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속에 4
강경옥 지음 / 애니북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시이라젠느는 초능력의 각성을 바라면서 성역에 들어갔다. 막을 수 없었기에 동행했던 레디온은 그 바람에 나안 행성에 종신 유형을 가게 되었다. 유배지에서 오히려 평안해진 얼굴을 한 레디온. 레디온이 무사히 카피온으로 돌아가려면 각성한 시이라젠느가 돌아와야겠지만 그녀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동시에 일어난 큰 지진으로 제1왕녀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나빠졌다. 이때를 놓칠 아시알르의 정치 감각이 아니다. 때마침 카라디온에서는 여왕의 직계 왕녀와의 국혼을 요구해 왔다. 거절할 경우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협박도 했다. 천연 공기가 아닌 인공 공기를 쓰는 카라디온에서는 농산물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 최근에 그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먹거리의 자급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패셔니스트로 보이는 카라디온의 에라스톤 왕. 컴퓨터가 선정한 가작 '적합한' 왕이다!)


여왕은 딜레마에 빠졌다. 직계 왕녀라면 아시알르만 남았는데, 시이라젠느가 부재한 이상 그녀는 다음 대 여왕이 되어야 한다. 여왕을 카라디온의 왕비로 내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전쟁을 할 수도 없다. 이 난감한 때에 아시알르는 또 특유의 정치 감각을 발휘한다. 가짜 시이라젠느를 내세워서 직계 왕녀로서 카라디온에 시집을 보내는 것이다. 검은 머리 또래 여자아이를 구해서 질을 시켜서 기억을 지워버리고, 성역에서 살아왔으나 기억을 잃은 것처럼 위장해서 카라디온으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당시 처한 입장에서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언니를 제거하고 여왕이 되고 싶은 아시알르의 속마음을 알고 있으니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한편 성역에 들어간 시이라젠느는 그곳에서 뜻밖의 인물과 마주한다. 얼굴이 아닌 음성으로, 마치 넋이 남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사념같은 헤인 베기스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는 레디온의 아버지로서 시이라젠느를 지구까지 피신시켰던 인물이다. 성역은 지구와 카피온의 연결 통로였다. 아무리 뛰어난 초능력이라 할지라도 103만 광년을 뛰어넘는 텔레포트란 말이 안 되니까. 


시이라젠느는 다 버리고 지구로 가고 싶었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게다가 갈 수 있는 방법까지 있다면 두번 망설이지 않으리라. 그러나 통로는 연결되어 있어도 시간까지 그렇지는 않다. 돌아간 지구가 만약 공룡들이 살고 있는 시대라면, 혹은 핵전쟁 이후 멸망해 버린 지구라면... 모두 끔찍하지 않은가. 결국, 그녀의 선택은 여전히 이곳이 될 수밖에 없다. 이곳 카피온에 올 때부터 정해진 대로 여왕이 되어야 한다. 


아르만도 아시알르만큼이나 정치적인 인물이다. 그가 아시알르를 원하는 것은 그녀가 다음 대 여왕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마음 속에 시이라젠느가 자리하게 되었다. 여왕의 부군 자리를 포기할 마음도 없으면서 시이라젠느도 포기하기 싫은 그의 이기적인 마음에 질린다. 이런 부분이 제 아비를 쏙 빼닮았다. 둘의 사랑은 하나같이 이기적이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다. 욕심이 가득하다. 물론, 나중에 가면 아르만은 달라지지만... 

(카피온의 왕녀와 카라디온의 왕이 나만 행성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가짜 시이라젠느라서 표정도 없다.)


인물만 본다면 카라디온의 왕 에라스톤도 꽤 미모롭고, 아르만도 훌륭하다.(난 원래 만화 속 금발 남자를 좋아하니까~)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미모를 자랑해도 레디온이 가장 좋다. 읽으면서 갑자기 깨달은 건데, 레디온은 내 소설 속 전조 캐릭터와 꽤 겹친다. 그리고 '마노아'가 등장하는 내 소시적 습작 소설의 설정이 카피온과 카라디온과 무척 닮아 있다. 몰랐는데, 무의식 중 그 설정이 자동 세팅되었나 보다.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이런 게 자신도 모르는 표절이 가능해지는 이유가 아닐까. 물론 초능력자의 등장이 강경옥 샘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 영향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긴, 그때라면 내가 별빛속에를 읽고 약 3년 정도 지난 시점이니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 후 또 16년이 지났으니 까맣게 잊을 만도 하다. 하하핫, 이 몹쓸 기억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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