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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신부 - 뉴 루비코믹스 1040
히하라 마리코 글, 아마네 유키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사막의 신부'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은 딱 할리퀸 문고다. 미남 재벌에 강인한 근력까지 가진 남자 주인공에 신데렐라 콤플렉스 가진 여주인공이 만나서 연애하는 이야기. 이 책은 거기서 여주인공을 남주인공으로 살짝 바꿨을 뿐이다. 남자 주인공은 모두 사막에 사는 사람들이다. 족장이거나 어느 나라의 황태자 정도쯤 된다. '석유왕'이라는 별명은 그들의 재력을 보여준다. 아랍 인물답게 구리빛 건강한 피부를 자랑하고 다들 '마초'스럽다. 또 다른 남자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예쁘장하게 생겼다. 말 조련사는 거의 소년처럼 보였고, 엘리트 의사는 샌님 스타일이지만 똑똑하게 가는 선을 가졌고, 호리호리 날씬한 체형의 표제적 사막의 신부 주인공은 무려 정보기관 특수요원이다. 여자처럼 가녀리게 생겼지만 특수요원답게 무술의 달인이다. 그런 인물들도 사막의 마초남 앞에서는 모두 한떨기 꽃처럼 변해버린다. 하하핫, 쓰면서도 좀 웃기다. 그러니까 이런 작품들은 그런 모든 막장드라마스러운 뻔한 설정들을 알고서도 봐주고, 알면서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그런 작품 되겠다. '사막'이라는 설정은 워낙 극한의 공간이기도 하며 미지의 세계이기도 하고, 모르는 만큼 동경하게 되고, 거친 만큼 아름다운 공간이기도 하다.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에서 사랑이 언제나 아름답고 근사한 것처럼. 드라마에서도 주인공들은 재벌이거나, 재벌에 준하는 재력가이고, 직업들도 모두 잘 나가는 군에 속한다. 사막의 남주인공이 사막의 황태자가 아니라 사막의 건설 노동자인 법은 없다. 그런 건 현실적인 이야기이지 욕망과 환상을 자극하는 조건이 되지 못하므로. 비현실적이라고 욕할 필요도 없다. 막장드라마가 왜 시청률이 좋은데. 욕하면서도 즐기는 것 아닌가. 나도 그렇다. 코웃음 나게 만들지만 그런 재미로 본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그림은 꽤 매력적이라는 것.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따로 있던데 그림 작가 쪽에 좀 더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래도 어제 읽은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는 작가의 다른 작품을 챙겨보고 싶어졌는데 이 책은 그 정도는 아니다. 소모적인 독서였지만, 그 자체로 충분하다.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