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과학

제 1823 호/2013-03-13

알록달록 픽시 바이크, 알고 보니 자전거의 고전!

유난히도 길~~고 춥던 겨울이 가고 살랑살랑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자, 태연과 아빠도 뭔지 알 수 없는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강아지 몽몽이까지 봄바람이 났는지 택배 아저씨만 와도 반갑다고 깡충깡충 좋아 난리! 아무리 구들장에 붙어있는 게 유일한 특기이자 취미인 아빠라 하더라도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 가는 거야! 우리도 봄볕을 받으며 뛰어보는 거야! 이 상쾌한 봄바람을 만끽해보자고!”

간만에 간지 나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천변 길을 뛰기 시작하는 태연과 아빠 그리고 몽몽이. 마음은 봄바람 같으나 몸은 천근만근인지라, 셋 모두 영 폼이 나지 않는다. 아빠의 두부살 배는 걸음을 뗄 때마다 시계추처럼 양 옆으로 쿨렁쿨렁 움직이고, 겨우내 복지부동 움직이지 않았던 태연의 근육들은 불과 삼 분만에 지쳐 뛰기를 거부하는데다, 간만에 바깥구경을 나온 몽몽이는 지나친 행복을 배변으로 표현해버리고 말았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

그때 하얀색과 분홍색이 섞인, 진정으로 심플하고 예쁜 자전거를 탄 여인이 향기 나는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태연과 아빠의 옆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지나간다. 그녀의 잘록한 허리와 탄탄한 허벅지는 말 그대로 예술이다. 스톱워치를 누른 듯 일시 정지해 버린 두 사람. 멍 하니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본다.

“아빠, 정신차려욧!! 침이라도 좀 닦고 쳐다보든가…. 엄마한테 확 일러버릴 거예욧~!!”
“뭐얏? 너, 너도 엄청 쳐다봤잖아!”
“난, 자전거를 본 거라고요! 저 놀랍도록 아름다운 자전거를 아빠가 저에게 선사해주신다면, 저도 저 언니처럼 환상 몸매의 어린이로 거듭날게요.”

“이거 왜 이래~, 나도 자전거를 봤다고. 흠흠, 저 자전거는 우리가 흔히 타는 기어변속 자전거가 아니라 ‘픽시드 기어 바이크(Fixed Gear Bike)’, 일명 ‘픽시’ 자전거란다. 고정 기어(Gear, 톱니바퀴의 조합에 따라 속도나 방향을 바꾸는 장치) 자전거라는 거지. 70~80년대 뉴욕의 우편배달부들이 타던 자전거에서 유례 했는데, 최소한의 부품으로만 이뤄져 있어서 매우 단순하고 심플한 매력이 있단다. 또 개인이 원하는 컬러로 타이어에서부터 핸들까지 맞춤형으로 주문할 수 있어서 개성도 살릴 수 있고. 도시 멋쟁이들이 즐겨 타는 자전거라고나 할까?”



[그림] 기어가 축에 고정돼 있는 ‘픽시드 기어 바이크(픽시)’. 변속기 등 부속장치가 없어 자전거 외관이 심플하고 가볍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그러니까 나도 저거 사달라고요! 완전 사랑스러웡!!”

“겉으로는 저렇게 예쁘지만, 너 같은 몸치에 저질체력은 함부로 도전하기 힘든 자전거야. 고정기어라서 네가 페달을 돌리는 힘만큼, 딱 고만큼밖에 움직이기 않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고, 브레이크가 없어서 발로 멈추거나 뒤로 페달을 감아줘야 한단다. 그뿐만이 아니야.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도 페달을 끊임없이 굴러줘야 바퀴가 회전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단다. 자전거 치고는 완전 고조할아버지뻘 되는, 상당히 원시적인 자전거 형태지.

“정말요? 생긴 건 완전 현대의 극치 같은데…. 원래 옛날 자전거는 다 힘들었어요?”

“그렇지, 기어를 적용하기 전까지는. 자전거는 생각보다 역사가 짧은 기계란다. 바퀴 자체는 수천 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자전거라는 형태가 만들어진 건 1870년대에 이르러서야. 최초의 자전거는 앞바퀴는 엄청 크고 뒷바퀴는 있는 둥 마는 둥 작게 달려있는 하이휠러(high-wheeler)라는 자전거였는데, 너도 옛날 영화나 사진에서 한두 번쯤 본 적이 있을 거야.”

“것두 엄청 멋지던데요? 근데 타기는 힘들었나 봐요?”

“하이휠러는 페달을 한 바퀴 돌리면 앞바퀴도 따라서 한 바퀴 돌아 원둘레의 거리만큼 앞으로 이동하는 자전거였단다. 바퀴가 클수록 한 번에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큰 앞바퀴를 만들었던 거지. 그런데 바퀴가 너무 커서 자전거에 올라타고 내리는 게 매우 힘들었고, 균형 유지도 어려운데다, 언덕 같은 오르막길에서는 거의 탈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단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앞바퀴와 뒷바퀴가 적절한 힘의 분배를 이뤄내면서 힘들이지 않고 탈 수 있는 자전거를 끊임없이 개발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기어 자전거였어. 기어와 톱니바퀴 아이디어는 이미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의해 처음 제안됐지만, 자전거에 적용되는 데까지는 400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지.”

“그래서요? 기어가 적용되면서 어떻게 변했어요? 자전거, 생각보다 흥미로운데요?”

“그치? 예를 들어 설명하면 좀 더 쉬울 거야. 페달 체인휠(chain wheel)의 톱니가 48개고, 뒷바퀴 휠의 톱니가 14개라면 3:1의 비율이 되겠지? 이건 페달을 한 바퀴 돌리면 뒷바퀴가 세 번 회전한다는 의미란다. 그만큼 한꺼번에 먼 거리를 갈 수 있다는 뜻이고, 바퀴가 작아져도 빠르고 멀리 갈 수 있다는 뜻이지.

“아, 그래서 바퀴가 요즘 것처럼 작아질 수 있었던 거네요?”

“바로 그거야!! 장소에 따라 기어변속을 하면 더 편리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단다. 예를 들어, 앞 체인휠 톱니가 22개, 뒤 톱니가 30개라면 비율은 0.73이 돼. 당연히 한 번에 멀리갈 수는 없겠지만 대신 힘은 적게 든단다. 그러니까 오르막이 나올 때 이런 저단기어를 사용하면 되겠지? 또 빨리 달리고 싶을 때는 비율이 높은 고단기어를 쓰면 돼. 페달을 한 번 돌릴 때 뒷바퀴를 6~7번 돌아가게 하려면 힘은 많이 들겠지만 아주 빨리 갈 수 있단다. 또 자전거를 탈 때 바람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헬멧을 유선형으로 만든다거나, 몸에 딱 붙는 스킨수트(skinsuit)를 입는 등의 방법도 고안되고….”

그때 태연과 아빠 옆을 지나가는 한 무리의 자전거 아저씨들! 하나같이 총천연색의, 지나치게 몸에 밀착돼 흔들리는 뱃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당췌 알 수 없는 스킨수트를 입고 지나간다. 태연, 순간적으로 눈을 감아버린다.

“아, 조인성 오빠나 원빈오빠가 저렇게 촥 달라붙는 스킨수트를 입고 내 눈앞으로 지간다면 정말 좋을텐데….”

“5분도 안 뛰고 또 남자생각이야?! 얼른 운동에나 집중해~!!”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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