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야네 목장은 맨날 바빠! - 목장 농부 일과 사람 7
조혜란 글.그림 / 사계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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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시리즈 중 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목장 농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2012년 작인데, 당시 출간 예정 도서로 20권의 책을 나열하고 있다. 현재 나와 있는 게 14권으로 뒤에 출간될 것으로 예정하고 있던 뮤지컬 배우와 채소장수가 먼저 나왔고, 사이사이 출간 예정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먼저 준비된 작품들이 번호를 당겨서 출간됐나 보다.
조카에게는 이 시리즈가 거의 다 있는데, 없는 번호가 세권인가 네권인가 있었다. 그 없는 것들 중에서 내 눈길을 끈 게 '노야네 목장은 맨날 바빠!'였다. 아마도 이름 때문인가 보다. 내 닉네임이 '마노아'이고, 친한 지인들은 모두들 나를 '노아'라고 부르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 이름이 '노야'니까.^^

학교에 다녀오는 노야를 온 집안 식구들이 반겨준다. 모두들 집이나 집주변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조카들은 집에 돌아왔을 때 이모가 있으면 무척 반가워 한다. 특히 둘째 조카 다현 양이. 재택 근무하면 아이들은 이런 점에서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보고 싶은 사람을 저녁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볼 수 있으니~

식구들만 노야를 반겨주는 건 아니다. 노야네 목장에는 젖소들도 아주 많이 있으니까~ 이름들도 정겹다. 먹순이, 허연이, 점순이 등등~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우유를 한잔 마시는 노야. 어휴, 이건 무척 부러운 일인 걸. 한참 자라는 아이들이 집에 있다 보니 우유 소비량이 장난 아니다. 안 그래도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 우유값도 가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젖소들을 직접 돌보고 싶은 노야는 학교에 체험 학습 신청서를 냈다. 이제 보름 동안 집에서 어른들과 함께 소를 돌볼 예정이다. 우와 보름이라니! 도시에서는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숫자다!

몸이 까만 먹순이의 눈망울이 참으로 순하다. 날짜표를 보니 2006년 생이다. 이 책이 작년에 나왔으니 60개월 조금 넘는 숫자만큼의 나이를 먹었다. 젖소들은 평균 몇 살까지 살까? 검색해 보니 12년 나오는데 정확한 수치인지 모르겠다. 지식인 답변인지라... 아무튼, 맞다고 생각하고 계산한다면 먹순이는 꽤 나이가 많은 소가 되겠다.

노야가 가장 좋아하는 소 먹순이. 노야는 먹순이가 풀을 씹어먹는 걸 볼 때면 자신도 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소가 뭘 먹는 걸 직접 본적은 없지만, 되새김질 한다는 것쯤은 안다. 배 속에 위가 무려 네 개나 있는 소이니, 소화불량은 걱정 안 해도 되겠다. 몇 번이나 되새김질 해서 잘게 부술 떼니까.

노야네 목장의 젖소는 모두 29마리다. 먹순이는 하루에 젖을 20리터나 만들어 낸다. 평균 값으로 계산해 보면 하루에 580리터를 짜내는 것이다. 목장에서 짠 젖을 바로 가게에서 파는 것은 아니다. 판매하기 위한 공정이 필요하다. 먼저 냉장차에 실어서 우유 공장으로 보내면 신선하고 좋은 젖인지 일단 검사를 하고, 젖에 섞인 먼지도 걸러낸다. 뜨거운 열로 나쁜 균을 없애고 식힌 다음 종이 갑이나 플라스틱 통에 담아 가게로 보낸다. 나 어릴 때는 비닐 팩에 든 우유를 배달해 주었는데... 그게 서울 우유였나, 서주 우유였나.. 서주는 아이스바 였던가? 암튼, 그 비닐에 든 우유 맛있었다. 요즘은 삼각형 모양 비닐 팩에 든 커피우유를 사랑한다. 지나치게 달달한 딸기 우유와 초콜릿 우유는 좋아하지 않지만, 흰우유와 커피우유는 아주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 2교시 끝나면 우유 급식을 먹었는데, 우유 빨리 먹기 시합해서 이긴 기억도 난다. 하하하....

