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속에 2
강경옥 지음 / 애니북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카피온의 제1왕녀 시아라젠느는 성인이 되어갈 시점에 특정한 주기를 가지고 파란색 피로 변한다고 했다. 신혜의 집에 잠시 머물렀던 사라는 바로 그 시이라젠느 후보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었지만 결정적으로 '파란 피'를 보여주지 못해서 진짜로 인정받지 못하고 유보상태로 지냈다. 그럼에도 시이라젠느 후보를 제거하러 오는 여러 일당들에게 공격을 받았고, 그럴 때마다 신혜 역시 같이 위험에 빠졌다. 레디온은 카피온에서 제2계급에 속하는 인물이지만 '초능력'의 지수로는 거의 갑이지 싶다. 무려 12년 동안이나 찾아 헤맨 시이라젠느를 데려오는 임무를 그가 맡은 걸로 보아도 그렇다. 하긴, 내 기억이 맞다면 시이라젠느를 지구로 피신시킨 건 그의 아버지일 것이다. 대를 이어 카피온에 엄청난 충성을 보여주는 부자 사이다. 

(지구에서 만난 혼 아르만. 아르만도 초기에는 무지 촌스러웠구나. 뒤로 갈수록 자연스러워지네. 당연하지만...)


문제는 사라가 아니라 신혜였다. 파란 피를 본 것이다. 어느 순간 다시 빨간색으로 돌아가서 잘못 봤다고 여겼는데 아니었다. 카피온에서, 그리고 카라디온과 기레스 일파 등등이 동시에 찾고 있는 왕녀는 신혜였다. 그리고 하필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에 폭발이 일어났고 레디온은 자신의 의무대로 시이라젠느, 그러니까 신혜를 구했다. 사라는 죽고 말았다. 그녀를 포함해서 시이라젠느 후보에 속하던 검은 머리 십대 후반의 여자 초능력자들이 모조리 죽었다. 그들은 살아 있었어도 카피온에서 실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그것도 하나의 '배려'에 속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죽음에 이들의 책임이 지대하니 언짢지 않을 수가 없다. 신혜가 반감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사라를 잃은 슬픔에 빠져 있을 수가 없다. 연이어 아빠가, 그리고 이모에 친구 동훈이까지 연달아 죽고 말았으니. 


신혜가 받은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아빠를 잃은 슬픔도 큰데 알고 보니 자신이 주워온 아이였고, 그 바람에 아빠의 형제들이 재산 싸움을 했다. 자신을 데려가거나 혹은 제거하려는 임무를 가진 외계인들 때문에 키워주신 이모가 돌아가셨고, 친한 친구도 눈앞에서 죽었다. 아무리 버티려고 해도 신혜는 지구에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엔 그녀 스스로 지구를 떠나겠다는 말이 나왔으니......


가혹한 일이다. 고등학교 2학년, 이제 만 17세의 소녀가 감당하기엔 벅찬 운명이었다. 그리고 지구를 떠나는 그녀를 기다리는 새로운 운명은 더 기가 막히다.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떠나는 것도 낯설고 무섭고 힘이 드는데, 그녀는 103 광년 밖의 우주로 떠났다. 그토록 다가가고 싶었던 우주 한 가운데로, 그토록 뛰어들고 싶었던 별 속에 빠져들었지만 이건 그녀가 원했던 세계가 아니다. 소녀를 둘러싼 온 우주가 변했다. 친 엄마, 친 자매를 만나게 될 테지만 그 가족 속에서 그녀가 안식을 찾을 수 있을런지... 


그리고 절대 우군, 절대 충성, 그리고 절대 사랑 레디온의 진가를 시이라젠느는 아직 모른다. 모를 수밖에 없고, 알아도 몰라야 했다. 그녀는 지금 이 모든 슬픔에 대한 방패막이, 변명거리가 필요하니까. 그리고 레디온이라면 기꺼이 감수할 테니까. 


지구와 다른 중력에서 살던 이들이 지구에서 움직이느라 중력 조절 벨트를 차고 있는 것, '질'이라는 인물은 모든 세포를 베껴서 닮을 수도 있고, 통과할 수도 있다는 설정 등이 마음에 들었다. 라비헴 폴리스도 그렇고, 강경옥 샘은 SF에 참 관심이 많은 듯하다. 덕분에 독자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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