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과학

제 1869 호/2013-05-20

[FUTURE]미래 신소재, 군대를 더 강력하고 스마트하게!

 

2013년 KISTI의 과학향기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매월 1편씩 [FUTURE]라는 주제로 미래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칼럼에서 언급된 미래기술은 KISTI에서 발간한 <미래기술백서 2013>의 자료를 토대로 실제 개발 중이며 10년 이내에 실현 가능한 미래기술들을 선정한 것입니다.
미래기술이 상용화 된 10년 이후 우리의 생활이 어떨지, 또 이 기술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를 이야기로 꾸며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여기는 코앞에 북한땅이 보이는 강원도 철원의 전방 부대. 2023년이 됐는데도 아직 우리나라는 통일이 되지 않았다. 남북한 지도자들이 심심할 때마다 대화를 하고, 만나고, 통일하자고 합의는 하지만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 동안 서로간의 불신의 골이 깊긴 깊었나 보다.

하지만 저출산·초고령화 사회에 군대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산업현장에서는 일할 젊은이가 턱없이 부족한데 평시에 젊은이들을 무조건 군대로 보내는 것이 정답이 될 수 없다. 해답은 소수정예! 2018년부터 대대적인 군비 축소와 사병 감축으로 군인의 수는 약 60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3분의 1 가량 줄었다. 그러나 전체 군인 수를 줄이는 대신 첨단 전력 장비 도입과 구조 개편을 통한 군의 정예화로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고 있다. 특히 장교, 부사관 등 군 간부 비율을 25%에서 80%로 크게 늘려, 직업군인과 전문인력 중심으로 군 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군대에서 내무반이라는 단어는 이제 옛말. 단체 생활이라는 미명하에 군대의 온갖 추억과 사고(?)의 근원이었던 내무반이 사라지고 군인들도 2인 1실의 기숙사 같은 숙소에서 생활하게 됐다. 평시에는 6시면 군 업무를 마치고 각자 숙소에서 고참이나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부나 자기계발 또는 휴식을 맘껏 취할 수 있게 됐다.

이덕재 중사. 올해 나이 25세. 군대 온지 6년이 지났다. 중사란 계급은 군대 내에서 핵심적인 위치. 군대의 실무를 도맡아 하면서 신참들을 잘 가르치고 다독여야 할 책임이 있다. 이덕재 중사는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먹기 위해 줄을 섰다. 플라스틱 식판에 밥과 국, 고기반찬과 채소를 담고 자리를 잡았다. 뭐든 일을 끝내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저녁식사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식사를 다하고 이 중사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수저와 식판을 그대로 버린다. 요즘 수저와 식판은 모두 플라스틱 대체 신소재(환경친화형 플라스틱 소재)¹⁾로 만들어졌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음식쓰레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기 때문에 따로 들고 다니거나 씻을 필요가 없다. 군대처럼 늘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곳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또한 숙소 및 모든 군 시설의 창문에는 자가세정 기능을 갖춘 펩티드 숲(forest of peptides)²⁾이 코팅돼 스스로 먼지와 수분을 제거하는 능력이 갖춰져 별도 청소가 필요 없게 됐다. 특히 창문마다 태양전지 패널이 설치돼 있어 웬만한 전기는 군 자체적으로 생산·조달하고 있다. 옛날의 태양전지 패널은 매일 닦고 씻지 않으면 이물질이 껴 태양에너지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 펩티드 숲이 코팅된 태양전지 패널은 스스로 청소가 돼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다. 장병들은 점호나 생활검열이 있을 때마다 창문을 청소하던 번거로움이 사라지고 좀 더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이 군인들의 사기 진작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군인의 상징인 군복은 강철보다 20배 튼튼하고, 방탄복 소재인 케블라 섬유보다 4배 강한 거미실크³⁾로 만들어졌다. 거미가 거미줄을 만드는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모방·활용해 대량생산에 성공했는데, 정말 거미줄처럼 가벼워 아무리 힘든 훈련과 행군을 하더라도 체력을 아낄 수 있다. 특히 전투 시 적의 총탄이나 포탄도 거뜬히 견뎌낼 수 있도록 제작됐다.

게다가 군복에는 상상을 초월한 또 하나의 첨단 기술이 숨어 있는데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스마트 섬유 기술⁴⁾이 바로 그것이다. 환경대응 또는 자기감응 기능을 갖춘 섬유로서 섬유나 의복 자체가 외부자극을 감지하고 스스로 반응한다. 훈련 시 땀이 많이 난 경우 습도를 측정하고 통풍, 건조 기능을 스스로 강화한다거나 몸에 체온이 떨어졌을 때 발열 기능을 하는 등 알아서 처리해 주는 스마트 기능이 군복에 장착돼 있다.

2023년에는 그래핀 활용 차세대 반도체 소자기술⁵⁾이 상용화돼 첨단무기에 쓰이고 있다. ‘그래핀’은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연구주제였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기술로 구현된 것이다. 그래핀은 두께가 0.35nm밖에 안 되는데도 강철보다 100배나 강하다. 전기적인 특성도 강력해 상온에서 구리보다 100배 많은 전류를,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이 그래핀을 이용해 현재 최첨단 초소형 반도체부터 투명하고 구부러지는 터치스크린, 태양전지판을 만드는 등 활용 범위가 광범위하다. 꿈의 신소재 그래핀은 모든 무기의 초경량, 최첨단을 가능케 해 대한민국 군인 하나하나를 최첨단 장비로 무장케 하고, 일당백의 전투 능력을 가지게 만들었다.

2023년. 군대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건강한 신체와 영특한 두뇌를 가진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정되고 부러워하는 직업 중 하나가 됐다. 비록 수적인 면에서는 적지만 첨단무기와 투철한 애국심으로 무장된 군인들이 있기에 국민들은 두 발 뻗고 편안히 잠들 수 있다. 이덕재 중사는 다시 한 번 직업군인으로서 자신의 소명과 의지를 다지며 오늘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글 : 정영훈 과학칼럼니스트

[각주-미래 기술]

1) 플라스틱 대체 신소재(환경친화형 플라스틱 소재) : 석유 합성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신소재. 생분해성 플라스틱 핵심기술개발을 토대로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화학 플라스틱에 비해 물성이 낮은 점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 새로운 용도를 창출하고 있음. 5~6년 후 기술 실현 예정

2) 자가세정 기능을 갖춘 펩티드 숲(forest of peptides) 활용 기술 : 창문, 태양전지 패널 등에 펩티드 숲을 코팅해 스스로 먼지와 수분을 제거하도록 한 기술. 1~2년 후 기술 실현 예정.

3) 거미실크의 생물 공학적 대량생산 기술 : 강철보다 20배 튼튼하고, 방탄복 소재인 케블라 섬유보다 4배 강한 거미실크가 생산되는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모방·활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는 기술. 3~4년 후 기술 실현 예정.

4)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스마트 섬유 기술 : 스마트 기능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환경대응 또는 자기감응 기능을 갖춘 섬유로서 섬유나 의복 자체가 외부자극을 감지하고 스스로 반응하는 섬유소재 및 제품. 3~4년 후 기술 실현 예정.

5) 그래핀 활용 차세대 반도체 소자기술 : 기존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포스트 실리콘 그래핀 기술. 전자전하 이동 시 산란이 발생하지 않아 이동속도가 빠르며 우수한 열전도로 인한 발열문제 저감 등의 장점을 가짐. 10년 후 기술 실현 예정.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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