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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2 : 진중권 + 정재승 - 은밀한 욕망을 엿보는 ㅣ 크로스 2
진중권.정재승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8월
평점 :
다시 한 번 크로스다! 1권도 무척 재밌게 읽었던 터라 2권의 출간이 반갑기만 하다. 지금은 혹시 3권 분량이 연재중일까?
과학자 정재승과 미학자 진중권이 같은 주제를 두고서 서로의 시각을 교환했다. 때로 겹치기도 하고 때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재밌었다. 게다가 이들이 선택한 주제들도 흥미롭다.
01. 로또 : 혹시 내게도? 누구나 속으로는 대박을 꿈꾼다
02. 오디션 : 경쟁사회의 공포조차 오락의 대상으로
03. 자살 : 왜 인간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04. 키스 : 천국의 언어가 아직도 남아 있다면
05. 트랜스포머 : 변신, 범블비! 육체를 바꿀 수 없는 인간들의 욕망
06. 라디오 : 주파수를 타고 아날로그 감성은 흐른다
07. 학교짱 : 수컷들의 세계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나
08. 뽀로로 : 애나 어른이나 노는 게 제일 좋아!
09. 육식 : 끊을 수 없는 ‘남의 살’에 대한 갈망
10. UFO : 외계인. 있다? 없다?
11. 낙서 : 끄적임이 보내는 의미 없는 아우성
12. 종말론 : 유한한 인간이 만들어낸 환상론
13. 트위터 : 이 작은 새가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14. 고현정 : 미모보다는 의리, 까칠해도 솔질해야 진짜 미인
15. 케이팝 : 만드는 뮤지션 vs 만들어진 상품
16. 나는 꼼수다 : 이것은 디지털시대의 저잣거리 이야기
17. 레이디 가가 : 도발? 예술? 금기를 가지고 노는 아티스트
18. 아랍의 봄 : 혁명을 이끈 스마트 시대의 대자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다. 아마츄어뿐 아니라 프로들마저도 그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고 시험 당하고 환호 받으며 또 좌절하기도 하였다. 그 포문을 지나치게 화려하게 열었던 게 '나는 가수다'였다. 프로그램을 엄청 열심히 본 나로서는 이 두 사람의 반응이 참 궁금하기도 했다. 신자유주의의 소산이라는 평가에 동의한다. 프로 가수들마저도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야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이 살벌한 세상... 그리고 그 무대라도 올라가기를 원하는 수많은 루저들의 열망이란...
자살에 대한 통계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OECD 회원국 중 최악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수치라는 게 너무 높아서 충격적이었다. 오늘을 살아내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람이 가장 많고, 내일을 기대할 수가 없어서 출산율은 최저를 기록하는 이 나라의 서러운 현실이 아프다. 2005년 무렵까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던 일본이 매년 3000억 원을 투자해 자살의 사망 원인 비율을 19.7%로 줄여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투자 없이 어떤 결과를 맺을까. 제발 건물에만 투자하지 말고 사람에게 투자하자. 예술 직종 사람들은 88만원 세대는커녕 55만원 세대를 살고 있다는 선대인의 강의를 좀 전에 들어서 더 가슴이 아프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그리하여 많은 국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근데 새 정부가 출범하자 마음은 더 무겁다.(빨간 한복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그거 대체 누구 아이디어야? ㅜ.ㅜ)
자살 부분에서 나왔던 그림의 이미지가 무척 쓸쓸하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여성이 남성보다 두세배 많지만, 성공률은 남성이 네배나 높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정재승 씨의 관심처럼 성호르몬에 관련된 것일까? 아니면 사회적 성장 과정의 차이일까? 나도 자못 궁금하다.
인류의 역사에는 아주 유명한 '키스'가 많이 있다. 유다의 키스가 일단 먼저 생각나고, 클림트의 이 유명한 그림도 당연히 떠오른다.
책에는 재밌는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다.
키스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환대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고대 핀란드 사람들은 키스를 매우 불결하고 부도덕한 것으로 여겨서 심지어 발가벗고 섹스를 하는 동안에도 키스만은 하지 않았다. 지금도 미국 인디애나 주에서는 콧수염이 있는 남자가 습관적으로 사람들에게 키스를 퍼부으면 폭력 행위로 간주해 체포한다. 또 믿지 못하겠지만 미국 코네티컷 주 하트퍼드 시에서는 아직도 남편이 아내에게 일요일에 키스하는 것을 불법으로 여긴다. 잡혀가는 사람이 실제로 있을까 싶지만 사실이다. -74쪽
세상에나... 요일 따져가며 키스를 해야 하다니, 당황스럽다.
