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베카 O.S.T. [3CD]
옥주현 외 노래, 실베스터 르베이 (Sylvester Levay) 작곡, 미하엘 쿤체 (M / Kakao Entertainment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뮤지컬 레베카를 본 것은 1월 27일이었다.
올해의 첫 뮤지컬이었고, 류정한-신영숙이 주인공이었다.
히치콕의 오래 전 영화 레베카를 볼 때는 압도적으로 댄버스 부인이 주인공이었지만,
뮤지컬로 올라가면서 막심의 비중이 커졌고, 댄버스 부인을 넘어서진 못하더라도 막심의 새 부인 '나'의 역할도 커졌다.

뮤지컬 보고 나서 음반이 발매되지 않은 것을 알고 무척 서운했는데, 올해 3월에 음반이 나오면서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모른다. 한차례 발매일이 연기되긴 했지만 기꺼이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앨범!

주연 배우 셋을 모두 담아낸 게 가장 마음에 든다. 예전에 '지킬 앤 하이드'는 조승우 위주로만 곡이 짜여져 있어서 류정한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많이 아쉬웠다. 이번 앨범은 세 배우가 공평하게 노래가 실렸다. 첫번째 시디의 유준상만 6번 곡 '하루 또 하루'를 임혜영과 한 번, 김보경과 한 번해서 노래가 하나 더 실렸지만, 그 정도는 수긍할 만하다. ^^

극 중에서 레베카는 끊임 없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름이 불려지고, 그 존재감으로 누군가에게는 갈망을 넘어 열망과 집착의 대상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떨어버리고 싶은 증오의 대상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넘어서고 싶은 라이벌로 다가오지만, 정작 죽은 그녀는 여기에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도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이름이 되어버렸다. 바로 레케바라는 이름으로!

류정한과 임혜영 조합이다. 내가 본 회차에서는 류정한과 김보경이 부부로 나왔다.
음반으로 들어보니 임혜영과도 무척 잘 어울렸다. 김보경의 목소리는 좀 더 어린애스러운 면이 있는데, 임혜영은 그보다 여성스런 느낌의 목소리다.


2층에서 본 나로서는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클로즈업 된 얼굴이 어쩐지 낯설기까지 하다.
이 작품은 여자 배우들이 역할이 중요하다. 사실상 주인공인 댄버스 부인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대항해서 '나'는 청초하고 순수한 모습에서 강인한 여성으로 변해 간다. 그 대결 구도에서 막심이 균형을 잡는다.
마음이야 세 배우 모두 내가 좋아하니 다 보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이 어디 그렇게 허락해 주던가.
내가 보지 못한 유준상과 오만석 버전의 레베카도 들을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 음반은 그러니까 선물 그 자체다.

처음에 음반이 도착해서는 차례대로 쭉 들어보고 그 당름에는 류정한 버전으로 계속 들었다. 그러다가 유준상 버전이 좋아져서 또 열심히 들었다.
막심의 목소리와 연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넘버가 '칼날 같은 그 미소'다.
레베카의 죽음에 얽힌 진실과 이 음산한 저택의 비밀이 드러나는 부분이고, 막심의 인내심도 무너지며 좌절하고 오열하며 절규하고 마침내 끝으로 치닫는 그런 감정의 극단을 달리는 노래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류정한이야 워낙 노래 잘하는 걸로 유명했으니 더 보탤 것도 없지만, 유준상에게 감탄했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해도 노래까지 훌륭하게 소화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전에도 유준상이 출연한 뮤지컬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았다.(그 작품은 잭 더 리퍼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특히 이 노래에서는 감정이 점점 고조되어가는 강약을 아주 적절하게 잡아주었다. 정말 내 눈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며칠 전에 '전설의 주먹'을 보았는데, 그 바람에 유준상을 더 주의깊게 보게 되었다. 이 남자, 점점 좋아진다.


옥주현도 다시 보였다. 이전에 아이다와 엘리자벳을 볼 때 유일하게 아쉬운 게 옥주현의 노래였다. 특히 엘리자벳은 모든 캐스팅이 완벽했는데 여주인공이 많이 부족해보였다. 김선영 버전의 노래를 이미 들어보았기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레베카를 보러 갈 때도 '신영숙-류정한' 조합의 날짜를 일부러 골라서 갔던 것이다.

헌데 음반으로 들어보니 옥주현의 레베카도 훌륭했다. 공연을 보고 온 사람들의 호평도 이어졌는데 후하게 준 게 아니라 정말로 좋았던 모양이다. 내게 다시 레베카를 볼 기회가 온다면 이번에는 유준상-옥주현 조합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1분 50초에서 무대 돌아가는 것 확인하시라!)

오만석 얘기가 거의 안 나왔는데, 내가 참 좋아하는 배우이건만 이번 레베카는 크게 와닿지가 않는다. 포도밭 그 남자나 헤드윅의 그녀같은 역은 무척 잘 어울렸는데, 귀족스런 막심 역에는 내 선입견에 그닥 어울리지 않게 보이는 모양이다.

그리고 반 호퍼 부인 역의 최나래의 발견도 최대 수확이었다. 이렇게 신나고 이렇게 화끈한 무대를 선사해 주다니! 다음 기회에 또 보게 된다면 그녀가 출연하는 회차로 보고 싶다. 레베카 아닌 다른 작품이라 하더라도.

지금 홈페이지를 열어두고 오리지날 버전을 듣고 있다. 우리말 가사를 아니 영어로 들어도 의미가 통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오랜만에 계속 들을 수 있는 좋은 음반을 만났다. 게다가 추억의 재생은 물론이요, 새로운 발견까지 주었으니 여러 선물을 함께 받은 기분이다.

작품 속 넘버 제목처럼 '별빛 같은' 작품이다. 오래오래 사랑할 것이다. 반갑다, 레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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