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첫번째 토요일에는 몬스터즈 락쇼를 다녀왔다. 출연진은 슈퍼키드, MYK, 이승환, 옐로우 몬스터즈다. 나야 당연히 공장장님 보러 간 것! 슈퍼키드에 이어 MYK까지 나오고 무대 교체 준비중일 때였다. 조명이 앞에서 뒤를 비추고 있었고 난 맨 뒤에 서 있는 터여서 더 이상 뒤로 물러날 데도 없는데 한무리의 여자들이 뒤늦게 공연장으로 들어왔다. 그중 한 사람이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난 더 이상 뒤로 물러날 데가 없다는 것을 표현하느라 두발 붙이고 단단히 서 있었는데 이 친구가 "어머 쌤!"하고 반갑게 덤벼드는 게 아닌가. 오 갓! 무려 첫번째 해에 가르쳤던 제자를 공연장에서 만났다. 어이쿠! 난 조명 때문에 여전히 이 친구 얼굴이 안 보이는데 그쪽에서는 내가 넘넘 잘 보이는 상황. "쌤 아직도 이승환 좋아해요?"라고 묻는다. 당근이지....;;;;;
세월이 하도 빨라 청순 고등학생이었던 아이가 어느덧 스물일곱 사회인이 되어버렸다. 뭐라뭐라 한참 얘기를 하다가 드디어 이승환이 나왔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다. 정신 차려보니 앞으로 뚫고 나가며 이승환을 외치며 나보다 더 열심히 '환장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아.... 혹시 내가 이 녀석을 저리 만들었나? ('' )( '')
나한테 옐로우 몬스터즈 음악은 좀 많이 센 감이 있고, 역시 최적의 공연은 이승환이지...
그 다음주 토요일은 형부의 생일이었다. 성신여대 입구에는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올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아해들이 그곳에 가서 각자 케이크를 만들어왔다. 둘이 가면 무조건 하나씩 해야지 둘이 하나...이런 건 불가능하다는 게 언니의 육아 결론이다.
왼쪽이 세현군 작품, 오른쪽이 다현양 작품이다. 세현이는 혼자 했다고 들었는데 다현양은 아마 언니가 많이 도와줬을 것 같다. 파리바게뜨나 뚜레주르 케이크보다 빵이 신선하고 생크림도 부담스럽지 않다. 생각 외로 많이 맛있어서 좀 놀랐다.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등등에 연인들이 와서 많이 만들어간다고 들었다. 오늘도 사람이 엄청 많겠구나...;;;;;
이튿날은 설날이었다. 아해들을 데리고 경복궁을 갔다. 몹시 추운 날이었는데 도착했을 즈음에 수문장 교대식이 있었다.
명절답게 추웠음에도 사람이 엄청 많았다. 여름에 한참 더울 때랑 겨울에 한참 추울 때랑, 저들은 언제가 더 힘들까나...
민속 박물관 입구에서 타악기 공연이 있었다. 엄청 추운 날씨였는데 여자 연주자들은 무려 망사 옷을 입고 있었더랬다. 남자들은 구두였는데 여자들은 거의 맨발에 가까운 신발이어서 거기에 또 깜놀. 구경꾼들은 춥다고 주머니에 손 찌르고 박수도 잘 못 쳤는데 저분들은 저 날씨에 열정적으로 맨손으로 북을 쳤다. 대단대단...!!
포스터가 마음에 든다!
이 날은 '아시아의 혼례'를 보러 간 것이었는데 철사로 전시해 놓은 한복이 눈길을 끌었다.
안쪽에서는 사진 촬영이 안 되기 때문에 눈으로만 감상을 했는데, 중국, 한국, 일본, 네발, 베트남의 혼례에 관한 전시였다. 이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베트남의 예복과 머리 장식이었다. 전통은 아닌 것 같고 약간 현대식으로 개량한 것 같았는데 직접 해보고 싶을 만큼 탐이 났다. 사진으로나마 담아올 수가 없어서 무척 아쉬웠다. 전시회는 사람이 많아서 북적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구성이 좀 산만했다. 종류별로 나라를 다 담아놨으니 정신이 없었는데, 차라리 나라별로 따로 부스를 만들었으면 좋을 뻔했다.
세현군은 중간에 화장실 간다고 나가서는 몰래 핸드폰으로 게임하다가 들켜서 경을 한번 쳤고...;;; 실내에도 볼거리가 더 있는데 아해들은 추운 바깥으로 자꾸 나가려고 했다.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케 하는 재밌는 쓰레기통이다.
노랑색은 어린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색임이 분명하다. 그림들도 정겹다.
전시관과 교육관의 이름도 예쁘다. 다현양은 솜사탕이 먹고 싶다고 했다. 너무 추워서 풍선도 사달라는 걸 말렸다.
악기 체험관에서 이것 저것 만져보고 싶었는데 우린 비교적 늦게 도착한 편이라 철수하는 분위기였다. 아쉽네...
구름 없이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서 더 높아보인다. 무슨 제사단 같다.
