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밍의 두 번째 설날 가로세로그림책 9
엔다 와일리 글, 마리에 토르하우게 그림, 김루시아 옮김 / 초록개구리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아일랜드에 살고 있는 중국인 소년 창밍!
팽팽한 맞수 그로브 초등학교와의 축구 시합에 학교 대표로 나가게 되었다.
한껏 신이 난 창밍,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시합이 열리는 때에 창밍의 가족은 중국에 가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소년이 되어버린 창밍!
이제 창밍은 중국에 가기 싫어졌다.
심지어 자신이 중국인이라는 사실마저 싫어졌다.
멀쩡히 사용하고 있던 자기 이름도 마음에 안 든다.
친구들은 이름을 먼저 부르고 성을 나중에 쓰는데, 자신만 성뒤에 이름을 붙여 쓴다.
창밍의 이름은 '영원히 밝게 빛나는' 이란 뜻이다.
중국인인 창밍의 엄마가 아일랜드로 건너와 아기를 낳았을 때 밤하늘에 보름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한다. 저 달처럼 영원히 밝게 빛나라는 염원이 담긴 멋진 이름이다.
하지만 창밍은 이 특별한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냥 친구들처럼 평범한 이름이 더 좋다.
지금 창밍에게는 중국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싫어지고 있는 중인 것이다.

창밍의 할머니는 베이징에 살고 계시다. 창밍의 가족과는 한 달에 한 번 통화를 한다. 엄맘는 몇 달에 한 번씩 할머니에게 창밍의 사진을 보내 드린다. 할머니는 창밍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다.
창밍의 집에도 할머니 사진이 많다.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 창밍과 엄마 아빠 모두 중국어로 말하기 때문에 창밍은 할머니와 전화 통화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잔뜩 골이 나버린 이 소년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할머니를 신경 쓰는 것조차 싫어져버렸다.

결국 창밍의 엄마는 담임 선생님께 이 문제를 의논드렸다. 지혜로운 선생님은 묘안을 짜냈다.
사실 학교에서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배우는 시간이 있어서 문화적 이질감을 줄이는 교육을 하고 있었다.
레바티는 인도에서 왔는데 그 어머니가 학교에 오셔서 아이들에게 인도 카레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신 적이 있고, 애런 제도 출신인 로이진의 아버지는 틴 휘슬을 연주해 주시기도 했다. 선생님은 창밍에게도 이번 일이 축구 시합을 못 나가는 경험이 아니라 중국을 여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창밍은 학교 대표로 중국의 설날을 취재해 오는 특파원으로 임명받았다.
선생님은 학교 사진기와 커다란 공책도 주셨다.
이 공책에 중국을 담아오라는 것이다.
그리고 창밍이 돌아오면 그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하루 종일 중국의 설날에 대해 배우는 날로 정하기로 했다.
반 아이들 모두가 박수를 쳐주었다. 창밍은 신이 났다.
중국에 가는 일이 기다려진 것이다.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를 12시간 동안 탔다.
엄마에게서 들은 열두 띠 동물 이야기를 공책에 그려나갔다.
눈썹까지 달린 밝은 색의 뱀이 인상적이다. 창밍은 뱀띠다.
엄마는 뱀 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마음이 섬세하고 친절하다고 하셨다.
창밍은 보다 섬세하고 친절한 사람이 될 것만 같다.
그리고 마침내 할머니를 만났다. 주름진 얼굴 가득 웃음을 피워낸 할머니가 창밍을 꼭 안아 주셨다. 창밍은 이상하면서도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창밍은 아빠를 도와 설맞이 준비를 했다.
커다란 빨간 종이에 행운을 뜻하는 글귀를 적어 대문 양쪽에 붙였다.
그런 다음 머리를 자르러 갔다. 새해를 맞아 머리를 자르면 복이 온다고 할머니가 말씀해 주셨다.
창밍은 그로브 초등학교와의 축구 시합에 이겨서 다음 경기에 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집안은 잔치 준비로 분주했다. 여러 음식도 만들었다. 그 중에 만두가 있었다.
어떤 만두에는 동전을, 어떤 만두에는 대추를 넣었다.
동전이 들어간 만두를 먹으면 부자가 된다고 하고, 대추가 들어간 만두를 먹으면 행운이 온다고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나는 대추가 들어간 만두를 먹어서 행운으로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살짝 생각했다. ㅎㅎㅎ

중국에서 보낸 하루하루는 즐거웠다.
많은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폭죽을 터뜨렸다.
새해 첫날에는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붉은색 돈 봉투도 받았다. 조상을 기리는 차례도 올렸다.
창밍은 이곳에서 정월 대보름도 지냈다.
달콤한 떡을 나눠 먹고 연등에 불도 밝혔다.
거리마다 가득한 붉은 등을 보며 축제를 즐겼다.
창밍이 찍은 사진은 수백 장을 넘겼다. 공책에도 그림과 메모가 가득했다.
그리고 창밍의 학교가 그로브를 이겨서 창밍은 다음 시합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소원이 이뤄진 것이다. 이렇게 행복할 수가!

창밍은 할머니를 꼭 끌어안았다.
이 순간 창밍은 자신이 중국인이라는 게 참 좋았다.
불만으로 가득 찼던 모든 것들이 행운으로, 고마움으로, 또 멋진 추억으로 다시 새겨진 것이다.
"신니엔 콰이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창밍의 두번째 설날은 생애 최고의 날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아일랜드로 돌아가면 그 멋진 기억들을 친구들과 나눌 수도 있다.
학교 대표 특파원, 제대로 뽑았다.

너와 나, 같음과 다름을 이어주는 다문화 그림책 시리즈 '너와 나를 잇는 다리'다.
라두 아저씨가 남긴 선물. 루마니아에서 온 건축 기사 아저씨와 친구가 된 조의 이야기이다.
로베르토의 소원 나무.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온 로베르토 이야기.
올란나의 목도리. 나이지리아에서 온 올란나가 특별한 축제를 경험했다.
나머지 시리즈들도 읽고 싶어졌다. 기획이 훌륭하다.
창밍의 두번째 설말은 그림도 재밌다. 눈이 작고 옆으로 찢어진, 소위 말하는 동양적 눈매가 정감있게 그려졌다.

책의 앞뒤 표지 안쪽에 그려진 우표들이다. 나라 이름이 적혀 있는 게 재밌어서 찍어봤다.
근데 정말 이렇게 생긴 우표가 있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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