독일 보훔에 있는 루르 대학교의 오누르 군투르쿤 교수의 연구도 흥미로웠다. 우연히 공항에서 비행기를 못 타게 된 교수는 유난히 이별하는 사람이 많은 그 공간에서 키스하는 사람들의 얼굴 각도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던 것이다. 그리하여 여러 커플들을 관찰한 결과는 놀라웠다.
결과는 매우 명료했다. 2/3 정도 되는 사람들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여 키스를 하더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사람들 대부분이 오른손잡이이며, 태어나기 전 며칠 동안 엄마의 뱃속에서 고개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그 자세가 본능적으로 좀더 편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두 연인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키스를 하고 있는, 구스타프 클림프의 작품 <키스>가 우리에게 그토록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이리라. -78쪽
왼손잡이들의 키스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둘 모두 왼손잡이라면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고개를 돌릴 것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두 필자 중 진중권 씨를 더 기대했지만, 내가 따로 글귀를 적은 부분들은 정재승 씨 글이 더 많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 대단한 말빨은 진중건 씨가 압권이다. 앞서 자살 파트에서는 이렇게 얘기했다.
서구에서 이타적 자살의 예는 보기 드물다. 하지만 기독교 문명 안에서도 ‘어떤’ 자살은 과거에 사회적 상찬의 대상이 되곤 했다. 동양의 열사에 해당하는 것이 서양의 순교자다. ‘순교’란 사실상 자살에 해당하나 순교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자신을 위해 죽는 것은 씻지 못할 죄에 해당해도 신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은 최고의 덕목이라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신처럼 이기적인 분도 없다. -57쪽
아, 어쩐지 무척 공감이 가서 말이다...
뽀통령을 모시는 이들이라고 그분을 뽀느님으로 섬기기를 꺼리지 않고, 뽀느님을 섬기는 이들이라고 그분을 뽀통령으로 모시는 데 이견을 달지는 않을 것이다. 천년왕국이 도래하면 어차피 하느님이 세속의 군주들을 제치고 직접 이 땅을 통치하신다지 않는가. 한마디로 뽀로로는 제정일치의 수장, 단군왕검 이후 최초로 한반도에서 다시 정치적 군장과 종교적 수장을 겸하신 분이다. 이러다가 민족의 토템이 곰에서 펭귄으로 바뀌는 사태가 일어날지 모르겠다. -131쪽
푸하하핫! 제정일치라는 단어를 이렇게 만날 줄이야! 나중에 단군 이야기 할 때 꼭 써먹고 말테다. 그나저나 뽀로로 파트를 무척 재밌게 읽었는데, 정작 나는 뽀로로 애니는 본 적이 없다. 울 언니는 뽀로로가 펭귄이라는 것을 내가 말해서 알았단다. 어휴, 난 그래도 펭귄까지는 알았는데...^^
그밖에 트랜스포머 얘기하면서 국회의사당의 돔이 열리며 로봇태권V가 출동한다는 얘기를 꺼낼 때도 재밌었다. 준비는 되어 있는데 다만 '여야 합의'가 되어 있질 않아 출동을 못한다는 이 날카로운 지적!!
뮤지션은 음악의 생산자이지 생산품이 아니다-라는 지적도 귀담아들어야겠다. 스스로를 생산품으로 팔지 못해 안달인 이들도 물론 많지만, 진정 음악으로 말하고 음악으로 살아나는 이들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
UFO의 최초 기록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성경에서도 비슷하게 추정되는 기록도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러고 보니 나도 고등학교 시절에 UFO를 본 적이 있다. 모처럼 날 밝을 때에 하교를 하고 있었는데 후문을 나서다가 하늘에서 반짝 하고 빛나는 무언가를 보았다. 밤이었으면 별이라고 여겼겠지만, 그때는 낮이었고 무척 밝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진 게 더 놀라웠다. 그랬는데 그날 저녁 9시 뉴스에 미확인비행물체가 발견되었다는 제보가 나온 게 아닌가. 내가 본 그것이었다. 그게 정말 UFO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때의 경험이 재밌었다. 이렇게 드넓은 우주인데, 지구 이외에 생명체가 없다고 한다면 그게 더 안 믿기는 게 아닐까? 우리가 잘 모르지만 어딘가에 분명 '누군가' 있을 것만 같다.
광해군 때에도 이런 기록이 있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 눈이 번쩍 했다. 강경옥 작가님의 '설희'가 바로 거기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무려 4백년 이상을 죽지도 않고 영원히 젊은 채 살고 있는 주인공 설희가 바로 그 때에 외계인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설희 9권이 나왔다는 알림이 왔다. 음하하핫, 곧 주문해 주겠어!!!
