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희 8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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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이번 편도 웹툰으로 읽은 부분이다. 그렇다면 9권도 내가 이미 읽은 내용이 실려 있을 거라는 이야기. 9권의 새 내용을 기대하며 밀린 숙제하듯 책을 읽고 있었는데, 아직도 출간을 더 기다려야 함을 깨달은 순간 김이 좀 빠져버렸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지만. ^^

 

세라는 설희와 함께 설희가 갇혀 지내다시피 했던 섬으로 들어갔다.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컴퓨터를 쓰기가 어렵고, 시나리오 작업을 해보자니 기존에 쓰던 내용이 없어서 연결이 안 되고, 이래저래 할 일이 없어지니 더더욱 심각한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설희가 몇 살인가? 같은 질문 말이다. 설희는 아직 깊은 얘기를 해줄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세라는 좀 더 자신 안으로 침잠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은 말해줘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더 깊은 이야기를 하려면 세라가 잊고 지낸, 잊고 싶어한 과거의 어느 시점을 꺼내야 한다. 그래서 설희가 침묵을 지키는 것은 세라에 대한 배려가 컸다. 오래 산 만큼 확실히 어른스러울 수밖에 없는 설희다.

 

한국에서 설희와 세라 소식을 모르고 있던 아라시는 그 바람에 아영이와 엮여서 조금은 곤란한 시간을 겪고 있다. 이 얼굴만 예쁜 민폐녀는 주변에 얼마나 사악한 오로라를 뿌리는 지도 모르는 채 제 실속만 열심히 차리지만, 그러다가 큰 코 다칠 날이 곧 올 거라고, 강력히 바라마지 않고 있다. 그것도 기왕이면 설희 말고 세라 스스로 좀 한방 먹여줬으면!!

 

세라 어머니는 난감한 인물이었다. 아들 편애하고, 사기 당해서 여기저기 폐 끼치고, 좀 막무가내 식 캐릭터이다. 이 인물이 속상한 것은, 그런 스타일의 어머니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니 세라에게 또 감정이입이 되어서 어찌나 가엾던지...

 

그러나 세라의 봉인된 기억이 풀리고, 거기서 설희와의 첫 인연이 소개되면서, 그리고 그 시절부터 설희가 보여주었던 배려와 마음씀이 고마워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세라가 뒤이어 치를 홍역을 생각해서 스스로 봉인을 해지하지 않으려 했던 설희는 진정 세라의 멘토 같은 존재다. 그리고 잊어도 좋을 약속을 끝까지 지켜낸 것은 더 멋지다. 긴 시간 살아오면서 약속은 지키려고 했던 그 다짐도 어쩐지 짠하다. 바꿔말하면, 마음으로 다짐한 복수도 그만둘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 사랑과 증오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다는 것은 그래서 그녀의 딜레마다.

 

비록 한권 남은 9권도 내가 이미 본 내용일 가능성이 99%이지만, 모처럼 복기해보는 설희는 재밌고 의미심장하다. 완결이 되면 정주행 또 한번 해야겠다. 그래야 작품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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