아이들이 졸라서 만들게 된 연이다. 우리가 거의 끝이어서 만들다가 부스가 철수되어 나머지는 집에 와서 만들어야 했다. 손이 시려도 너무 시려웠던 기억이...ㅜ.ㅜ 근데 내가 만들어준 다현양 가오리 연을 다음 날 형부가 바로 망가뜨렸다. 흑...ㅜ.ㅜ
전통 등불 같은 가로등도 예쁘고, 나무에 쌓인 눈도 예쁘다. 서울에서 만나는 돌솟대도 한컷!
(사진 펑!)
포스터 깃발 앞에서 한컷! 바람이 많이 불어서 잡고서 찍어야 했다.
(사진 펑!)
어린이는 아니지만 노란 버스 앞에서 한컷. 자꾸 사진 찍어달라 한다고 언니가 싫어했다. ㅎㅎㅎ
이날 최고의 보온 대상은 다현양이었다. 손이 엄청 따뜻해서 장갑 끼고 있는 것보다 다현양 손잡고 있는 게 더 따뜻했다. 인간난로라고 했더니 신이 나서 자꾸 내 손을 잡아준다. 뜨끈뜨끈 우리 다현이 손~
꼬박 한 달 전인 2월 14일. 당시 봄방학을 땡겨서 연휴를 끼고 쉬기로 한 날이었는데, 교사들이 쉬는 걸 아주 배아파하는 교장샘이 갑자기 심통을 부려서 모두 다 근무하라고 일정이 변경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변덕을 부려서 일직만 서라고 했는데, 무슨 일직을 6명씩이나 세운담...;;; 하여간 그래서 일정이 마구 뒤엉켜서 야곱을 만나기로 했다가, 다시 못 만나게 되었다가, 결국 다시 만나게 되었다. 발렌타인 데이 날에.
원래 계획은 사무실로 와인을 들고 가서 같이 홀짝홀짝 비우려고 했는데 '아르센 루팡'이 프리뷰라면서 40% 할인을 하는 게 아닌가. 블루스퀘어에 김다현 주인공이어서 가고 싶었다. 그리고 원래 홈즈보다 루팡이 더 매력적인 법! 당연히 재미있을 거라고 짐작하고서 출발했다. 그.러.나...
아아, 너무너무 재미가 없었다. 아무리 프리뷰라지만 배우들의 합이 어찌나 안 맞던지, 연습 한참 더 하고 와야될 것 같았다. 전반적으로 연출이 엉성하고, 연기도 못하고 노래도 못하고,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블루스퀘어쯤 되면 라이브 연주로 반주를 할 줄 알았는데 MR 틀어놓은 것도 좀 별로였고.... 설마 프리뷰여서 라이브 연주를 안 한 건가????
암튼, 공짜로 봐도 욕하고 나올 작품을 돈주고 보고 왔으니, 게다가 나때문에 같이 보게 된 야곱한테도 무지무지 미안해서 속상했다. 발렌타인 데이날 로맨틱하게 뮤지컬을 보는가 했는데, 우린 모두 씩씩대면서 나왔다. 흑....ㅜ.ㅜ 김다현 빵꾸똥꾸! 어울리지도 않는 개그가 왠 말이냐!!!
여배우들도 건질 게 하나도 없었고, 서범석마저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아르센 루팡 대실망... 요새 끊임없이 할인 티켓이 나오드만....;;;
(사진 펑!)
아, 그런데 이날 알았는데 김다현이 무사 백동수에서 김홍도로 나왔던 그 배우였다. 그때는 잘 생긴 것 몰랐는데 뮤지컬계에선 꽃다현으로 통한다지. 역시 뮤지컬 미남과 TV미남은 좀 차이가 있구나....
이 무렵 T월드에서 vip회원은 레베카 R석을 50% 할인해 주는 행사를 했다. 루팡으로 버린 눈과 귀를 다시 한번 레베카로 정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헐벗은 지갑을 고려해서 꾸욱 참았다. 그런데 어제 레베카 ost 나온다는 기쁜 소식이!!! 할렐루야~
주연 배우가 셋이어서 배우별로 시디 3장에 담았나보다. 어젠 곡목 정보에 가수 이름이 없었는데 오늘은 나와 있네. 내가 좋아하는 류배우는 두번째 시디에!!
2월의 세번째 토요일에는 조카들을 데리고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유리, 3000년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무료 전시회가 있었다. 홈페이지에 초등학생용 브로셔도 다운되게 되어 있었는데 울 조카들은 아무도 안 함...;;;
지하철 역에서 제법 많이 걸어야 했는데 지금은 직행 통로가 만들어져서 추위에 떨지 않고 입구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태극기의 네 모서리에 해당하는 '건곤감리'의 문양을 따서 만든 천정 조명과 바닥, 그리고 의자의 무늬가 옛스러우면서도 세련됐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참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전시회는 3천년에 걸친 유리의 역사에 대해서 담았다. 기원전 1500년부터 기원후 1500년까지를 모아서 3천년!
초기 작품들은 불투명해서 '유리'의 느낌이 약했지만 영롱하니 충분히 예뻤다.
