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이야기 5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쌍둥이 자매가 시집을 간다. 유목 민족의 성대하면서 화려한 혼인 예식을 보는 재미가 아주 컸던 5편이다.

 

 

말괄량이 자매들이 혼인식 날 예뻐 보이기 위해서 찜통 더위 속에서 담요를 몇 겹이나 둘러싸고 땀을 뺀다. 땀을 잔뜩 흘리면 피부가 뽀송뽀송해 지겠지. 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예쁘단 소리 들으니 독자도 괜히 기분이 좋다.

 

이 책의 배경은 19세기 중앙 아시아. 영국인 의사 스미스 씨는 이동 중에 아랄 해협 근처의 이 마을에서 혼인식을 구경하느라 잠시 머물고 있다. 그 바람에 독자도 관객이 되어 이들의 진기한 혼인 풍경을 관찰할 수 있었다. 마을이라는 거대한 공동체가 한몸처럼 움직이면서 마을의 큰 경사를 치르고 있다. 어르신들부터 어린 꼬맹이들까지 제 몫의 일을 해내고 있다. 듬직하다.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사냥하는 장면까지도 아주 자세하게 묘사했다. 이방인의 눈으로 볼 때 호기심이 일 법한 대목에서는 스미스 씨가 궁금함을 표시해준다. 독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있다. 마을을 한바퀴 돌고서 신부의 집으로 가는 것도 마음에 든다. 우리의 옛 혼인 풍습이 이러했을 텐데, 지금은 참으로 낯설다. 

 

 

얼굴도 감추고 내내 기다리는 것에 지쳐서 신랑들을 다그쳐서 몰래 빠져나온 쌍둥이 신부가 음악 소리에 흥이 겨워 춤을 춘다. 요청에 의해 신랑 형제들은 노래를 부른다. 역시 참 보기 좋은 모습! 혼인식의 주인공도 같이 즐거워야 마땅하지~

 

집을 떠나 이제 시댁으로 가게 되자 뒤늦게 출가외인 되는 의미를 깨닫고 서러워 울어버리는 쌍둥이 자매. 지난 토요일 친구는 친정 부모님께 인사 드릴 때 울어버렸다. 아마 친구의 어머니도 우셨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보는 내가 괜히 감정이입 되어서 울고 말았다. 둘째 언니 시집갈 때 그랬던 것처럼 큰언니나 내가 시집 갈 때도 울 엄니는 많이 우실 것 같다. 살아온 사연들이 얼마나 주마등처럼 스쳐갈까. 시집갈 예정이 전혀 잡혀 있지 않건만, 아무튼 상상만으로도 슬펐다. 꼬마 색시들은 우는 모습도 귀엽지만, 나이 먹어서 뒤늦게 시집갈 때 가급적 울지 말자고, 벌써부터 계획을 세워 본다. 어이쿠, 지나치게 앞서가기는!

 

메인 이야기는 시집가는 쌍둥이 자매 편이었고, 그밖에 번외편이 몇 개 실려 있다. 그 중 하나는 할머니의 노익장이 눈부셨던 이 대목이다. 어린 아이가 벼랑 끝에 매달려서 울고 있는데 말이 올라갈 수 없는 가파른 길이어서 모두들 속수무책일 때, 할머니는 산양을 끌어와 비탈진 절벽을 올라가 아이를 구해낸다. 결의에 찬 저 표정을 보시라. 강단 있을 할머니의 젊은 날들이 마구 그려진다. 

 

맨 처음 1권에서 시집 오면서 이 책의 주인공으로 뛰어든 아미르 편도 조금이나마 실렸다.

사냥 실력 좋은 아미르의 저 집중력 쏟아지는 표정이라니, 여자인 내가 봐도 참으로 매혹적이다. 

 

상처 입고 날지 못하는 매를 주워와서 지극정성으로 돌봐준 아미르. 그러나 상처가 다 낫고도 매는 날아오르지 못했다.

그냥 키우자고 하는 어린 신랑에게 야생에서 자란 매를 집에서 먹이를 받아먹는 새로 키우면 안 된다고 잘라 말하는 아미르에게 다시 한번 반했다. 정성껏 키우던 매를 보내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렇다고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유목민들의 지혜가 돋보였달까. 그 말에 수긍하며 어려운 일을 도맡기로 한 어린 신랑은 또 얼마나 믿음직하던지! 카르르크가 어른이 되면 이보다 더 멋져질 것 같다. 마음의 그릇이 단단하고 넉넉해서 독자로서도 신뢰가 간다. 아미르 부럽구나!

 

초판 부록이다. 책갈피라고 해야 하나. 하나는 크고 하나는 그 절반 사이즈다. 아까워서 잘 못 쓰게 되지만 쟁여놓는 것은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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