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봇대
함민복 지음, 황중환 그림 / 대상미디어 / 2011년 11월
품절


마음 항아리

묵은 불은 없다
묵은 불꽃은 없다

그러나

그리움과
사랑은
묵는다

달빛 이스트와
시간의 춤

마음은
발효를 위한 항아리인가
-14쪽

마흔 번째 봄

꽃 피기 전 봄 산처럼
꽃 핀 봄 산처럼
꽃 지는 봄 산처럼
꽃 진 봄 산처럼

나도 누군가의 가슴
한번 울렁여보았으면
-18쪽

40代

솟아오르던 물줄기가 휜다

휨의 경계에서

물줄기는 솟아오름도 내리쏟아짐도 아니다

물의 고갯길이 서럽도록 맑다

솟아오름만 가지고 분수대는 아름다울 수 없다
-60쪽

그림자의 위로

그림자야, 미안하다
나는 너를 내 머리 위에 한 번도 둔 적이 없구나

미안해할 것 없어요
나도 내 앞에 누구도 둬보지 못했는걸요
-72쪽

다리의 사랑 10

길을 걸으면
살아온 길도 함께 걷는다
살아갈 길도 함께 걷는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가 부축하여주는
과거와 미래를 껴안고 나아가야 하는
끝나지 않는 다리다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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