예전엔 노야네 목장도 우유 공장에 소젖을 팔았는데, 우유 공장은 소젖을 딱 정해진 양만큼만 가져갔다. 노야네 젖소들은 그보다 많은 젖을 냈는데 말이다. 젖이 덜 필요하면 덜 짜내면 좋겠지만 젖소 사정이 어디 그런가. 날마다 짜야 하고, 날마다 많이 남는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별수 없이 할머니는 우유로 맛있는 간식을 만들게 되었다. 우유로 만들 수 있는 대표적인 유제품으로 버터, 치즈 요구르트가 있다. 우유갑에 우유를 반만 넣고 한참 동안 마구 흔든 다음, 우유갑 벽에 얇게 붙은 버터를 긁어내면 고소한 버터가 완성된다고 한다. 우와, 이건 꽤 많은 에너지를 요해 보인다. 힘들겠다.ㅜ.ㅜ

치즈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쉬워 보였다. 우유에 소금을 넣고 끓이다가 보글보글 끓어오를 때 불을 끄고 식초나 레몬즙을 넣으면 몽글몽글 뭉치는데, 보자기에 받쳐서 꼭꼭 눌러 물기를 빼면 치즈 완성이다. 오, 소금이 들어가서 짭짜름 했구나!!

요구르트는 보다 간단하지만 시간은 많이 걸린다. 그릇에 따뜻한 우유와 요구르트를 넣고 잘 섞은 다음 밥솥에 넣고 보온 단추를 누른다. 40분쯤 지나면 보온을 끄고 가만히 둔다. 그대로 8시간 기다리면 새콤한 요구르트 완성! 다 만들어진 요구르트를 차게 식혀서 꿀이나 잼을 섞으면 그게 바로 요플레가 되는 거지!

언니가 갖고 있는 주방기기 중에 요구르트 제조기가 있다. 밤에 자기 전에 버튼 눌러놓으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플레인 요구르트가 완성되어 있다. 그러면 딸기잼을 섞어서 먹는데 아주 맛나다. 식빵을 구워서 발라 먹으면 또 맛있다. 우유 좋아하는 나는 요플레도 아주 좋아한다. 플레인은 심심하지만, 그래도 유제품은 다 좋아하는지라 그것도 역시 즐긴다. 아, 자꾸 요플레 먹고 싶어지네....

요구르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내친김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구르트는 만들기로 할머니와 노야는 뜻을 모았다. 학교로 돌아갈 날짜는 한참 남아 있으니 노야의 도전은 끊길 염려도 없다.

할머니는 요구르트를 대량으로 만들되 맛있게 만드는 법을 연구하셨다. 요구르트 제조에 꼭 필요한 건 우유, 젖산균, 따뜻한 온도다. 노야는 맛을 보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전기밥솥에 넣어두고 너무 오래 보온을 해버리면 순두부처럼 익어버린다. 너무 뜨겁게 하면 곤란! 포도즙도 넣어 보고 사과즙도 넣어 봤다. 과일즙을 너무 많이 넣으면 묽어지고 만다. 적절한 양 조절은 필수! 전기 오븐에 넣고 3시간도 기다려 보고 7시간을 관찰하기도 했다. 입맛에 딱 맞는 발효 시간을 찾기 위해서였다. 심혈을 기울인 실험 끝에 가장 맛있는 요구르트를 드디어 만들어 냈다. 바로 사과즙을 넣은 요구르트다!

기어이 최고의 맛을 찾아냈는데 노야네 식구만 먹고 끝낼 수는 없는 것!
할머니는 큰 통에 요구르트를 만들어 여러 친척 집에 보냈다. 하루면 도착하는 놀라운 우리나라 택배 서비스가 큰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다.
친척 집 뿐아니라 이웃집에도 맛을 선보였다. 모두들 맛있다며 아주 좋아했다. 공짜라서가 아니라 정말 맛있을 것 같다. 사과맛 요구르트라니!!

