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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은 좌초입니다! - 오만가지 거짓말로 덮어버린 하나의 진실
신상철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12월
구판절판
한진중공업으로서는 가장 만만한 게 같은 계열사인 한진해운에서 발주한 선박이었다. 다른 회사 배에는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우리 배에 대해서는 툭하면 자재를 바꾸고, 도면 무시하고, 심지어는 계약서나 사양서 내역과는 전혀 다른 설비를 장착해놓고도 막무가내로 버팅기기 일쑤였다.
- 56쪽
함수가 가라앉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되었다면 함수에 부표를 설치하여 확보했어야 하고 이미 구조된 인원 외에 추가 생존자 확인을 위해 잠수사를 긴급 투입했어야 할 시간을 아무 대책 없이 날려 버린 과오를 범한 것이 된다(실제로 함수에 있던 대원은 모두 구조된 것으로 발표했으나 함수가 최종 인양된 4월 24일 함수에서 사망 대원 1명이 발견되었다).
- 70쪽
천안함 함수는 사고 이후 16시간 22분간이나 가라앉지 않고 있었고, 국방부가 가라앉은 것으로 발표한 시각 이후로도 무려 13시간이나 더 떠 있었다. 국방부는 이런 훤한 거짓말을 통해 뭘 감추고 싶었던 걸까?
- 71쪽
전장 87m의 거대한 배에서 반파된 35m 길이의 함미가 사고 지점 반경 200m 내에, 그것도 수심이 40m에 불과한 곳에 가라앉아 있는데 찾지 못하다가 어선의 도움을 받은 해경의 첩보로 알게 되었다는 것이, 게다가 그 첩보마저 한동안 묵살해버렸다는 것이 쉬 납득이 가는지? 이렇듯 국방부와 해군이 침몰한 천안함을 기를 쓰고 찾지 않으려 한, 그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숨기려한 이유는 뭘까? 무슨 다른 일이 벌어져 그러고 있었던 걸까?
- 75쪽
선박이 좌초하면 반드시 선체에 그 흔적이 남게 된다. 따라서 나는 “천안함이 인양되는 순간 천안함 좌초 여부는 확실하게 가릴 수 있다”고 단언했다. 아이들이 뛰어 놀다가 넘어져도 상처가 남게 마련인데 하물며 1200t의 육중한 선박이 육지에 부딪혔는데 흔적이 없을 리 있겠는가.
- 105쪽
상륙선 등 의도적인 목적을 갖지 않은 선박이 운항 과실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인하여 육지(해저지반)에 얹히는 것을 ‘좌초’라고 한다. 사전적 의미로 ‘배가 암초에 얹힘’이라고 기록되어 있어서 대개 ‘단단하고 날카로운 바위에 얹히는 경우’만 연상하게 마련인데 부드러운 뻘밭에 얹히는 것도 좌초다.
- 106쪽
침수가 시작되었다면 좌초된 상태에서 선박을 빼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다. 차라리 좌초된 상태대로 있다면 흙이나 모래가 손상 부위를 막아줘 해수 유입이 상당히 지연될 수 있지만, 좌초된 선박을 빼내게 되면 그 순간부터 수압이 더 세어져 손상 부위로 해수가 급격히 침투하게 된다.
- 113쪽
그런데도 항해장교는 왜 좌초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함선을 빼내려 했을까? 참으로 불가해한 의문이지만 유추하건대 야간에 선박이 저수심에 얹혀버린 데 따른 심리적 압박감과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그랬지 싶다. 한편으로는 암초에 부딪힌 것이 아니라 모래톱을 파고 들어간 비교적 부드러운 좌초였으므로 별 손상을 입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 후진으로 빠져나가면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항해장교가 좌초 상태에서 가장 먼저 취했어야 할 조치는 함장에 보고하는 일이었다. 그러면 함장이 함교로 달려와 확인한 후 함대에 보고하여 구조를 요청함과 아울러 기관장에게 지시하여 보수요원으로 하여금 선저에 심각한 파공은 없는지, 침수가 발생했다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여 그에 따른 합당한 조치를 취했을 뿐이다. 그랬다면 한 사람의 희생도 없었고 배도 무사했을 것이다.
