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명탐정 - 도깨비방망이를 찾아라!, 제2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다락방 명탐정 1
성완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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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심심하던 어느 날, 건이는 자신의 집 다락방에 탐정 사무소를 차렸다. 이름하여 '명탐정 사무소'

손님이 하나도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던 찰나, 첫번째 의뢰인이 도착했다. 아니, 사실은 건이가 소환을 당했다. 벽에 걸린 거울을 통해서 도깨비 나라로!

 

도깨비들이 사는 마을 이름은 '그거나 저거나' 마을이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달랑 넷 밖에 남지 않은 그거나 저거나 마을의 도깨비 식구들은 이렇다. 이번에 나무방망이를 잃어버려서 의뢰를 하게 된 주먹코 도깨비는 말이 엄청 느리다. 주먹코에게서 사건 경위를 들으려면 3박 4일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단짝 친구 꺽다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건이를 불러들이고, 기억력 나쁜 주먹코 대신 사건의 전후 사정을 설명해준 것도 꺽다리 도깨비였다. 거울 방망이로 인간 세계와 도깨비 나라를 연결하는 재주가 있다.

 

조금은 소심하게 보이는 외눈 도깨비는 특이하게도 '뼈다귀 방망이'를 갖고 있다. 이 방망이는 온갖 음식을 척척 만들어서 대령해주는 힘을 갖고 있는데 아주 보배로 보인다. 갖고 싶다!

 

마지막으로 성질 급한 번개머리 도깨비는 금방망이를 갖고 있다. 금방망이로 금화도 만들어 내니, 사실은 이 방망이가 가장 탐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밖에 양념처럼 등장한 패션 스타 구미호도 있다. 하하핫!

 

탐정 건이가 주먹코 도깨비의 잃어버린 방망이를 찾는 과정에서 여러 도깨비들이 자신의 실력을 선보였다. 그때마다 눈길을 끈 것은 독특한 주문이다.

 

"번쩍따리~ 반짝따리~ 따리따리 쨍쨍~!"

"이리로~ 저리로~ 나리나리 날라리~!"

"보글퐁~ 쿨럭퐁~ 들락날락 걀걀~!"

"오물락~ 조물락~ 우물우물 꿀꺽~!"

 

우리말의 재미진 성격이 잘 보인다. 뜻도, 운율감도 모두 탁월하다. 아, 저렇게 주문 외우면서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고 싶다.

 

건이는 도깨비 마을에서 날으는 양탄자가 아니라 날으는 거적을 타게 된다. 게다가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공중을 날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설정이라니, 정말 최고가 아닌가!

 

 

 

꼭 사막 같기도 하고 바닷속 풍경 같기도 하다. 우주라고 해도 믿을 것 같고, 꿈속이라고 해도 그럴싸한 도깨비 나라 풍경도 마음에 꼭 든다.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길지도 않은 이야기 속에서 건이는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해서 주먹코 도깨비의 방망이를 찾아낸다. 범인은 가까이 있는 법! 도대체 누가 방망이를 가져갔던 것일까? 읽으면서 추리를 해보는 재미도 가져보자.

 

 

 

도깨비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지만 인간을 보면서는 입맛을 다시는 구미호 되시겠다. 패셔니스트라고 해도 흠잡을 데가 없다.

 

모처럼 도깨비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건이. 당연히 질문이 많을 수밖에 없다. 도깨비도 죽냐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대답이 돌아온 것이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 까닭은 애잔했다.

 

 

˝도깨비도 죽나요?˝

˝당연하지. 도깨비는 도깨비를 믿는 사람 수만큼 살거든. 그런데 요즘 도깨비를 믿는 사람이 어디 그리 많아? 그러니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그거나 저거나 마을에 도깨비가 우리 넷뿐인 이유도 그래서라네.˝-29쪽

 

도깨비를 믿는 사람이 줄어들어서 도깨비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마음을 끌어당겼다. 믿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손에 도착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의심했기 때문에 만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주저주저했기 때문에 서성거리기만 할 뿐, 끝내 마주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그것이 도깨비가 아니라 '믿음'이고, '희망'이고, '사랑'이라면... 짧은 동화책에서 갑자기 생각이 깊어져버렸다. '도깨비' 자리에 '평화통일'이라는 말을 넣고 싶었다. 평화는커녕 '통일'이란 말도 쓰지 않는 시절을 살고 있기에...

 

다시 책으로 돌아가보자. 건이는 기지를 발휘해서 사건을 멋지게 해결했다. 추리력도 '명탐정'다웠다. 게다가 사건이 해결되고 마무리 짓는 과정에서 도깨비 친구들이 보여주는 마음가짐은 또 얼마나 훈훈하던가.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보다 훨씬 착하고 정겨운 친구들이다.

 

사건을 해결해 주었으니 당연히 수임료가 필요한 법! 외눈 도깨비가 뼈다귀 방망이를 휘둘러서 상다리가 휘어지게 한상을 차려주었다. 아, 나도 먹고 싶다. 쓰으읍!

 

 

건이는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집으로 돌아갈 때에도 거울을 통해서 나갔다. 꺽다리 도깨비가 건이를 탐정으로 고용하게 된 것은 건이의 시험지 때문이었다. '10점짜리' 시험지를 '100점'짜리로 착각했지만, 건이의 해결법은 100점을 충분히 넘기고도 남았다. 100점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10점은 놀라워 한다는 말에, 도깨비는 후자가 더 좋다고 했다. 물론, 도깨비는 그거나 저거나 마을 출신답게 별 상관 없어 했지만...^^

 

도깨비가 거울을 통해서 돌아가고 나자 거울이 트림을 했다. 이런 깨알같은 설정도 참 재밌다. 흥부 놀부에 나오던 박도 등장하고, 여러모로 전천후 마당발 도깨비들이다. 구미호 친구도 그렇고...

 

우리의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을 잘 버무렸다. 거기다가 판타지스런 설정까지도... 90쪽도 되지 않는 짧은 쪽수 안에 모험과 액션과 수수께끼와 감동을 같이 담아냈다. 작가님이야말로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른 게 아닐까.

 

재밌고 예쁜 책이다. 어린이 날도 다가오는데 어린이 친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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