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에 며느리 내보내는 이유!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 내보낸다’라는 속담이 있다. 혹한을 이겨낸 이후 맞는 봄볕은 그 무엇보다 따뜻한데, 속담대로라면 봄볕은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존재다. 그 이유는 바로 ‘자외선’ 때문이다.
봄이 오면 산책이나 소풍, 운동 등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 따스한 햇살은 움츠려 있던 온몸을 기분 좋게 깨운다. 여름처럼 뜨겁지 않기 때문에 온몸으로 햇빛을 맞으며 자외선 차단에도 신경을 덜 쓰게 된다. 하지만 넋 놓고 봄볕을 쐬다가는 피부가 급 노화되기 십상이다. 겨우내 자외선에 잘 노출되지 않았던 색소세포가 갑자기 강해진 봄 자외선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봄과 가을은 기온이 비슷하지만, 실제로 봄볕이 가을볕에 비해 일사랑이 1.5배 정도 많으며 자외선지수도 훨씬 높다. 게다가 봄철에는 건조한 기후 때문에 대기 중 먼지가 많고 꽃가루, 황사 등이 더해지며 대기 속 먼지가 4배 이상 증가한다. 피부건강에는 좋지 않은 계절인 것이다.
실제 자외선 지수는 여름이 가장 높지만, 봄철 피부가 받아들이는 자외선은 한여름의 자외선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의 4, 5월 일조 시간은 한여름 8월보다 50시간가량 많다. 따라서 자외선에 노출되는 시간과 양은 봄에 자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자외선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지면 그만큼 피부 노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피부가 갑자기 많은 양의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 탄력을 유지하는 콜라겐과 엘라스틴 섬유가 파괴된다. 이로 인해 피부는 건조하고 푸석푸석해지며, 피부의 볼륨과 탄력도 현저히 떨어져 주름이 생긴다. 또 피부 세포가 손상돼 면역력까지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자외선은 멜라닌 색소를 증가시켜 피부를 붉고 민감하게 만든다. 기미, 주근깨, 잡티 등의 색소 질환을 짙어지게 하고 피부를 전체적으로 칙칙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야외활동을 아예 안할 수는 없는 법. 야외활동을 하는 동안 자외선을 차단해 피부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 자외선차단제를 바를 때는 얇게 펴 바르고 그 위에 몇 번 덧바르는 방식으로 바르는 것이 좋다. 문질러서 바를 경우, 차단성분의 화학적인 특성으로 인해 피부에 잘 흡수되지 않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햇빛에 노출되는 얼굴, 목, 손등에 2, 3시간 간격으로 발라주는 것이 좋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활동하다 보면 땀에 희석되거나 옷깃에 닦여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줄어든다. 아침 일찍 차단제를 바르고 나간 후 덧바르지 않으면 하루 중 자외선이 가장 강한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 자외선 차단 효과가 거의 없어진다.
성인 여성의 경우 화장을 하면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기 힘들기 때문에 아침에 한 번 바른 이후에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역시 오후가 되면 자외선 차단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를 덧발라 주어야 한다. 피부가 건조한 상태에서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면 밀릴 수 있으니 얼굴 전체에 미스트를 뿌려 수분을 공급한 이후 바르는 것이 좋다. 자외선 차단제를 손등에 적당량 덜어 손끝으로 살살 문질러 체온으로 녹인 뒤 덧바를 부분에만 소량씩 지그시 누르듯 발라준다. 최근 화장 위에 덧바를 수 있는 파우더 형태의 자외선 차단제가 출시돼 있는데, 이를 몇 번 덧바르는 것도 좋다.
한편 바쁜 아침 시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그 위에 다시 메이크업을 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이에 자외선 차단 기능이 함유된 메이크업 베이스나 파운데이션 등 자외선 차단 기능을 함유한 화장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간편하게 하나만 바르면 되기 때문에 여성들의 수고를 덜어준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자외선 차단기능이 들어간 파운데이션만 믿기에는 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얼굴에 얇게 펴 바르는 화장품의 특성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자외선 차단제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조금 많다 싶을 정도의 양을 사용해야 한다. 차단제를 피부에 바를 때는 원칙적으로는 피부 1cm²에 2mg 정도로 듬뿍 발라야 하지만 실제로는 권장량의 절반도 바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차단 기능이 들어간 메이크업베이스나 파운데이션의 경우, 자외선 차단제보다 더 적게 사용하게 되므로 차단 효과는 더욱 떨어지게 된다.
야외에서 운동을 할 때도 자외선을 주의해야 한다. 봄은 등산객들이 급증하는 계절인데, 자외선은 고도가 높을수록 강해진다. 따라서 등산을 할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비롯해 긴팔 옷과 바지, 모자 등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 좋다. 옷은 몸에 딱 붙는 것보다 헐렁한 것이 자외선 차단에 더 효과적이다. 옷감이 몸에 딱 맞게 붙어 있으면 햇빛이 옷감 사이로 침투할 수 있다. 참고로 흰색 티셔츠는 자외선차단지수(SPF) 5∼9의 효과가 있고, 청바지는 SPF 1000 정도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봄철 피부건강을 위해서는 자외선 차단제를 제대로, 잘 바르는 것이 중요하겠다. 또 물 많이 마시기, 신선한 과일과 야채 많이 섭취하기 등으로 건조하고 지친 피부에 수분과 비타민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야외활동을 한 이후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비롯해 각종 먼지와 황사, 꽃가루 등이 붙은 피부 표면을 깨끗이 세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