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빌에서 만나요 2
유시진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2권 표지와 속표지 그림이다. 역시 앞 그림과 차이가 있다. 일부러 구성을 뒤섞어 놓은 것도 개성 있다.

 

이번 이야기에선 도윤이의 어릴 적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꽤 까칠하고 고집이 센, 다가오는 친구도 조금은 밀어내는 성격의 도윤이를 이해시키는 장면들이 많았다. 결국 아이의 바탕색을 칠해주는 것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나오는 듯하다. 엄마하고의 관계 형성이 잘 되어 있지 않은 도윤이는 인간관계가 힘들다. 어색함을 못 견뎌하고, 그 어색함을 만들지 않기 위해 먼저 피해가는 게 익숙하다. 아빠와 이혼하고 자주 보지 못하는 엄마, 그 엄마의 전화를 기다리지만 막상 전화를 자기 쪽에서 걸면 침묵이 부담스럽고 뭐라 말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어려운 엄마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그 엄마가 도윤이를 향해 활짝 웃어주었던 때가 있다. 풀룻을 배워보지 않겠냐고 했을 때다.

 

 

그때 그 미소가 감격스러워서 얼떨결에 시작한 풀룻. 그러나 본인의 의지로 시작한 게 아니고 그 성취 동기도 불확실해지자 풀룻은 도윤이에게서 멀어졌다. 한껏 기대하게 해놓고서 아무 것도 내주지 않는 이렇게 차가운 엄마는 잔인하다. 원래 하던대로 기대를 갖지 않게 했다면 상처가 덜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엄마는 도윤이에게 자신이 어떤 상처를 냈는지 모를 것이다. 이렇게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결혼도 하고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닮아가는 차가운 아이를 만들었다. 안타까운 악순환이다.

 

 

도윤이가 바다에게서 엄마와 닮은 점을 무의식 중에 깨닫고 불편해진 뒤의 모습이다. 숨아 가빠와 호흡하기 힘들어진 그에게 바다가 해준 말이 인상적이다. 공기야 당연히 많지만, 그걸 말로 해주고 인식을 시키자 숨쉬는 게 보다 편해졌다. 그렇게 당연한 한마디가 정곡을 찌를 때 안심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바다는 아주 쿨한 캐릭터로 보이지만 보기와 달리 4차원적 모습이 있다. 뭐 그게 또 잘 어울리지만...

 

 

사씨 남매는 여전히 유쾌하다. 눈으로 하는 건 다 잘하는 사이비가 비즈 공예에 손을 뻗쳤고, 못지 않게 손재주 좋은 이언도 이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웹 디자인도 하는 이비가 사이트를 만들어서 아예 직접 팔기로 했다. 순식간에 창업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진 이들이어서 가능하기도 하지만, 즐거운 것을 찾아내고, 그쪽으로 더듬이를 내밀어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이들의 생활태도가 무척 부럽고 또 마음에 든다. 저렇게 산다고 누구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엄마와 어릴 적 기억 등등, 여러가지로 마음 복잡하고 심난한 도윤이가 사이비 덕분에 마음의 안정을 찾은 부분이다. 꿈속 풍경답게 몽환적으로 그려졌다. 아이가 마음의 안정을 찾고, 감아두었던 족쇄를 풀어낸 것 같아서 나도 다행스럽게 느낀다. 그렇게 마음의 짐을 덜어내게 해줄 도우미가 누구에게나 필요한 법. 그 사람을 만나고, 또 그런 사람이 되어주면서 우리가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거지...

 

결말을 이미 알고 다시 읽는 건 또 독특한 재미가 있다. 전에 느끼지 못한 것들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고, 조금은 안타깝고 초조하게 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다시 만난 건 반가운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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