- 113쪽
만약 천안함이 온전한 상태에서 갑자기 반파되었다면 함미는 몇 시간 아니 최소한 수십 분 정도라도 떠 있었어야 한다. 당시 대원들이 격실 내 생존해 있었다면 격실 밀폐로 공기 부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했을 것까지 감안할 때 수십 분 정도는 가라앉지 않고 버텼어야 한다는 추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함미는 불과 3분여 만에 가라앉았다.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바로 천안함이 반파되기 이전에 이미 상당한 침수가 진행된 상태였음을 말해주는 것이고, 반파와 동시에 엄청난 해수가 유입되면서 함미의 잔존부력을 급속하게 없애버렸다는 결론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 117쪽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는 서해 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의 하나로, 어떻게 우리 땅이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 인천에서 대략 180km, 쾌속정으로 약 4시간 반 거리다.
- 125쪽
이 해역에서는 바로 별표 위에 있는 저수심 지역은 등대 혹은 해상부표를 설치하여 야간에도 불빛으로 경고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의 협수로 역시 유사한 해양교통 안전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건에서 우리가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의 해군 초계임무는 지속될 것이며, 22척의 우리 초계함 역시 같은 해역에서 같은 작전에 투입되어 같은 활동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진실을 밝히는 일은, 그 자체로서의 의미를 넘어 동일한 사고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절박한 요청이다.
- 130쪽
기본적으로 피로파괴는 상선(화물선)에서 많이 나타난다. 왜냐하면 늘 화물을 실었다 풀었다 하기 때문에 엄청난 하중의 변화가 수시로 발생하고 그로 인해 선체 강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피로도가 누적되고 그것이 어느 순간 균열을 일으켜 선체를 절단시키는 손상까지 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군함의 경우 탑재된 중량의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통상 군함이 피로파괴로 침몰했다는 사례는 해난사고 역사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133쪽
합조단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탄약고·연료탱크 에 손상이 없고 전선 피복상태가 양호하므로 내부폭발 아니며, 선저에 긁힌 흔적이 없고 소나 돔 상태가 양호하므로 좌초가 아니며, 절단면이 복잡하게 변형되어 있으므로 피로파괴가 아니며, 선체 내·외부에 폭발에 의한 그을음이나 열에 의해 녹은 흔적이 전혀 없고 파공된 부분도 없으니 비접촉폭발”이라는 것이다.
- 138쪽
참수리 357호는 연평해전에서 북한 경비정의 포격을 받고 침몰했다. 따라서 ‘좌초가 아니라 포격에 의한 침몰’이다. 함선이 좌초하지 않았을 경우 선저 상태가 어떠한지를 참수리 357호가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천안함) 선체가 가라앉아 해저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니 바닥에 손상이 생겼다는 합조단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참수리 357호가 잘 대변하고 있다. 참수리 357호는 천안함과 마찬가지로 서해 조류가 거센 해역에 가라앉았으며 20여 일간 침몰해 있던 천안함보다 훨씬 더 긴 53일간이나 물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 139쪽
“배에 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손상은 전혀 없는데 어뢰 폭발로 인한 침몰”이라는 합조단의 발표는 어떤 사람이 “몸에 화상으로 인한 상처는 전혀 없는데 화상으로 사망했다”는 논리나 다름없다.
- 140쪽
미디어오늘이 알파잠수 이종인 대표와 인터뷰하여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의 진주만 공습 때 가라앉은 배에서 찾은 실종자 시체 상태를 증언한 책을 보면 건진 시체의 모습은 대부분 목이 날아가 있다고 나와 있다”고 한다. 이것은 직접적인 폭발에 노출되지 않았더라도 선체외판에 전해지는 충격파만으로도 선내에 있는 사람들의 목이 절단될 수 있을 만큼의 압력이 가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144쪽
천연가스 버스에는 각 탱크당 120리터의 압축천연가스가 주입된 8개의 연료탱크가 실려 있다. 8개 중 하나가 폭발했을 뿐인데도 버스 유리창이 모두 박살나고 인근 상가 유리창까지 깨졌다. 그런데 360kgTNT 어뢰가 폭발한 천안함은 어떤가? 형광등이 멀쩡했다.
