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업을 마치고 마음을 가볍게 한 채 다녀온 곳은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 전이었다. 소셜 어디에선가 티켓을 구매했는데 마감 날까지 내가 갈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했다. 전시회는 그냥저냥... 크게 감흥이 일지는 않았다. 아주 생소하기도 하거니와 딱히 마음이 끌리지도 않았다. 도리어 상설 전시였던 한국근대미술전이 더 재미있었다. '꿈과 시'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서 그림이 걸려 있는 벽 곳곳에 시도 함께 적혀 있는데 그게 무척 낭만적으로 보였다. 유일한 옥의 티라면 이당 김은호의 그림이 큼직하게 걸려 있고, 해당 화가에 대한 설명에 친일화가라고 적혀 있지 않아서 단순히 그림만 감상하고 가는 사람들에게 그림 좋구만~ 이 정도의 느낌만 줄까 봐 역정이 났다. 위에 사진 중 두번째 사진이 이 전시회에 걸린 오지호 작가의 '남향집' 그림이다. 그림 보면서 좋았던 그림을 따로 적어놨는데 어디다가 두었는지 지금 못 찾고 있다. ;;;;; 나중에 찾으면 추가해서 넣어야겠다. 다시 보고 싶은 그림들이었다.
김환기 "산월"
김환기 "초가집"
어디에 적어놓았는지 찾았다. ㅎㅎㅎ다이어리에 붙여놓은 시간표 뒷장이었다. 뒷면이어서 눈에 잘 안 띄었나 보다.
벽에 걸려 있던 시들은 이상화, 윤동주, 한용운, 이상의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시절 문학 시간이 떠올랐다.
역시 예술은 장르를 넘어 통하는 법!
이렇게 더워졌는데 뒤늦게 올리는 벚꽃 사진이라니....;;;
전시 보고 나오면서 찍은 덕수궁 모습이다. 고궁 느낌이 그닥 들지는 않는다.
계단 내려와서 전시장 찍은 모습.
돌아 나오는 길목을 찍었다. 해 저물녘인데 사람들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굽은 길과 건물까지 모두 예뻐서 찰칵! 찍어버렸다. 좀 더 시간 여유가 있었으면 안에까지 들어가봤을 텐데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전시회를 보고 난 이틀 뒤에는 4.19 혁명 국민문화제 전야제가 있었다. 직장에서 두정거장 거리여서 걸어갔다. 낮에는 괜찮았는데 해가 저무니 엄청 추워진 게 함정!
첫 출연자는 안치환과 자유였다. 목이 찢어져라 부르는데 진정 뜨겁다고 느꼈다. 근데 정말 목이 찢어졌다. 음이탈이 마구마구... 그럼에도 그 거친 음색이 아주 잘 어울리는 안치환이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두번째 출연자는 마그나 폴. 처음 듣는 밴드였는데 외국인이 보컬이었다. 어색한 발음으로 "민주주의 만세"라고 외치는데 어찌나 이쁘던지. 검색해 보니 탑밴드 2 출연했나 보다. 마지막에는 '거울도 안 보는 여자'를 우리 말로 부르는데 그 놀라운 선곡에 깔깔깔 웃으며 같이 불렀다. 전야제에는 동네 주민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가족 단위로 오셔서 어르신들도 참 많았다. 이럴 땐 트로트가 최고지!
세번째 출연자는 달마선생이었는데 아는 바가 전혀 없고, 너무 추워서 이때 이미 넋이 나가 있었다. 네번째는 로맨틱 펀치! 반가웠지만 같이 뛰기에는 체력이 달려....;;;; 고정 팬이 많아 보였고 특히 청소년 팬들이 많아 보였다. 열광하는 아해들 속에 중년의 아저씨도 함께 뛰어들어 열광해 주셨다. 하하핫.ㅎㅎㅎ
로펀을 좋아하지만 지나치게 길었음. 추워서 막 원망 들려고 했다.
다섯번째로 크라잉 넛이 나왔다는 것은 이승환이 마지막이라는 것. 도저히 못 참겠어서 편의점에 가서 초코바랑 따뜻한 커피를 사서는 천천히 먹었다. 커피가 다 식고나서야 편의점에서 나왔는데 따뜻한 데 있다가 나오니 더 추워..ㅜ.ㅜ 아무튼 크라잉 넛을 보내고 드디어 내 님 맞을 차례!
그러나 추위에 지친 많은 관객들이 돌아가는 분위기. 아흐 동동다리~ 어찌나 안타깝던지.... 가는 사람 붙잡을 수 없으니 나는 일당백의 자세로 환장정신에 입각, 그의 노래에 열광했다. 오랜만에(정말?) 보는 울 공장장님 반가워서 추위도 잊고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펄쩍~의 마음가짐으로 열광해 주었다. 이미 시간이 늦은지라 앵콜 곡도 듣지 못하고 보내는 내 마음이 어찌나 아프던지... 그래도 4.19를 맞이하여 국민이 이뤄낸 혁명의 소중함을 상기시켜 주어서 참 고마웠다. 울 보스는 멘트도 훌륭해~
거리 전체를 메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전광판도 앞뒤로 이중으로 설치했다. 무슨 4월 날씨가 이리도 추운지...ㅜ.ㅜ(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사실 5월까지도 추웠지. 6월에 접어든 지금은 미칠 듯이 덥고...ㅡ.ㅡ;;;)
공장장님을 일찍 보내야 했지만 아주 서럽지는 않았다. 다음 날 또 볼 예정이었으므로~
이튿날은 이승환이 제작한 솔튼페이퍼의 쇼케이스가 있는 날이었다. 오전 수업만 있었던 관계로 일찍 퇴근하고 홍대로 향했다. 쇼케이스는 무료 입장이엇고 CD가져오면 사인도 해준다고 했는데 CD를 그만 집에 두고 오는 실수를 해버렸다. 안타까워라....
