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꼭대기 까치네 집 (CD 2장 + 손악보책 1권) - 임길택 노래상자
임길택 시, 백창우 곡 / 보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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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 중 임길택 노래 상자다.
제목은 나무꼭대기 까치네 집
악보와 사진이 담긴 책이 하나 들어 있고, 시디가 두장 들어 있다.
그 자체로 시집이며 사진집이고 또 악보집이다.

이것도 폰트일까? 백창우 아저씨 노래 상자 뿐아니라 다른 노래 책도 이렇게 줄 그어 있고, 꼭 이런 글씨로 쓰여 있다. 손 글씨인가 폰트인가... 틀린 글자 지운 흔적까지도... 궁금하다.
백창우 아저씨는 엄청나게 많은 노래를 만들었지만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가수들도 정규 앨범 열 장이면 노래가 100곡이 넘어가고 비정규 앨범까지 포함하면 노래가 엄청 늘어나는데 가사 다 모를 것 같다. 곡조도 조금씩 닮을 수도 있고...
백창우 아저씨는 노래가 정말 많으니까 다 기억하기는 아무래도 무리!

임길택 선생님 미소가 지나치게 해맑아서 슬퍼진다.
다시 볼 수 없는 분이기 때문에 그랬다.
저렇게 맑은 웃음 짓는 분이 왜 그리 일찍 세상을 떠야 했는지... 다시금 안타까움이 솟는다.


나 혼자 자라겠어요 - 임길택 60p

길러지는 것은 신비하지 않아요.
소나 돼지나 염소나 닭
모두 시시해요.
그러나, 다람쥐는
볼수록 신기해요.
어디서 죽는 줄 모르는
하늘의 새
바라볼수록 신기해요.
길러지는 것은
아무리 덩치가 커도
볼품없어요.
나는
아무도 나를
기르지 못하게 하겠어요.
나는 나 혼자 자라겠어요.

투병 중이실 때 사진이 아닐까 싶다. 무척 초췌하다.
마른 얼굴이 마음을 짠하게 한다.

완행버스 -임길택 62p

아버지가 손을 들어도
내가 손을 들어도
가던 길 스르르 멈추어 선다.

언덕길 힘들게 오르다가도
손 드는 우리들 보고는
그냥 지나치질 않는다.

우리 마을 지붕들처럼
흙먼지 뒤집어 쓰고 다니지만
이 다음에 나도
그런 완행버스 같은 사람이
되고만 싶다.

길 가기 힘든 이들 모두 태우고
언덕길 함께
오르고만 싶다.

'산골 아이' 읽다가 예전에 읽은 '들꽃 아이'를 다시 찾아보았다.
2009년에 읽었으니 4년 전이다. 시간이 그렇게 빠르게 흘러버렸다.
임길택 선생님 작품은 읽을 때마다 선생님의 부재를 떠올리며 안타까워한다.
아무래도 너무 이른 나이에 가셔서 그런 것 같다.
좀 더 천수를 누린 선생님들은 이렇게까지 서럽지는 않은데 말이다.

부추꽃이 이렇게 예쁜 꽃이었구나.
검은 배경 속에서 더 하얗게, 더 청초하게 피었다.

아버지 걸으시는 길을 -임길택 67p

빗물에 패인 자국 따라
까만 물 흐르는 길을
하느님도 걸어오실까요.

골목길 돌고 돌아 산과 맞닿는 곳
앉은뱅이 두 칸 방 우리 집까지
하느님도 걸어오실까요.

한밤중,
라면 두 개 싸들고
막장까지 가야 하는 아버지 길에
하느님은 정말로 함께하실까요.

대구를 이렇게 잘 맞출 줄이야.
저 시집 읽을 때도 이 짧은 시에 감탄하며 눈물 흘렸지. 너무 슬퍼...

논두렁 구불구불 개여뀌 달맞이꽃 도랑물...
발음하는 것마다 예쁘다. 우리 말 참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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