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속에 3
강경옥 지음 / 애니북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카피온에 도착해서의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12년 동안 찾아 헤맨 왕녀라지만, 모두가 그녀의 출연을 반가워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친어머니 여왕은 아주 잠깐 얼굴만 보고 다시 나가라고 했다. 신파스런 연출을 기대한 것은 아닐 테지만 시이라젠느는 실망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시알르와의 만남. 시이라젠느가 등장하면서 여왕 자리를 못 갖게 될 위협에 빠진 그녀는 자신의 언니를 경쟁상대로만 본다. 줄곧 얼굴 한번 보지 못한 가상의 대결 상대가 지금 눈앞에 있고, 게다가 왕녀다운 초능력 하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 아시알르 입장에서는 우스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주인공은 늘 대기만성형으로 능력을 나중에 깨우치기 마련이니까!

(엄청난 미모를 자랑하는 왕녀 아시알르. 그러나 눈만 너무 커... 비례도 좀 어색하고...;;;)


카피온의 언어는 제법 일찍 깨우쳤다. 그러나 초능력 훈련은 제자리였다. 한달동안 아무 진척도 없었고, 그 한달 동안 시이라는 본래 임무로 돌아간 레디온을 기다렸다. 명령을 내리면 찾아오겠지만, 그런 만남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늘 그의 소식을 묻지만 찾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시이라젠느는 깨닫고 말았다. 지구에서부터 줄곧 좋아했던 그 마음이 이제는 사랑이 되어버렸음을. 괴로움은 여기서 시작된다. 레디온은 그녀에게 증오의 대상이다. 그가 나타나서 그녀의 평범한 삶이 깨졌다. 지구에서 소중했던 모든 것을 잃고 낯선 행성 카피온으로 오게 되었다. 그 레디온이 알려준 목표는 여왕이 되는 것이었다. 여왕이 되어야 자신의 가족을 죽게 한 모든 이들에게 복수할 수 있었다. 그 대상에는 레디온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 한달 만에 백기를 든 그녀. 제2계급이 받는 훈련 종목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훈련교관은 레디온을 지목했다. 

(하프하면 역시 미카엘이지! 둘 다 금발 미남이지만 성격은 정 반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미카엘의 성격은 별빛속에 레디온 과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헌신적이구나. 그러다가 헌신짝 된다..ㅜ.ㅜ)


카피온과 그 위성 카라디온은 독특하다. 카피온은 초능력자 계급이 있고, 카라디온은 엄청난 과학의 발전으로 자치를 인정 받았다. 과학이 발달한 곳이지만 이곳 카피온에는 '성역'이라는 게 있고, 신의 노여움을 두려워한다. 시이라젠느가 어려서 지구로 보내진 것도, 왕족이라면 으레 갖고 있어야 할 금발 머리에 초록 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그녀가 그곳에 불온한 기운을 가져온다고 선동한 것은 아르만의 아버지 기레스였다. 그리고 그 기레스에 의해 시이라를 키워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러니 기레스는 원수, 아르만은 원수의 아들 되겠다. 

(저 팔랑거리는 머리 스타일은 내가 아주 싫어하는 스타일. 묶어라도 주면 좋겠는데 꼭 나풀나풀~ 전투력에 안 좋아...;;; 그렇지만 옷차림은 마음에 든다!)


과학과 신탁 같은 부조화 속 조합처럼, 옷차림도 그렇다. 그리스 로마 풍의 하늘하늘 옷을 남녀 모두 입고, 머리카락도 남녀 모두 부담 없이 길고, 남녀 모두 귀걸이도 하고 머리 장식도 한다. 그렇지만 또 신발은 군화 차림! 나름 언발란스 패션이랄까. 그게 잘 어울린다. 펜선이 지나치게 두껍고, 부담스럽게 큰 눈 등은 불만이지만, 강경옥스러운 그림체가 있다. 그리고 표정이 다양하진 않지만, 깊은 배려를 지닌 레디온의 아우라는 무시할 수가 없다. 


재밌었던 건 작품 속에서 등장한 1999년 지구 멸망설이다. 이 작품이 1987년에 시작했다. 그 당시에 1999년은 아주 아득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로부터 다시 14년이 지났다. 지구 멸망설이 아득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흘렀다. 하하하핫, 세월이 무상하다.ㅜ.ㅜ


아무튼, 지구는 그때 멸망하지 않았고, 2012년에도 멸망하지 않았고, 다만 올여름 미치도록 더울 뿐이고, 그렇게 25년도 더 지난 작품을 지금 다시 재밌게 읽고 있다. 시간은 흘렀어도 명작의 포스는 여전한 법! 계곡에 발은 못 담그고 있지만 추억의 만화 속에 풍덩! 빠져보련다. 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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