여기서 끝나지 않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박람회에도 다녀오셨다. 그곳에서 연 시식회에서도 요구르트의 반응은 끝내줬다. 너무 무리한 일정으로 할머니가 잠시 자리 보전을 하시긴 했지만 희소식이 들려왔다. 요구르트 주문이 들어온 것이다. 아픈 할머니가 기운 차리고 벌떡 일어나게 만들만한 소식이 아닐까.

친척들과 이웃들도 모두 맛있다며 사먹고 싶다고 했다. 어떤 식품 회사는 아주 많이 주문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할머니 혼자서 만들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그래서 노야네는 공장을 짓기로 했다. 요구르트를 대량 제조할 수 있는 공장 말이다.그렇게 해서 공장을 운영한 지는 벌써 일년이 되었다. 안 그래도 바빴던 노야네 집이 얼마나 더 바빠졌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자 이제 노야네 목장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살펴 보자.
목장에서 소를 돌보는 일은 할아버지가 전담하신다. 먹이도 주고, 소들이 노는 운동장도 청소한다. 소똥으로 거름도 만들고~
소들이 노는 '운동장'에 눈길이 간다. 사람도 좁은 집에서 갑갑함을 느끼듯이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소는 체격도 아주 크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공간도 넓다. 그런 소를 따닥따닥 붙여놓고 풀이 아닌 사료, 그것도 동족을 갈아 만든 사료를 먹이니 미친 소가 나오는 게 아닌가.

할아버지는 아픈 소가 생기면 바로 달려가신다. 새끼를 낳을 때는 산파 역할을 해주시고, 절룩이는 소가 있으면 바로 치료를 해주신다. 배탈이 난 소에게는 붙잡아 두고 약을 먹이신다. 할아버지는 젖소들에게 의사샘과 마찬가지다.

소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소들이 놀고 쉬고 자는 운동장에는 왕겨를 깔아준다. 소똥을 바로바로 치워주지만 일주일이 지나면 다시 더러워진다. 그러면 왕겨를 싹 걷어내고 깨끗한 겨를 새로 깔아준다. 깨끗한 환경에서 지내는 소들이 행복해지면 젖도 더 잘 나오고 더 영양가 있지 않을까?

할아버지는 소똥과 왕겨를 섞어서 헛간에 쌓아 두신다. 이렇게 하면 역시 영양가 높은 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뭐, 냄새는 아주 대단할 테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거름은 노야 아빠가 쓰신다. 아빠는 소들이 먹을 풀을 기르시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노야 아빠는 농부라고 해야 할까?
아빠는 트랙터로 밭을 가신다. 그러면 거름과 흙이 잘 섞이고 풀이 뿌리를 잘 내린다.
씨가 골고루 자리잡도록 땅을 곱게 고르고, 씨를 뿌리고 나면 흙을 살짝 덮는다.
그렇게 여섯 달쯤 보살피면 풀이 노야 키만큼 자란다. 세상에! 그렇게 크게 자랄 줄 몰랐다. 소가 먹을 풀이 많이 필요한 곳에서는 이렇게 풀을 재배하는구나!

풀을 거두는 날, 트랙터가 바삐 움직인다. 첫번째 트랙터가 풀을 눕히고 잘게 썰면 두 번째트랙터가 둥글게 만다. 그러면 세 번째 트랙터가 비닐로 꼭꼭 싼다. 오, 시골길 지날 때 논에 쌓여 있던 둥근 비닐이 이거였구나! 오늘 처음 알았다. 그동안 무척 궁금해 했는데, 같이 보던 다른 사람들도 그게 뭔지 몰랐나 보다. 아무도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도시 촌뜨기는 이게 문제다. 당최 농사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ㅜ.ㅜ

그런데 이 비닐 속에 비밀이 하나 있다. 풀이 비닐 속에서 누렇게 익어가면서 발효가 되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비밀은 젖산균이다. 요구르트에 넣는 그 젖산균을 비닐 속에 넣었던 것이다.
잘 익은 풀이랑 마른풀이랑 볏짚과 영양제를 섞어서 소들을 먹인다. 풀을 먹은 소는 맛있는 젖을 내고, 똥을 눈다. 그 똥이 다시 거름이 되어 풀을 잘 키우고, 소를 살 찌운다. 자연스럽고 친환경적인 순환이다. 버릴 게 하나 없는 노야네 목장 시스템이다.

