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속에 7
강경옥 지음 / 애니북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전쟁은 점점 커져 갔고 여왕은 기레스와 비밀리에 만났다. 젊은 시절 연인이었으나 결코 맺어질 수 없었던 두 사람. 여왕은 기레스가 자신을 죽일 수 있을 거라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기레스는 여왕이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결코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좀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지금껏 모든 증오의 표적으로 여기던 상대가 자신의 핏줄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갑작스럽게 사랑한다는 감정이 생길 수 있는 걸까? 대신 죽을 수 있다는 건 인정하겠다. 그러나 사랑도? 대신 죽을 수 있으니 사랑한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렇게 보면 납득 못할 것도 아니지만 감정의 보폭이 너무 급작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아시알르가 고작 열다섯이었다. 이제 열여섯이 되었지만, 그녀의 여왕 자리에 대한 집념과 신념, 그리고 전쟁을 결정하는 단호함 등을 생각할 때 당황스러웠다. 신분 사회에서 왕족들이란 으레 일찍 성숙해지는 법이기도 하지만, 이런 순정만화에서는 대체로 주인공들이 너무 어린 경향이 있다. 순정만화 뿐이랴. 에반게리온이나 최종 병기 그녀에서 보더라도 지구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는 주인공들은 꼭 십대 소년이거나 소녀였다. 나이 먹은 성인으로서 생각해 보니 쫌! 불만스럽다. 흥!


시리아젠느에겐 또 다시 가혹한 시련이 시작되었다. 지구에서 평범하게 살 때는 누구보다 행복했던 그녀인데, 카피온이 그녀의 세계에 들어서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우주에 발을 들여놓았고, 절박하게 가져야 했던 초능력은 그녀가 짐작하는 것 이상의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를 원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녀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야 했고, 거대한 힘을 가진 결과 많은 사람을 죽이게 되었다. 그녀의 존재는 원치 않아도 전쟁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런데, 그럼에도 그녀는 이곳을 떠날 수가 없다. 그게 신의 결정인지, 그녀의 운명인지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그러나 그녀는 살아 있고, 카라디온은 전쟁을 선포했으며, 그녀는 이 싸움을 끝내야 한다. 그러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하나 위안이 되는 것은, 그 고통스러운 과정에서 줄곧 그녀 곁을 지킨 레디온의 존재다. 늘 억압과 복종의 세월만을 살아온 그에게 스스로 자신이 섬길 군주를 정하고, 그 곁을 지키면서 충성을 넘은 사랑의 감정에 솔직해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 어마어마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이라젠느를 유일하게 일으킬 수 있고, 또 버틸 수 있게 한 단 하나의 존재. 두 사람이 애틋할수록 마지막을 아는 독자로서는 안타까움이 더 커진다. 아, 이거 2부 쓰실 생각 없나요, 강경옥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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