- 146쪽
(알파잠수 이종인 대표 문답)
폭발이 있으면 그 파편이 사람을 쳐서 다치는 걸로 생각하기들 쉬운데 그게 아니다. 일단 폭발이란 ‘단시간에 일어나는 산화작용’이다. 그게 뭐냐면 많은 양의 열이 나고, 큰소리를 내고, 그 다음은 기체의 팽창이다. 그 세 가지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게 폭발이다. 어떤 밀폐된 공간에서 어떤 조건을 주면 폭발하게 되고 그러면 그 안에 있는 생명체, 생명체 중에서도 포유류는 허파를 갖고 호흡을 하는데 짧은 시간 내에 허파까지 공기가 도달하게 되고, 그러면 허파가 터지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다시 빠져나오는 반작용이 일어난다. 그런데 그때 인체구조는 반사적으로 닫혀버린다. 숨이 딱 멈추면 목이 경직되는 것처럼 인체가 경직되어 닫히는 현상. 그렇게 되면 그 압력으로 인해 코피가 터지는 것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 목이 날아가는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 실제 현상은 진주만 폭격 때 많이 발생했는데 구조하러 들어간 미군 잠수부가 들어갔다가 기절했다고 회고록에 쓴 걸 봤다. 시신들이 모두 목이 떨어진 채 둥둥 떠 있었던 거다. 격실 안에 있었는데...
- 161쪽
천안함 사고 이후, 군대를 다녀온 중장년이라면 다들 ‘물고기 떼죽음 현상’ 여부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수류탄과 같은 아주 소박한 폭약으로 물고기를 잡아본 가락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수류탄 한 발만 까 넣으면 그 일대 물고기들이 다 하얗게 배를 뒤집고 물에 떴다.” 그런데 수류탄 하나의 화약량은 60~100gTNT에 불과하다. 천안함을 작살냈다는 어뢰가 360kgTNT이니 수류탄 3600~6000발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규모와 같다는 뜻이다. 그런 폭발을 얻어맞고도 물고기 한 마리 물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니.
- 166쪽
천안함 사고 직후부터 국방부와 해군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여 수색과 구조를 하고자 했던 것은 천안함 함수도, 함미도 아닌 바로 그 제3의 부표가 설치된 지점에 침몰한 ‘제3국의 미상함’이었다. 국방부는 사고 다음날 해경이 함미를 발견하여 통보했음에도 묵살했고, 함수의 경우 무려 16시간 22분간이나 가라앉지 않고 떠 있었음에도 부표조차 설치하지 않고 방치해두면서 기자회견에서는 계속 수색하고 있다는 거짓 발표를 했다.
- 187쪽
하지만 만약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고 이 사건을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속도를 낸다면 진실을 밝히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으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 195쪽
어쩔 수 없이 MB정권 들어 이런 저런 사건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들 혹은 검사들의 태도와 조사하는 방식을 비교해보게 되는데 대부분 예의를 갖추는 것 같으면서도 상당히 위압적이고 필요 이상으로 무뚝뚝해 보이려 애쓰는 모습들이 한결 같았다. 그러나 최창호 검사는 달랐다. 나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그렇게 상쾌한 마음으로 조사를 받아보긴 처음이었다.
- 197쪽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난 후엔 재판정에 공판검사가 나오기 때문에 최 검사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하다가 어느 날 로비에서 수사관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최 검사의 안부를 물었더니 지방검찰청으로 전보 발령을 받았다고 한다. 정기인사 발령일 수도 있겠지만 대검차장의 눈밖에 난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해 마음 한편이 아릿했다.
- 202쪽
천안함 사건으로 감사를 받아 징계 대상에 포함된 비운의 사나이들을 제외하고 천안함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던 대부분의 군 고위 인사들은 징계 대상자들과는 달리 오히려 진급을 하거나 영전을 하는 행운을 누렸다.
- 2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