해드 뜨기 전 할머니는 불을 환하게 밝히고 소젖을 짜신다. 젖 짜는 방에 들어온 소들은 줄지어 서서서는 탱탱하게 부푼 젖을 짜 주기를 기다린다.
할머니는 젖꼭지를 깨끗하게 삶은 헝겊으로 꼼꼼히 닦고는 빨대 네 개가 달린 기계를 젖에 끼우신다. 그리고 탱탱하게 불은 젖이 쪼글쪼글해질 때까지 짠다. 그러면 소들은 시원해 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젖은 저녁에도 한 번 더 짜야 한다. 하루에 두 번은 짜줘야 하니 굉장히 바쁠 것이다.
막내 고모가 시골에서 목장을 하시는데 가족 행사에도 한번 나오시질 못한다. 하루도 자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건비를 따로 쓰지 않는 한 바깥 나들이는 택도 없을 듯하다.

자, 이렇게 짜놓은 젖을 삼촌이 요구르트 공장으로 가져가신다. 요구르트를 만들기 전 먼저 통 안을 깨끗이 세척하는 게 중요하다. 커다란 통 안으로 심지어 직접 들어가서 닦는다. 금방 상할 수 있는 성질의 요구르트니 날마다 깨끗하게 닦는 과정은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우유가 닿았던 기계들도 싹싹 닦고, 우유가 지나가는 길은 뜨거운 물로 소독한다. 노야도 열심히 삼촌을 도와서 일을 한다.

세척이 끝나면 소젖을 큰 통에 넣고 뜨겁게 데워 균을 없앤다. 그림을 보니 통 주변으로 뜨거운 물이 지나면서 우유를 데우고, 찬물이 지나가면서 우유를 식힌다. 우유에 물이 섞이면 안 되니 통은 이중 구조로 되어 있을 것이다.
식는 과정이 끝나면 젖산균을 넣고 다섯 시간을 기다린다. 기계 작업이어서인지 8시간씩 기다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완성된 요구르트는 포장 작업을 통해서 판매용으로 거듭난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와서 요구르트를 병에 담고 상표를 붙이고, 날짜도 찍어서 상자에 담는다. 지역에 일자리까지 창출했으니 노야네 목장과 요구르트 공장은 얼마나 대단한 기여를 한 것인가. 괜히 독자인 내가 으쓱해진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택배 차가 도착한다. 모두들 나와서 요구르트를 차에 싣는다. 이게 액체 종류이니 얼마나 무겁겠는가. 택배 기사님께만 맡길 수는 없는 노릇! 일손을 거드니 일도 빨리 끝난다. 역시 택배 업체까지 일거리를 늘려준 노야네 목장! 지역 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요구르트는 대한민국 곳곳으로 전해졌다. 강화도, 파주, 인제, 강릉, 횡성에도 가고,
태백, 단양, 아산, 안성, 이천, 수원에도 가고~
청양, 공주, 안동, 경주도 지나치지 않는다.
제주도, 진도, 칠곡, 광주, 남원, 전주까지 구석구석 안 가는 곳이 없다.
이 모든 지역들을 소개하면서 해당 지역의 특산물도 같이 등장한다.
초등 고학년 정도라면 사회 시간에 들어보았을 이름들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지역 특산물이 맞는지 그림을 보면서 확인하는 작업이 재밌었다.
역시 어릴 때 배운 게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가 보다. ^^

