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Kitchien 5
조주희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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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고 완료 버튼만 누르면 되는 리뷰가 날아갔다. 어제 컴퓨터 새로 깔면서 바이러스를 먹은 듯한데 모든 백신 프로그램이 안 깔린다. 깔아도 열리지 않는다. 강력한 놈이다. 며칠 사이에 컴퓨터를 4차례 다시 깔았다. 새로 포맷해 달라고 형부한테 말하기도 아주 민망한 상황.. 하아... 포토리뷰라 저장도 안 되어 있다. 흑흑....ㅠㅜ 그래서 일반 리뷰로 다시 쓴다. 불끈!

 

 

첫번째 이야기는 오래 전에 끊어진 인연을 찾은 노년의 사랑에 대해서 다뤘다. 이때 등장한 매생이 굴국밥.

끊어졌던 인연을 다시 이을지, 먼 길 돌아 다시 본 것만으로 자족할 지 알 수 없지만, 뜨거운 매생이 굴국밥과 3월의 눈은 가장 아릿한 추억으로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남고와 여고는 수능 전날 옛날식 엿을 바꿔 먹는 전통이 있다. 이때 각 반의 엿상자를 들고 담을 넘는 배달맨의 미모가 중요했는데, 가수 데뷔를 앞두고 있는 꽃미남 김욱을 끌어내리고 담을 넘은 용감한 학생이 있다. 수험생이니 잠시 사귀는 것을 중단하자고 했던 그 못난 놈이 뒤늦게 용기를 내어 고백하러 온 것이다. 물론, 그건 자기 사정이고.... 김욱을 기다리던 다른 여학생들은 어쩌라고... 몰매도 좀 맞고, 욕도 많이 얻어먹었지만, 저리 용기를 낸 게 참으로 가상하지 않은가. 뭐... 쫌 부럽네. 아주 쪼오끔...;;;

 

 

이혼해서 따로 살고 계신 엄마를 불쑥 찾아온 아이의 이야기이다. 반갑지 않은 건 아니지만 놀라버린 엄마에게서 방문의 이유를 선뜻 말하지 못한 아이. 엄마는 아이가 7살 적에도 이렇게 찾아왔을 때 수프를 끓여주자 잘 먹었던 것을 기억해서 다시 수프를 끓인다. 엄마가 끓여주었기 때문에 최고였던 거라는 걸 엄마는 알고 계실까.

 

쓸쓸해진 아이의 마음을 잘 대변하는 근사한 배경이다. 결국 찬바람 잔뜩 쐬고 눈밭을 걸었던 아이는 감기에 걸려 엄마가 준비해준 특제 저녁을 먹지 못한다.

 

 

지금 오뉴월 감기에 걸려 후두가 심하게 부은 나로서도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수프가 간절하다. 물론, 나는 햄버거라도 잘 넘길 사람이지만...

 

 

팥죽할멈과 호랑이를 패러디 한 팥죽 아가씨와 남자 친구 이야기다. 아가씨의 팥죽을 먹고 힘이 되기로 한 집안의 친구들이 두 사람의 인연을 단단히 묶어주는 재밌고 귀엽고, 따뜻한 이야기이다. 아, 팥죽 먹고 싶다. 팥죽, 팥죽!!!

 

 

모던 보이도 빠지지 않는다. 현직 국어 선생님이신 작가님의 특성을 십분 살려 각종 문학 작품이 맛깔스럽게 녹아 있다.

이번 이야기의 소재는 설렁탕! 아아아아, 목구멍이 아픈 나는 이렇게 뜨거운 국물로 목을 지지고 싶은 마음 뿐!!!

 

 

채식을 선포한 네 여인이 채식 식단으로 풀코스를 서빙해 주는 곳에서 그동안 섭렵해온 온갖 배우와 가수, 아이돌 등등 훈남들을 모조리 식탁 위에 올리는 재미난 이야기였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나도 좋아하는 이들. ㅎㅎ

그런데 서빙하러 온 총각이 훈남 중의 훈남이 아닌가! 입으로는 채식을 하며, 눈으로는 육식을 즐기는 여인네들의 아주 기름기 흐르는 이야기였다. ^^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마지막 이야기.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가 인생을 정리하는 모습이 담겼다. 가족들은 아버지께 알리지 않았지만 이미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직감한 아버지는 재산을 모두 딸의 통장으로 입금해 주며 지난 시간들을 돌아본다.

 

자신을 기다리는 정성 어린 식탁의 고마움을 이제사 깨달았다. 그 고마움의 주체가 된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까지 모두 더해서.

 

 

그리고 이제 사랑하는 아내가 정성을 다해 끓였을 동태탕을 먹으러 집으로 돌아간다. 뜨거우면서 시원한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 더 뜨거운 것이 가슴을 치밀고 올라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꾹 참고 국물을 넘기셨으면... 이날의 따뜻한 밥상이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서로의 시간을 위해서 말이다.

 

 

마지막 편은 거의 부록 같은 느낌이었다. 작가님이 추억하는 가장 이상하고도 괴상한 음식 베스트 5였는데, 대미를 장식한 것은 단무지 도시락이었다. 평범하게는 먹을 일이 없을 저 식단은 새내기 시절 선배들 따라 시위에 참가했다가 유치장 신세를 지면서 먹게 된 것이다. 심각할 수도 있는 내용을 유머 있게 잘 넘겼고, 재미와 감동도 매번 잘 버무려 주신다.

 

날로날로 그림도 좋아지고 있고, 여러모로 키친은 즐거워지는 책이다. 좋은 음식만화, 감동만화로 장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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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6-11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반으로 줄었다. 그치만 날려먹은 걸 다시 불러올 재주가 읎다...;;;;

2013-06-11 0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1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1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1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1 11: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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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1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2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2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3-06-12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왜 '키친'을 '치킨'으로 읽었을까요... ㅡ.,ㅡ
책이 재밌어 보입니다. 하지만 배고플 때는 금서가 되겠죠? (웃음)

마노아 2013-06-12 13:52   좋아요 0 | URL
제가 예전에 그렇게 알아먹어서 결혼식 마치고 피로연장을 못 찾아서 헤맸던 적이 있답니다. 약 반년 전 일이네요. 네비에 잘못 입력해 놓고 빙긍빙글...^^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