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지 - 유키 카오리 단편시리즈 5, 완결
유키 카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유키 카오리 단편집 다섯번째 작품 '네지'다. 확실히 시간 차가 있어서인지 '카이네' 보다는 훨씬 낫다. 그래도 작가의 이름에 대한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초능력자가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현실에선 만날 수 없는 이런 비일상은 얼마나 짜릿한가. 슈퍼 히어로물이 괜히 인기가 좋은 게 아니잖은가. 

그러나 그 평범하지 않은 것 때문에 SF물은 좀 더 촘촘한 이야기를 요구한다. 단순히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설정만으로는 독자를, 관객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이 작품을 그릴 때의 배경이 1992년이었나 보다. 냉동인간이 되어 2033년으로 보내지면서 초능력이 생겼고, 그 바람에 생체 실험 대상에서 정부 산하 킬러로 깨어날 수 있게 된 네지. '네지'란 일본 말로 '나사'란 뜻이다. 


1992년이면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전이니 작품이 촌스러운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20년 뒤일 2033년. 어휴, 20년 뒤의 세계까 이런 꼴로 변한다면 정말 끔찍하리라. 디스토피아적 작품은 아주 많다. 근래 개봉한 설국열차도 결국 디스토이파적 지구를 말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 미치도록 더운 폭염을 떠올라도 지구의 미래가 그리 밝아보이진 않는다. 뭐, 인간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지만.


과학은 분명 더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발전은 오히려 인간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CW-7이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다가 오히려 빙하기를 불러온 것처럼.


그러나 이런 절망적인 미래 사회에서 항상 휴머니즘이 등장한다. 초능력이라는 어마어마한 정신 능력을 악용하려는 사람에 대항하는, 파괴된 인간성을 안타까워하며 사람으로 살다가 죽고 싶어하는 사람이 꼭 나타난다. 우리 사는 세상에도, 필시 그럴 것이다. 디스토피아를 기다리진 않지만, 그런 세상 속에서도 인간의 인간됨은 꼭 남을 거라고, 근거 없는 낙관을 해본다. 


좀 전에 읽은 '카이네' 보다는 나았지만 이 작품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래도 한번은 읽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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