 밑에 숨기로 했어요. 모두들 도망치기 바쁜데 막내만 태연하게 걷고 있네요. 


모리스는 기사를 좋아하는 아이인가봐요. 벽에 그림이 잔뜩 있어요. 새가 그려진 베개도 재밌네요. 침대 밑에 부엉이도 보이구요. 이 집의 가구며 방들은 모두 재미있는 것들로 가득하네요. 그래서인가 식구들도 상상력이 좀 풍부하군요! 호랑이에 코끼리에 티라노사우르스까지 나왔잖아요. 



호프 아저씨네 막내는 식구들이 이렇게 허둥대고 난리법썩 떠는 이유를 알지 못했어요. 

검둥개를 피해서 숨어 있다고 말하자 이렇게 말해 주었죠. 


"에이, 겁쟁이들."


꼬맹이는 다짜고짜 현관문을 벌컥 열었어요. 

가족들이 모두들 말렸죠. 


"녀석이 널 잡아먹을 거야!"

"네 머리를 우적우적 깨물어 먹을 거야!"

"네 뼈를 아작아작 씹어 먹을 거야!"


모두들 이렇게 걱정을 했지만 나서서 꼬맹이를 잡지는 않는군요.

꼬맹이는 차분하게 외출 준비를 합니다.

밖은 추우니까 신발도 두툼한 걸로 신고, 외투를 꼭 여미고 장갑과 모자도 잊지 않았어요. 

자, 용감한 꼬마 기사가 나갑니다!

문 위로 드리워진 검둥개의 큰 그림자가 조금은 으시시하게 보이는군요!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커다란 검둥개! 

저 커다란 코는 정말 코끼리의 피부를 연상시키기도 해요.

눈도 부리부리하구요.

그런데 제 눈에는 검둥개가 더 겁을 먹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저 커다란 갈기들은 윤기가 있고요. 

뭔가 신령스런 느낌마저도 나는 검둥개였어요.


꼬맹이는 검둥개를 유인해서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노래도 하나 지어서 불렀죠.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라.

따라오고 싶으면 덩치를 줄여라."


오홋, 이 노래는 장화 신은 고양이에 나오는 사자를 떠올리게 하네요. 

변신이 가능했던 사자가 아주아주 작은 쥐로 변신하자 장화신은 고양이가 냉큼 잡아 먹었죠. 

모두를 무섭게 한 것은 검둥개의 커다란 덩치!

꼬맹이는 검둥개가 작아지도록 하는 마법을 걸고 있어요.



꽁꽁 언 연못과 작은 다리 밑을 지나고 놀이터의 미끄럼틀도 내려 갔죠. 

검둥개는 얼음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 작아져야 했고, 코끼리 미끄럼틀을 통과하기 위해선 보다 날씬해져야 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다달은 집 앞! 꼬맹이는 고양이 문을 통과해서 따뜻한 집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어요. 

고양이 문은 꼬맹이가 통과할 만큼 작은 문이었죠.

그리고 이제는 검둥개도 통과할 수 있는 문이에요.

검둥개가 이만큼 작아졌거든요. 



검둥개가 집에 들어오자 꼬맹이는 빨래 바구니를 뒤집어 씌웠어요. 

호프 아저씨네 가족들은 집 안에서도 무서워서 잡동사니로 만든 방어벽 뒤에 숨어 있었거든요.

냄비까지 뒤집어 쓴 저 우스꽝스런 모습을 좀 보라지요. 

참으로 요란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토록 난리법석을 떨 만큼 검둥개는 크지도, 무섭지도, 사납지도 않았어요. 

어쩌면 검둥개는 단지 배가 좀 고프고, 그리고 조금 더 외로웠던 것 뿐일 겁니다.

그걸 알아차린 게 꼬맹이 뿐이었던 거죠. 


이제 이 집의 고양이들처럼 검둥개도 당당한 식구가 될 것만 같군요.

더 이상 아무도 놀래키지 않고,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을 테지요.

검둥개는 무서운 녀석이 전혀 아니었거든요. 

꼬맹이의 용기를 식구들도 배웠을 거예요. 



이 책은 여러모로 "벽 속에 늑대가 있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벽 속에서 나타난 늑대 때문에 혼비백산했던 집안 식구들의 과장된 반응이 생각나요. 사막으로 갈 것인가 우주로 갈 것인가 떠들어 댔었죠. 결국 용기있는 딸 아이 때문에 식구들은 늑대를 쫓아내고 자신들의 집을 되찾습니다. 


레비 핀폴드가 그려낸 검둥개는 여러모로 '두려움'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커다란 개일 수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나만의 무엇일 수도 있어요. 이 집의 꼬맹이만이 두려움을 잊었던 건 어쩌면 가장 어리기 때문에 세상에서 얻은 선입견이나 편견의 부재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득, 내 안의 두려움과 공포, 고백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떠오릅니다. 과거의 기억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며, 부모 가족이기도 한 내 안의 검둥개들 말이지요. 검둥개와 화해하는 방법을, 친구가 되는 비법을, 꼬맹이로부터 저도 좀 배워야겠습니다. 도망갈 곳도 없는데 숨어 있기는 싫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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