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교실 1 세미콜론 코믹스
우메즈 카즈오 글 그림, 장성주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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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를 보지 못하므로 공포소설이나 공포만화를 좋아할 리 없다. 그런데 이 작품이 출간되었을 때 사람들이 보여준 반응이 흥미를 자극했다.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길래 이렇게 격찬을 할까 싶었다.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책을 읽게 되었다. 오, 놀랍다. 다 읽고서 더 놀라웠던 건 이 작품이 출간된지 40년이 넘었다는 것이다. 그림체가 좀 옛날 식이고 지저분한 게 소년만화 느낌이 가득하다 정도였는데 이렇게 오래된 작품일 줄 몰랐다. 


어느 날 갑자기 큰 폭발이 일어나고 학교가 송두리째 사라졌다. 학교 바깥 사람들 입장에선 학교가 사라진 거지만 학교 안에 있던 학생들 입장에선 자신들을 둘러싼 세상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알고 보니 자신들은 폐허로 변해버린, 지구 멸망 단계의 미래에 가 있었던 것이다. 모두 합해서 862명의 사람들이었다. 그 학생들이 통째로 사라졌다. 일본 내에 있던 사람들의 혼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학교 안에 있던 사람들의 공포는 더 무시무시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 앞에서는 어른이거나 교사인 것이 큰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그들 모두 나약한 인간일 뿐! 오히려 이런 끔찍한 현실 앞에서 보다 이성적이고 보다 냉정해질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또 여기서 함정이 있다. 어른들만 극단적인 상황 앞에서 이기적이고 잔인한 존재로 변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초등학생에 불과한, 열살 남짓한 아이들이 보여주는 폭력의 양과 질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몇몇의 위험한 순간을 넘기고, 또 그만큼의 희생을 치른 뒤에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서 애를 썼다. 투표를 통해서 학교의 대통령을 뽑았고 장관도 선출했다. 그리고 위기가 닥쳤을 때 똘똘 뭉쳐서 적을 막기 위해 애를 썼다. 괴물 벌레를 퇴치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만든 무기의 역동성에 깜짝 놀랐다. 미래가 아니라 서바이벌 지옥 훈련을 받아도 거뜬히 살아남을 것 같은 아이들이다. 


11권이나 되는 책을 3권으로 합본해서 낸 것인데 그 바람에 책이 지나치게 두껍고 무겁다. 800쪽이나 되는 책을 들고 보자니 손목이 아프다. 그런 사소한 불편함을 빼면 놀라운 작품이다. 뒤이어서 바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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