요리 잘하시는 할머니는 요구르트만 만드시진 않는다. 밭에서 따온 시금치와 단호박, 무화과와 고구마를 가지고 케이크도 만드신다. 우와아!!!!
요구르트 스펀지 케이크는 그 옛날 내가 자주 만들던 밥통 케이크를 연상 시켰다. 한동안 밀가루 가지고 씨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밀가루 언제 떨어지냐고 아우성치던 엄니의 한숨까지....;;;;

시금치 케이크는 어떤 맛일지 잘 상상이 안 간다. 작가님은 아주 맛있다고 쓰셨는데 정말일까? 칼국수 중에 주황색, 초록색 색깔을 낸 면이 있다. 그때 초록색 면발은 시금치로 만든 거라고 들었는데 정말인가? 본연의 맛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다만 초록 빛깔을 내는 정도라면 그 비쥬얼은 또 먹음직스러울지 궁금해졌다. 따끈따끈한 빵을 생각하면 나름 맛있어 보일지도......

단호박 치즈 케이크! 오오오, 내가 좋아하는 메뉴다. 오늘 돌잔치에 다녀왔는데 단호박은 먹지 않았다. 며칠 전에 급식으로 먹었으므로 굳이 배부른 메뉴는 사양한 것이다. 근데 이 밤중에 막 떠오르네...;;;;

옥수수 막대 과자! 과자까지 만드시다니, 할머니는 진정한 마이더스의 손!
무과과 잼 땅콩 과자도 있다. 아, 정말 다채로운 메뉴들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고구마 비스킷도 대령이요~
그야말로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들이 아닌가!
이렇게 만든 것들은 칼로리도 그다지 안 높을 것만 같다. 시판되는 제품들과는 DNA가 다르다! 놀라워라!

그런데 대체 이렇게 많은 케이크와 과자는 왜 만든 것일까?
오늘이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다.
바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젖소와 함께 생활한 지 30년이 된 날이기 때문이다.
이런 날은 젖소와 함께 기념해야 하는 법!
손님들도 초대했다. 요구르트 공장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과 택배 기사님, 그리고 노야네 가족이 모두 모였다. 결국 마을의 이웃들이 뭉친 것이다.
손님들도 센스 있게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그리고 초대한 손님들에게 한껏 준비한 음식들을 내오는 노야네 가족들. 머리에 두른 장식이 꼭 아메리카 원주민을 떠올리게 한다.
손님들만 먹는 것은 아니다. 제일 공이 많은 젖소들에게도 상 주는 걸 잊지 않으신다. 할머니와 노야는 버터와 당근, 감자와 고구마, 사과랑 들깨를 젖소들에게 조금씩 먹였다. 그러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우와, 그런데 소들이 저런 것도 먹는구나. 놀랍다!!!

노야의 학교 친구들도 목장에 왔다. 보름만에 보는 친구는 어쩐지 조금 자란 것 같다. 보다 성숙해진 느낌!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했다. 할머니가 솜씨를 부린 갖은 음식들이 친구들 사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을 것이다. 케이크에 과자에 우유라니! 환상의 조합이 아닌가.

마을 안에서 마을 주민들이 함께 일할 공간이 있고, 함께 음식을 나누며 공부도 하는 이러한 흐름이 참으로 이상적으로 보인다. 요즘처럼 대기업이 지방까지 모두 독식해버린 시스템에서는 지역에서 만들어진 돈이 서울로 그대로 이동하는 게 일반화되어 있다. 뭐 이뿐인가. 지방에서 만든 전기도 서울로 서울로 이동한다. 밀양의 송전탑이 새삼 떠오른다. 공동체가 살아 있는 노야네 목장과 공장, 그리고 마을 공동체의 모습이 정겹고 훈훈하다.

이야기가 끝나고 난 뒤 책 속 이야기이다.
요구르트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살펴주었다. 사막의 유목민들이 우연히 발효된 우유를 알게 된 게 그 시작이었다. 몽골 관련 책들을 보면 우유를 이용한 엄청나게 다양한 유제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유제품 아니어도 우리와 무척 비슷한 식생활을 찾을 수 있는데 그걸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추천!!

