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하나 더 낳겠다고요?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2
허은순 지음, 김이조 그림 / 보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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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우리 말 읽기책"으로 기획된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이야기 두번째다.

이 책은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마치 연습운동 하듯이 그림으로 시선을 끈다.

 

 

 

형 병만이가 아끼는 로봇을 동만이가 몰래 갖고 나와서 노는 장면이다. 형아 이름을 지우고 제 이름을 적어 놓는다. 여섯 살 동만이가 한글도 쓰다니 기특하다.^^

 

이제 병만이가 소개하는 동만이 이야기를 들어보자. 병만이 입장에서 느끼는 동만이의 모습이다.

 

겨우겨우 쌓은 탑을 한 방에 박살 내는 동만이.

제멋대로 낙서해서 공책을 못 쓰게 만든 동만이.

새로 산 크레용은 뚝뚝 부러뜨려 놓고,

아끼는 사인펜을 꾹꾹 눌러 놓은 내 동생 동만이.

 

아하핫, 마치 노래하는 것처럼 가락이 흘러나온다. ~한 ~을 ~하게 만드는 동만이~

일부러 압운을 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몇 줄이라도 더 보태어서 얼마든지 늘일 수 있을 것만 같다.

저 동만이 모습은 내 조카들이 자랄 때 한창 모습이다. 내 형광펜 뭉특하게 만들어 놓고 뚜껑도 안 닫아서 못 쓰게 만들 때가 얼마나 많던지... 지금은 선물로 받은 필기구를 못 줘서 안달이지만... 오늘도 다현양은 선물로 받은 여러 지우개 중 하나를 내게 안겨주고 갔다. ^^

 

아무튼, 이러저러해서 동생 때문에 참 피곤한 병만이인데, 엄마가 이모를 데릴러 가면서 병만이를 잠시 맡겨 놓았다. 잠들어 있는 터라 안심했을 것이다. 이모가 못 찾고 있는 지하철 역은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니까.

 

엎어지면 코 닿을 데를 그려 놓았다. 어른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표현인지라 두번 생각할 것도 없지만, 어린이들은 놀라운 표현일 것이다. 거인도 아닌데 엎어지면 코가 닿다니!

 

그런데 이를 어쩌나! 엄마가 돌아오시기도 전에 동만이가 깨어버린 것이다. 어이쿠! 엄마가 안 계신 것을 눈치 챈 동만이가 울먹울먹한다. 동만이가 울음을 터트리면 사이렌이 울리는 것처럼 시끄럽다. 그 전에 이 위험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 동만이를 웃겨버리는 병만이! 너의 노력에 박수를!!!!!!

 

위급상황을 무사히 넘기고 돌아가는 구급차 모습이 재밌다. 임무를 수행했습니다!-의 느낌으로 경례를 부치는 로봇! 

 

울음은 터지지 않았지만 동만이는 금세 엄마를 찾는다. 병만이는 엄마가 엎어지면 코 닿을 데 가셨으니 금방 오실 거라고 설명했다. 다시 한 번 반복된 '엎어지면 코 닿을 데!'

 

그렇지만 병만이도 엄마가 벌써 그립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통제가 되지 않는 어린아이와 단 둘이 있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조카들 어릴 때 아해들 보고 싶어 노래를 부르지만, 아해들이 집에 오면 반가운 것은 15분! 갈 때가 더 반갑더라는!!!

 

동만이는 이제 병만이의 로봇에 눈독을 들인다. 망가뜨릴까 봐 손도 못 대게 하고 싶지만, 벌써 울먹거리는 동만이를 보는 순간 병만이는 로봇의 손을 놓아야 했다. 이제 불자동차는 동만이의 마음 속에서 달려오고 있다. 이리저리 요리조리 로봇을 가지고 험하게 노는 동만이! 그걸 지켜보는 병만이의 마음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일 테다.

 

 

다행히 동만이가 화장대 위에 얌전히 로봇을 올려놓았고, 거울 너머로 안도의 숨을 내쉬는 병만이가 보인다. 그러나 그 숨이 꺼지기도 전에 그만 고꾸라진 로봇! 아아아, 구급차에 실려가는 로봇에게 애도를 표한다. 이제 울고 싶은 건 동만이가 아니라 병만이일 것이다. 그러나 동만이가 울어버리면 그건 정말 큰일날 일! 지금까지 고생한 것도 모두 물거품이 된다. 최대한의 인내심을 끌어당겨 동만이를 달래는 병만이. 이럴 때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최고다!