작은 유리를 확대경으로 볼 수 있었다. 빨간 유리가 강렬해 보인다.
대롱불기 기법으로 유리를 만드는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저렇게 긴 대롱에 유리 재료를 묻혀서 입으로 불면 호리병 모양의 유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커서 무척 놀랐다. 해당 재료들도 모두 전시되어 있었는데 색색이 긴 대롱들도 무지개 느낌으로 찬란하니 예뻤다. 사진은 많이 찍었는데 조명이 어두워서 잘 나온 사진이 별로 없다.
기왕에 국립중앙박물관에 왔으니 이제 역사 배우게 되는 세현군에게 선사관부터 보고 오라고 했다. 언니가 아해들을 데리고 선사관과 고대관을 둘러볼 때에 나는 옆 전시관에서 '미국 미술 300년' 전시회를 보았다. 미리 사둔 티켓이 있었는데 1장 뿐인지라...^^
1월에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을 심드렁하게 봤던지라 크게 기대한 바 없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재밌었고 그림들도 좋았다. 근대 파트를 뺀 나머지는 사진도 찍을 수 있게 해주었다. 역시 저작권 때문인가?
오른쪽처럼 황금빛 들어간 그림들을 좋아한다. 뭔가 찬란해 보여!
가구들도 꽤 전시되어 있었는데 블루와 레드가 모두 마음에 든다.
자연은 그 자체로 완성된 걸작이지만, 이렇게 그림으로 담아놓아도 역시 예술이 된다. 위태로우면서도 안정적인 구도가 마음에 든다.
'사막의 노동자'란 제목의 작품이다. 더운 날씨에 고된 노동일 터인데, 나는 황금빛이라 또 무척 마음에 들 뿐이고....
'마투라 강변 계단을 따라'란 작품이다. 위의 사막의 노동자와 함께 내 마음에 가장 들었던 그림이다. 역시 황금빛의 마력일까???
(사진 펑!)
전시회 보고 나서 홀에서 다시 만난 우리들. 물을 나눠 마시며 잠시 휴식을 갖고 귀가했다. 마침 위메프에서 사둔 티지아이 프라이데이 쿠폰을 써서 저녁을 먹었는데, 그 과정에서 치른 삽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다시 생각해도 슬퍼...ㅜ.ㅜ
2월의 마지막 날에는 '스왈로브스키전'을 보러 대림 미술관으로 향했다. 티켓을 얻으려고 잡지도 샀었는데, 이번주는 무료 개방하고 있다. 17일까지 진행 중이니 보고 싶은 분들은 다녀오세요~ 3호선 경복궁 역 3번 출구에서 가까워요~
로고가 제일 빛난다. 이것은 보석이 아닌 전기의 힘!
굉장히 어두운 방에 붉은 조명 아래에 황홀한 구두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첫번째 구두는 '아이두 아이두'에서 김선아가 마지막에 1등 먹은 그 핑크 구두랑 디자인이 꽤 비슷하다.
이쪽 사진은 어째 스왈로브스키보다 '유리' 쪽 사진처럼 느껴진다. ^^
왕관도 많았고, 악세사리도 많았고.... 미스코리아 왕관보다 클레오파트라 가발이 더 쓰고 싶다. 근데 엄청 무거울 테지?
멋진 드레스가 많았는데 사진 잘 나온 게 없네. 그나마 세장 붙여놓으니 작아서 디테일이 잘 안 보이는 게 아쉽다.
패션쇼 무대 같은 느낌으로 전시해 놓았다. 그러고 보니 패션쇼는 가본 적이 없는데 여기 다녀와서는 문득 가보고 싶어졌다. 그런데는 어떻게 가는 거지? 티켓 사야 하나???
사실 제일 눈부시게 빛났던 것은 천장의 샹데리아다. 정말 눈부셨는데 사진으로는 잘 전달이 안 되어서 역시 아쉽다.
2월은 날짜도 짧았는데 영화도 많이 보고 이것저것 많이 다녔다. 여러모로 마음이 들볶여서 가만히 집에 있기 싫었던 날들이었다. 큰 시스터는 12월 말에 사무실을 옮겨놓고는 두달 만에 다시 사무실을 옮기게 되었다. 그 과정 중에 집으로 사무실을 옮기겠다며 나더러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 있겠냐고 해서 무척 시험에 들었고, 결과적으로 2층으로 내려가진 않았지만 언니가 다시 이사를 하고 여러모로 짐을 옮기다가 지금 다시 무릎이 무척 아픈 상황에 돌입했다. 이 무릎은 작년 여름 이사할 때 망가지고는 고질병처럼 조금만 무리하면 금방 아파버려서 큰 문제다. 아쿠아 강습을 받고 싶었는데, 도무지 자리가 나질 않아서 들어갈 수가 없다. 걷는 운동을 제일 하고 싶지만 무릎이 아파서 그건 좀 힘들고... 아쉬운 대로 다시 수영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역시, 책 쌓아두지 말자. 무릎이 나갈 수 있다. 이미 나간 무릎 더 망가뜨려선 안 돼지... 조심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