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생겼어요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3
허은순 지음, 김이조 그림 / 보리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만이는 내 동생이에요.
아빠가 신문 가져오라면 나 대신 가져오는 동만이.
입던 옷 싫증 날 때쯤 되면 내 옷을 물려 입는 동만이.
오줌 누고 물 내리려고 하는데, 오줌 마렵다고 종종걸음으로 오는 내 동생 동만이.
동생이 있다는 건 귀찮은 일만은 아니에요.
가끔 동만이가 엄마, 아빠한테 이를 때만 빼고요.


병만이와 동만이 시리즈 3편을 여는 첫 부분이다.
~하고 ~하는 동만이~로 소개하는 건 앞의 시리즈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렇게 운율감 느끼게 하는 소개 글은 뒷 부분에서 구체적인 사례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요렇게만 봤을 때는 동만이가 자발적으로 심부름도 하고 형아랑 찰싹 붙어서 무척 정겨운 분위기를 보이는 것 같은데, 속사정을 알아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아빠가 자신에게 시킨 심부름을 마치 처음부터 동만이 시킨 것처럼 살짝 속여 먹는 병만이. 뭐 사기치는 건 아니지만 나름 얄밉기도 한 것이, 울 언니가 나 어릴 때 많이 써먹었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냥 해달라고 해도 기꺼이 해주는데 꼭 거짓말 치는 게 괘씸하다는 이야기!

이번 이야기의 주제는 '동생'이다. 지난 번에 동생 잠깐 보는 동안 '엎어지면 코 닿을 데' 다녀온 엄마 때문에 잔뜩 애먹은 병만이는 당연히 진짜 동생은 싫다. 그렇지만 동생 없는 동만이는 동생 만들어 달라고 엄마를 조르기 바쁘다. 빨래 너는 엄마의 손 끝에 '동만이 돌 기념' 수건이 보인다. 동만이 돌 지난지 얼마 안 된 때라는 것도 짐작 가능하다. 그림으로 상황과 분위기를 잘 설명해 주었다.

동생 소리가 강아지 소리로 바뀐 것은 TV 프로그램을 보고 난 뒤였다.
불이 활활 타오르는 고리를 훌쩍 뛰어넘는 커다란 개를 보았던 것이다.
어릴 적에 오락실에서 인기 있었던 서커스가 생각난다.
사자가 불타는 고리를 훌쩍 뛰어넘는 게임이었는데, 점프를 잘못하면 홀랑 타서 시커멓게 변해서 죽어버렸다. 아, 서커스가 아니라 올림픽이었나???
암튼, 그 오락게임은 심장 떨려서 못했고 난 주로 '원더보이'를 했다.
아, 갑자기 옛날 오락 하고 싶어지네. 요새는 오락실 가도 이런 게임은 없을 것 같은데....

하여간! 그리하여 일심동체가 되어서 강아지 키우게 해달라고 조르는 병만이와 동만이 형제!
강아지마저 오면 어쩐지 생명의 위협을 느낄 것 같은 로봇 녀석의 벌벌 떠는 모습도 재미있다.

아빠 엄마를 모두 협공한 덕분에 결국 강아지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TV에 나왔던 그 개의 새끼를 데려오기로 한 것이다.
경산에 산다는 강아지를 데려오기 위해서 식구들은 먼 길을 가야 했다.
가스불? 현관? 지갑?
혹시 깜박한 것이 없는 지 하나하나 되짚어 보는 엄마의 표정이 진지하다.
깜박깜박!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뭔가 찝찝한 느낌이 나면 그날은 무언가 두고 온 게 있는 날이다. 당장 생각이 안 나서 부랴부랴 버스에 오르면 그 순간 짠!하고 잊어버렸던 게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지...;;;

평소 형아의 로봇 인형에 눈독 들이던 동만이가 형 잠든 사이에 몰래 로봇을 빼내오고 있다.
이후 그림에서는 모두 자기 등에 두른 포대기에 업고 있는데 병만이가 못 알아차린다.ㅎㅎㅎ


병만이는 TV에서 나온 그 개가 나은 새끼 중 한 마리를 품에 안았다.
자라면 하얀털로 바뀌지만 새끼 때는 검은 털이 나 있는 이 개를 청삽사리라고 한단다.
삽살개가 털 북실북실한 것은 알았는데 어릴 때 털 색이 다르다는 것은 몰랐다.
삽살개가 천연기념물 맞나? 박칼린 책에서 그렇게 읽은 것 같다.

병만이는 동생이 웃을 때 눈 모양이 '반달'이 되는 걸 좋아했다.
새로 식구가 된 이 새끼 강아지도 눈썹이 반달 모양이다.
난 조카가 웃을 때 눈모양이 꼭 귤 한조각처럼 휘어지는 걸 좋아한다.
그게 병만이 식으로는 반달 눈인 것이다.
웃을 때 휘어지는 그 정겨운 모양!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식구들은 강아지 이름을 뭐라고 지을 지 고민했다.
동순이, 병동이, 깜둥이, 경만이 등등 여러 이름이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끝내 낙찰된 이름은 '만만이'다.
병만이의 만과 동만이의 만이 결합된 이름이다.
만만해서 만만이일 수도 있지만! ^^

이제 드디어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시리즈 이름이 모두 등장했다.
다음 편부터는 만만이의 활약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이야기가 끝난 다음에는 부록처럼 등장하는 코너가 있다.
"동무들은 어떤 심부름이 하기 싫어?"
라는 질문에 저마다 할 얘기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난 막내여서 주로 심부름을 하는 편이었지, 심부름을 시키며 살아보진 못했다.
이거 보면서 문득 떠오른 옛 기억 하나.
대학교 때 유적 발굴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에, 장마철에 비가 와서 실내에서 조각난 토기 조각을 니스 칠해서 번호 매기던 일을 하고 있었다.
탁상 건너편에 있는 무언가를 건네 달라고 후배에게 말을 했는데, 이 녀석이 자기만 부려먹는다고 나한테 버럭 했었다. 당시 이녀석이 뒤늦게 사춘기를 겪는지 매 사건사건 나한테 많이 대들어서 밉상이던 참이었다. 내 팔이 닿으면 내가 집어들었지, 자기 옆에 있는 것 달라는 것도 인색했던 이 녀석이 오늘 부쩍 떠오른 것은! 자기 식구들 먹은 설거지만 하고 내 밥그릇만 남겨두고 나간 언니 때문일지도...;;;; 난 항상 청소도 자기네 방도 다하고 설거지도 모두 다 하는 구만... 하아..;;;;

그래서 두번째 질문, 내가 만약 언니라면.... 나는 동생 어여삐 여길 것 같다. 왜 그것도 못하냐고, 그게 수능 문제에 나오냐고 타박 놓지 않고서 말이다. 아, 나 오늘 맺힌 것 다 생각날라 그래...ㅜ.ㅜ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하며 엄마와 아기를 줄로 이어 보자. 나비와 애벌레를, 닭과 병아리도 짝을 지어 보자. 내 짝은 어디 있나?(응?)

두 그림이 어디가 다른지 찾아보자. 복잡한 그림도 아닌데 은근히 다른 부분이 많다. 쏙쏙 찾아보자. 색칠을 해봐도 좋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애(厚愛) 2013-06-05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 보이는 책이에요.^^

마노아 2013-06-05 23:29   좋아요 0 | URL
유아와 어린이의 중간 단계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읽기 책이에요. 기획 책임에도 재미가 아주 커요. 학습적으로도 훌륭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