 

1권에서 똥똥거리며 '똥만이'로 통했던 동만이가 화장실에서 응가를 한다. 아직 어려서 똥꼬를 닦지 못하는 우리의 똥만이! 이를 어쩌나, 병만이는 졸지에 동생 똥꼬까지 닦아주게 생겼다. 오늘 병만이 정말 고생이 많다.^^ 엎어지면 코 닿을 데가 이리 멀 줄이야!!!

 

그리고 마침내 이모 등장! 오랜만에 조카들을 보는 이모의 입장에선 이 악동들이 귀엽기만 할 것이다. 동만이 귀엽다며 동생 하나 더 낳을까? 라고 말씀하시는 엄마! 오, 갓!

 

"언니, 동만이 정말 귀엽네. 많이 컸다."

동만이가 그렇게 귀여우면 이모가 좀 데리고 가세요. 제발요.

"그렇지? 귀엽지? 안 그래도 요즘 네 형부가 애 하나 더 낳자 한다."

 

엄마 눈이 반짝반빡해요.

나는 목이 바짝바짝 타요.

 

으하하핫, 내가 가장 크게 웃은 부분이다. 이모가 데리고 가라는 병만이의 솔직하고도 절실한 심정과, 엄마의 반짝거리는 눈과 병만이의 바짝 타들어가는 심정이 대구를 이루며 상황을 더 재밌게 만든다. 의성어와 의태어가 발달한 우리말의 특징이 여기서 한눈에 들어온다. 이런 표현들이 참 좋다. 어린이 친구들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병만이의 마음을 크게 이해하지 않을까?

 

동생을 하나 더 낳겠다고요? 저런 애를 하나 더 놔두고 엎어지면 코 닿을 데 또 갔다 오려고요?

그, 그건 안 되죠, 엄마.

 

여차하면 엄마가 동생 하나 더 낳을 기세! 그것만은 막아야겠다 싶은 병만이의 반격은 대체 무엇일까?

이 책의 제목에서 짐작해 보자. 누군가 곧 등장할 것이다. ^^

 

 

이번에도 역시 '놀이'가 부록처럼 마지막에 따라온다.

숨은 그림 찾기는 어린이나 어른이나 모두 재밌어 할 덕목. 혹시라도 미리 맞춰볼까 봐 그림을 조금만 찍어봤다.

두번째는 병만이가 화가 날 때 불자동차가 달려온다고 한 표현을 떠올리면서 언제 마음 속에 불자동차가 달리는지 물어보았다.

형제가 있는 아이라면 바로 그 형제 자매 남매와의 경우로 물어보는 것도 좋겠다. 다 컸지만 나도 할 말 많아요. 끙!!

세번째는 동생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듣기로는 동생이 생겼을 때 큰아이가 겪는 배신감은 남편이 바람 피웠을 때 아내가 겪는 심정과 같다고 하던데 정말 그럴까? 맏이가 여자아이면 보통은 동생을 잘 돌보는 편인데 우리 집처럼 아들-딸 순서라면 좀 많이 싸우는 것 같다. 아주 드물게 여동생을 아주 잘 돌보는 오빠도 있긴 하지만 그건 정말 드문 경우인 듯!

 

이 책은 그림책과 저학년 동화책의 중간 단계로 아이들의 '읽기' 연습에 보다 도움을 주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기능성이 분명하지만 이야기의 재미와 그림의 효과도 충분히 누리고 있고, 가족 사이에서 보다 많은 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도 아주 훌륭하다. 우리 집에서는 다현 양이 1권을 가져갔고, 언니에게는 부모님용으로 구성된 16번째 책을 내밀었다. 내일은 다현양이 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들어봐야겠다. 이왕이면 그림도 그려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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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5-17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마노아님 리뷰만 봐도 이 시리즈 좋은 책 같아요.@@
도서관에서 이 책 구입해야겠어요.^^

마노아 2013-05-17 00:41   좋아요 0 | URL
이 책 시리즈 아주 훌륭해요. 재미와 공부 일석 이조랍니다. 작은 도서관에서도 마구마구 빛날 거예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