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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 - 아주 특별한 노래상자
이오덕.권정생.임길택 지음, 백창우 작곡 / 보리 / 2010년 9월
평점 :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 창고 음악을 모두 들어봤는데 정작 거기에 실리지 못하고 따로 덜어낸 노래들에 대해서 먼저 끄적이게 되었다.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라는 이 예쁘고 슬픈 제목에 꽃잎 색깔 닮은 시디가 한장 들어 있다. 백창우 노래 시리즈가 그렇듯이 이 책도 시를 노래로 엮고 그 노래를 담아낸 작품이다. 오감을 모두 열고서 감상해야 한다.
<이오덕 노래상자>, >권정생 노래상자>, <임길택 노래상자>에는 모두 108곡이나 되는 노래가 담겨 있다. 그런데 거기에 싣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 어떤 건 너무 슬퍼서, 어떤 건 너무 길어서, 그리고 어떤 건 너무 지루해서, 또 어떤 건 너무 어려웠던 까닭이다.
같은 이유로 좀처럼 노래로 엮기 힘든 그 시들을 백창우 선생님은 기어이 노래로 엮어냈다.
시도 놀랍고 대단하지만, 그 시에서 이런 곡들을 빚어낸 것도 경이롭다. 실로 예술은 위대하다!
너무 길어서 담아내기 어려웠던 게 바로 이 첫번째 작품 같다.
권정생 선생님의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시도 길고 그랬기에 노래도 길다. 마디 수가 무려 361개나 나온다고 한다.
노래도 9분이 넘는다.
그렇지만, '어머니'에 대해서 노래하는데 9분이 어떻게 길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오늘 직장에서 음반을 들어보기 존에 시집을 먼저 읽었다.
문득 울 어머니 안 계시고, 선생님처럼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를 그리면서 어머니 보고파하는 나를 상상해 보니 왈칵 눈물이 났다. 그건 정말 상상만으로도 몸이 떨릴 만큼 무섭고도 아픈 일이었다. 그 어머니를 아버지로 대체하면 또 온전히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가정의 달이라 많이 강조하는 오월에, 어버이 날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이 시점에서 이 시와 노래는 많이 아프다. 그래서 또 그만큼 진실 되게 울린다. 누구라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름, 어머니 때문에...
아직은 앳되어 보이는 권정생 선생님과 으젓하신 이오덕 선생님의 젊은 날 사진이 반갑다.
그리고 '권정생'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소박하고 자연미 가득한 흙집의 명패가 어쩐지 가슴을 찌르르 울린다.
그래, 5월은 권 선생님 떠나신 달이기도 했지. 벌써 여섯 해가 되어버렸다.
세상에, 선생님 안 계신 세상은 얼마나 더 강팍하고 완고해졌던지...
괜시리 북한 아이들 생각이 나면서 또 마음이 아프다. 오월은 헤어짐이 많았던 달이기도 했지. 그래, 그랬어......
세분 중에서 가장 젊었지만 가장 먼저 세상을 뜨신 임길택 선생님.
선생님의 동시집을 참 좋아했다. 어찌나 해맑던지...
그 시들이 저리 해맑은 선생님 얼굴을 닮았던 거였나보다.
비록 이 땅에서 선생님의 삶은 짧았지만, 선생님이 뿌려놓은 그 씨가 무럭무럭 자라서, 그때 그 동시 짓던 아이들이 선생님을 추억하며, 시를 되새기며 살고 계시다.
선생님의 영혼이 잔잔히 웃고 계실 것만 같다.
아, 첫번째 사진의 선생님 표정 정말 좋다.
욕심이라곤 읽을 수 없는 그런 웃음이다.
아래 사진은 여기에 실린 곡들을 부른 굴렁쇠 아이들 모습이다.
낭독도 있고, 성우처럼 연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백창우 선생님은 지루할까 걱정하셨지만 아주 다양한 형태의 노래들이 들어 있어 듣는 재미가 있다.
물론, 앞서 세 권으로 묶어낸 시리즈보다는 다소 무겁기는 하다. 전반적인 곡의 분위기가.
그래도 이런 곡도 또 들어봄직 하지 않은가.
어린이의 목소리로 듣는 곡이라고 마냥 동심으로 돌아갈 수만은 없지.
마지막에 추천사를 써주신 김창남 문화평론가도 동요는 어른들이 더 불러야 한다고 했다.
동의한다. 덧붙이자면 모두가 동요를 좀 더 가까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치원도 졸업하지 못한 어린 아이가 대중가요를 따라부르며 현란한 춤을 자랑할 때 손뼉치는 어른들이 나는 좀 못마땅하다. 어른 흉내 말고 그 나이에 가장 예쁠 노래들도 좀 불렀으면 한다. 그리고 그 모습에 동참하며 함께 예쁜 마음 어루만질 우리 어른들도 되었으면 한다.
그나저나, 생각해 보니 울 세현군이 동요 연주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대부분 클래식이었고 가끔 재즈가 있었는데 이참에 동요도 연주해달라고 요청해 봐야겠다. 이 책 펼쳐주면 악보 보고서 반주해 줄 수 있으려나.... 내가 노래를 불러줄 수 없으니 이 책은 좀 곤란하겠다. 좀 더 쉬운 걸로 골라봐야겠다. ^^
마지막으로 목차를 옮겨 본다.
이런 시를 바탕으로 만든 이런 곡들이 담겨 있다. 제목만 보아도 예쁘고 어쩐지 아련하다.
1. 너무 많이 슬프지 않았으면
2. 느릿느릿 천천히
3.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 1
4. 고무신 신고
5. 뺑덕이
6. 늙은 개
7. 어매요, 어매요
8. 밥 안 먹으면 안돼
9.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 2
10. 나는 나무다
11. 콩밭 개구리
12. 개구리 소리
13. 잠자기 전
14. 나 간다, 노래에 실려
15. 엉겅퀴
16. 개구리
17. 이 세상 끄떡없다
18. 배고프면 밥 먹고 해 떨어지면 잠들고
19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20 똥 누고 가는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