취재진도 많았고, 타블로와 이승환까지 무대에 올라 쇼케이스는 훨씬 화기애애했다. 우리 말이 서툰 게 흠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팝적인 느낌이 나는 곡들을 들을 수 있었다. 아마도 솔튼페이퍼 자신은 그쪽 문화에 더 익숙할 테니까. 이런 보물같은 가수가 내내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게 안타까웟지만 이제라도 소개를 받으니 좋다. 그러니까 이승환 만세(응?)
돌아오는 금요일(6월 7일)에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도 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눈여겨 봐주세요. 노래 왕 좋습니다. ㅎㅎㅎ
신인 가수의, 그것도 인디 가수의 앨범은 많이 팔리지 않는 게 오히려 익숙한 판국인데 선주문을 1천 장 찍고, 추가 주문을 천 장 다시 찍었다. 이 정도면 순조로운 출발. 여기에 기운 내서 울 보스 새 앨범도 꼭꼭꼭 나오기를!!!
솔튼페이퍼의 쇼케이스가 끝나고 울 보스의 19금 공연 '왕년'이 시작하기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었다. 저녁을 먹으러 홍대 거리로 나갔는데 우연히도 예전에 한번 먹어보고는 맛있어서 반했던 떡볶이 집을 찾았다! 당시에도 우리 모임 사람들은 다 길치라(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헤매다가 들어간 거여서 두 번 다시 못 찾아가고 아쉬워 했는데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엄청 기뻐서 냉큼 들어갔는데, 메뉴판에 2인분 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써 있다. 떡볶이 1인분에 4,500원이었는데 나 혼자 가서 떡볶이 9,000원 어치 먹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둘러 보니 아직 저녁 시간 전이어서 빈 좌석이 좀 있었다. 혼자 왔는데 1인분 주문 안 되냐고 하니 안 된다고 딱 잘라 거절한다. 한마디로 나가란 소리였다. 하아... 이런 문전박대가....ㅠ.ㅠ 속상한 마음으로 길 건너 틈새 라면에 다서 부대라면을 먹었다. 매운 것 잘 못 먹는데 실수로 주문한 거다. 입에서 불이 나서 또 엄청 고생... 흑흑....
하여간 그런 푸대접을 이기고 저녁 공연에 참석했다. 성인 인증 거치고 나서야 예매가 가능했던 공연인데, 예매 전쟁에서 탈락하고, 알라딘 이벤트에서도 탈락하고 표를 못 구하던 찰나, 누군가가 못 가게 되었다며 양도하는 바람에 기록적인 공연을 볼 수 있었다. '19금' 타이틀에 맞게 정말 19금스러웠고, 출연진(음란소년, 연남동덤앤더머, 로맨틱펀치, 솔튼페이퍼)도 솔튼페이퍼 빼고는 제대로 19금스러웠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순전히 이 날이 19일이었고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난생 처음 성인 공연을 갔는데 적나라하고 뻔뻔한 노래들에 완전 깜놀! 음란소년보다 연남동덤앤더머 노래가 더 쎘고! 섹시 댄스는 음란소년보다 로맨틱펀치의 배인혁이 압도적으로 쎘다!) 바로 이 섹시댄스 때문에 드팩이 한동안 시끄러웠지만... 거기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기 싫다.(보스, 게시판으로 돌아와요...ㅜ.ㅜ)
4월의 마지막 날에는 야곱과 다시 만났다. 한달에 두번 만나는 일은 몹시 드문데 5월에만 두 번을 더 보고 6월에도 한 번 더 보기로 되어 있어서 우리의 데이트가 무척 흔해져버렸다. 하하핫, 반가운 일이다.
이날은 야곱이 '셜록' 연극에 당첨되어서 대학로에서 만나기로 했다. 국수를 먹고 올해 들어 첫번째 팥빙수도 먹었다. 팥 리필 되는 걸 몰랐던 게 약간의 아쉬움. 이틀 뒤 같은 곳 또 가보고서야 알게 된다.ㅎㅎ
연극은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니까 이건 뮤지컬 '아르센 루팡'의 실수와도 비슷한데, 이 정도로 유명하고 매력적인 주인공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관객 모두가 해당 작품에 대한 정보가 있고 기대도 있으므로 웬만해서는 만족시키기가 어렵다. 셜록 역시 원작 소설을 읽은 내용이었고, 캐릭터들도 다들 알고 있는 터라서 데스 노트의 'L'을 대놓고 흉내낸 홈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남자 배우들은 모두 연기가 훌륭했는데 두 명 나온 여자 배우들의 연기가 3학년 2학기 교과서 읽기 수준이어서 난감했다. 연기자들 얼굴이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었는데 다른 매체에서 이미 보았던 배우들일지도 모르겠다. 이름을 좀 적어올 걸 그랬다. 우리가 봤던 배우들은 포스터에서도 모두 겹치지 않는지라...
이미 6월에 접어들었는데 뒤늦게 쓰는 4월 문화생활의 정리라니, 부끄럽다. 그렇지만 이번 주도 넘기면 아예 쓰지 않을 것 같아서 일요일을 빌려 부랴부랴 정리해 본다. 이제 5월의 문화생활 정리할 차례다. 헉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