낙서에 대한 이야기에서 가장 재밌었던 것은 어느 국제 회담 장소에서 발견된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낙서였다. 여러 전문가들은 총리에 대한 입방아를 찧었는데, 알고 보니 그 낙서는 옆자리에 앉았던 빌 게이츠의 것이었다고... ^^
낙서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도 많지만 낙서 그 자체로 공해일 때도 많다. 예술과 민폐의 경계는 참으로 애매모호하달까... ^^
요새 트위터에 무척 재미를 들이고 있는데, 트위터의 로고를 늘 보면서도 이것이 '새'라는 것을 이 책을 보고나서야 자각했다. 나의 무심함이란...ㅜ.ㅜ
140자라는 짧다면 아주 짧은 메시지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이 서비스는 무척 흥미롭다. 여러 팔로워들의 글들을 보면서 정보도 얻고, 피식 웃기도 하고, 때로 눈살도 찌푸리게 된다. 엄청나게 쏟아지고 또 빠르게 쌓이는 메시지들에 숨을 헐떡거리게도 되는데, 이제는 바쁘면 바쁜 대로 흘려 보내면서 즐기는 편이 되었다. 그렇지 않고는 이 편리한 매체가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가입자가 꽤 많구나 싶어 놀랐다. 나로서는 페이스북을 며칠 간 쓰다가 그 어마어마한 인맥 유통 라인에 화들짝 놀라 얼른 탈퇴해 버렸기 때문이다. 얼마 전 어느 분이 쓰셨듯이 페이스북의 유별난 소속 드러내기는 필요 이상의 자괴감을 사람에게 안겨주는 부작용이 있다. 그런 건 제발 사양하고 싶다.
라면과 육식 이야기도 재밌었다. 영원한 서민 음식 라면에게는 애증의 관심을, 그리고 포기하기 힘든 육식에도 역시 애증의 눈길을 보낸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엔 집에서 모처럼 식구들이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다. 이 책의 저자 진중권 씨와 정재승 씨도 육식에 대해서 어떤 글을 써야 하나 고민하면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고...^^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올해의 인물을 뽑는 타임지의 전통을 소개하면서 들어준 사례가 재밌다.
2006년 <타임>은 “올해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온라인 백과사전, 영상파일 공유 사이트, 블로그 사이트를 비롯한 개인 미디어의 확산”이라며, 이 영역에서 활약한 ‘당신’을 ‘올해의 인물’로 뽑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타임>에서 밝히는 선정 사유. “‘당신’은 월드와이드웹을 파고들어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의의 틀을 세우고, 대가 없이 그저 좋아서 하는 일임에도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신‘을 우리의 정부는 탄압한다.
2008년 어느 포털 사이트에서 ‘올해의 인물’을 뽑는 인터넷 투표를 한 적이 있다. 투표 30분 만에 워스트 1위를 달린 것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 베스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투표는 중단되고 선정 방식이 바뀌더니, 결과도 수정되었다. 워스트 강병규, 베스트 김연아. 각하가 ‘당신’들한테 욕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368쪽
누구 말빨일 것 같은가? 바로 떠오르는 그 사람, 바로 그 사람이다. ^^
책은 마지막까지도 재밌었다. 후기를 쓰면서도 역시 '크로스'를 해버렸다. 정재승 씨는 진중권 씨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진중권 씨는 정재승 씨에 대해서 몇 마디를 남겼다. 서로 어떤 인연으로 알게 되었는지, 상대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서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쉬운 점을 남겼다. 정재승 씨는 진중권 씨가 자칭 '조각 미남'이라며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의 그 고급스런 미학적 평가를 본인에게는 내리지 못한다고.... 진중권 씨 역시 질 수 없다. 정재승에 대한 칭찬이 이어짇가 마지막에 외모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다. 자신만큼의 미모만 되었어도 사회적 영향력이 더 컸을 거라고... 이 글을 쓸 때 여러 트위터리안들이 그를 '미학적으로 디스'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는데 성공한 셈으로 보인다. 이것도 편집과 연출의 한 부분일 테지만 유쾌했다.
몇몇 오타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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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로또’란 ‘확률상 당첨자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그게 ‘나’일 확률은 거의 없는 ‘심심풀이 도박’이다. 희망 없는 현대인들에게 ‘일상의 탈출구’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탈출 확률이 낮은가를 보여주는 절망적인 도박이 바로 로또 아닌가?
(나는 수정했는데, 본문에서는 작은따옴표 닫는 게 하나 부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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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에 묻힌 제야의 고수 >>>재야의 고수
우리가 ‘나는 가수다’에 열광한 모습을 그 때문이다. >>>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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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 받는 돈은 >>>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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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봇의 변형은 과학적, 기술적으로 이루어진다기보다는 행여 관객이 지각이라도 할세라 후다닥 돌아가는 고속이 CG에 힘입어 얼렁뚱땅 이루어진다. >>> 지각? 지루가 아니고?
책이 워낙 재밌었기 때문에 약간의 옥의 티는 크게 문제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이제 크로스 3을 기다릴 차례다. 기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