우리나라는 유난히 발효 음식이 발달한 편이다. 또 어떤 발효 음식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힌트는 우리가 아주 자주 먹는다는 것!!

소에 대한 이야기도 실었다. 일하는 소 하면 황소! 젖을 내주는 젖소! 고기를 내주는 육우가 그것들이다. 도무지 버릴 게 없는 소에 대해서도 얘기해보면 좋겠다. 가죽과 뿔, 심지어 피까지! 정말 알뜰하게 소를 사용하는 인간들이다. 이게 소한테는 좋은 게 아니겠지? 채식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쩐지 좀 미안하긴 하다.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동물들이 편안함을 느끼게 해줄 만큼의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 동물들 역시 깨끗한 환경을 좋아하고 맛있는 걸 먹고 싶어한다. 소만 그런 게 아니다. 다른 동물들도 그렇다. 뭐, 인간도 당연히 빠질 수 없고!

나 역시 계속 혼자 자버릇 하니까 이제 누구랑 방을 같이 쓰지는 못할 것 같다. 나보다 훨씬 훨씬 몸집이 큰 소들은 오죽하겠나. 그런 면에서 노야네 목장은 참으로 훌륭하다!

마지막에 작가님 이야기도 나왔다. 꽤 긴 편인데 그림 그려지듯이 아주 자세하게, 생동감 있게 이야기에 전달되었다. 작가님 글솜씨가 끝내줍니다! 작품으로 뭐가 있나 살펴보니 내가 읽은 책들도 꽤 됐다. 어쩐지 더 반갑다.^^

도움 주신 분들 이름도 나오는데 취재를 간 목장 이름은 '평촌 목장'이다. 그리고 세상에! '신노야'라는 이름도 있다. 목장집 사람인가 보다. 진짜 노야 씨는 이 책을 보고 얼마나 기뻤을까. 노야 씨가 아이인지 어른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또 괜시리 반갑기만 하다. 나랑 이름이 비슷해요. 아주 많이!!

책의 양장본 표지 안쪽 그림이다. 시작할 때의 그림은 밑그림 정도인데, 뒷장의 안쪽에는 정확한 위치까지 이름을 써가며 적어주었다. 작가님 스케치 밑그림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뭐 보라고 실어주신 거겠지만, 쫌! 반가웠다.^^

노야네 목장은 무척 바쁘다. 다들 자기가 해야할 몫이 있고, 그게 서로 맞물려서 잘 굴러가기 때문에 바빠도 여유가 있고 활기차며, 무엇보다도 영양가가 있다. 가업을 이어서 기업을 이끄는 것도 마음에 들고, 식구들이 얼굴 붉히지 않고 협업하는 것도 보기 좋다. 아이가 보름이나 집안 일을 거드는데 학교 가서 공부하라고 내쫓지 않은 것도 흐뭇했다. 살아있는 교육을 현장에서 직접 배우는데 어딜 가라는 말인가. 이런 게 참교육이지!

'일과 사람' 시리즈는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그 일의 속성을 편안하고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일과 사람에 대해서 설명하지만, 그 속에서도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다가가기가 쉽고 일과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도 보다 쉽고 재밌다. 즉 재미와 정보를 함께 제공해 주니 얼마나 좋은 시리즈인가.
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사계절은 '기획'에 있어서는 늘 발군이었다. 이 책도 그렇다. 우리 조카의 책장에도 시리즈로 묶여서 꽂혀 있는 것도 그 증거다. 한 번 사면 이어서 계속 사게 만드는 놀라운 힘! 그리고 독자를 만족시키는 놀라운 저력!

조금 묵혀 두었다가 8월 조카 생일에 선물로 줄 생각이다. 가족들이 목장 체험이나 견학을 다녀올 수 있다면 더 좋겠다. 나중에라도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조카는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반가워할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일 테고. ^^
유익한 독서였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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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4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25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30 05: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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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30 1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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