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와 직녀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9
셀린느 라빅네뜨 지음, 김동성 그림, 이경혜 옮김 / 현북스 / 2011년 11월
절판


참 좋아하는 김동성 작가님의 그림책이다. 그런데 얼라? 그림만 김작가님이고, 글을 쓴 이는 무려 외국인이다!
셀린느 라빅네뜨, 프랑스 작가분이시다. 이 작품을 의뢰한 프랑스의 출판사 이름은 '찬옥'인데 대표 엘렌 샤르보니에 씨가 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입양되었던 까닭에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담은 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찬옥'이란 이름은 그분의 한국 이름일지도...
아무튼 그렇게 여러 사연을 품고 이 책이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이 작품을 그려낼 한국 그림책 작가분을 제대로 고른 듯하다. 환상적인 느낌의 그림하면 김동성 아닌가!

첫번째 그림을 보자.
구름 너머 으리으리한 궁이 보인다. 바로 옥황상제가 살고 계신 하늘 궁이다.
상제께는 아리따운 일곱 딸이 있었는데 뭐니뭐니 해도 미모하면 막내 딸인 법!!
어여쁜 막내 딸 직녀는 재주도 좋아서 옷감을 잘 짠다.
직녀는 상제의 명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빛깔들을 천으로 짜고 아름답게 수놓았다.
사계절의 빛깔을 색으로 알 수 있는 우리는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
물론, 요즘은 여름에서 곧바로 겨울로, 겨울에서 다시 여름으로 직행하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하늘 나라의 삶이란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의 끝없는 이야기. 직년는 지루했다. 천만 짜다가 세월을 다 보내고 싶지 않았다. 부족한 게 없는 하늘나라이지만, 그래도 가슴 한 구석에 뭔가 비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무엇일까. 직녀는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보고 싶었다.
슬그머니 은빛 실을 땅 위로 내려뜨리고 그 실을 따라 인간 세상으로 와 버린 직녀!

활짝 핀 아름다운 벚꽃들이 직녀를 환영해 주는 것만 같았다.
바람에 나부끼며 춤추는 꽃잎들은 자유로워 보였다.
직녀는 숲 속에 들어가 폭포를 보았다.
숲은 지독하게 더운데 폭포의 물은 아주 시원해 보였다.
가만! 벚꽃 피는 계절이 덥기도 하나????
하여간, 그렇게 직녀는 옷을 벗고 개울의 푸른 물에 몸을 담갔다.

마침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소 치는 젊은이 견우가 직녀를 발견하고 한눈에 반한다.
아름다운 여인에게 어찌 다가가야 할지 몰라 안타까워하던 견우에게 소 한 마리가 비법을 알려준다. 옷을 숨기라고!
얼라, 이건 선녀와 나무꾼이 아닌가!
그렇다. 이 작품은 견우와 직녀 이야기에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적절히 섞였다.
이 책을 쓴 이가 견우 직녀 이야기가 전해지는 동양권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어찌 됐든 이 일을 계기로 사랑에 빠져 살림까지 차리게 된 견우와 직녀!
아무 것도 부족한 게 없던 하늘나라보다, 초라하고 소박한 이곳 세상에서의 삶에 더 만족하는 직녀였다.
그.러.나......

직녀가 하늘 나라를 떠나자 계절의 빛깔을 천으로 짜는 일이 뚝! 끊기고 말았따.
그 누구도 여름의 눈부신 푸른빛과 저물녘의 타는 듯한 붉은빛을 물들이지 못했으니까.
그 뒤로 하늘은 어제나 오늘이나 언제나 비슷비슷한 희미한 빛깔로만 계속되었다.
이 꼬라지를 그냥 보아 넘길 옥황상제가 아니다.
결국 직녀는 상제의 명으로 하늘로 끌려 올라가고 말았다.
직녀는 다시 옷감을 짜야 했지만 끝없는 슬픔에 잠겨 그녀가 흘리는 눈물이 폭우가 되어 땅 위에 홍수가 일 지경이 되었다.
그리하여 매일 아침마다 동이 트기 무섭게 사람들의 나라는 물에 잠기게 되었다.

재밌게도, 여기까지를 본다면 중국의 '보련등' 신화하고 많이 겹친다. 작가님이 그쪽 이야기도 참고한 것이 아닐까.
외롭고 외로워 미쳐버릴 것 같던 약수도 떠오르고, 상제의 여동생이 일으킨 홍수로 지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것도 생각나고 말이다.

아무튼, 직녀와 마찬가지로 큰 슬픔에 휩싸인 견우는 용기를 내어 하늘나라에 올라갔다.
상제께 아내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황제는 견우 따위 안중에도 없다.
상제가 팔을 들자 별들로 가득 찬 크고 깊은 강이 견우 앞에 불쑥 나타났다.
견우와 직녀 사이에 그 유명한 은하수가 가로막게 된 것이다.
서로 못 보게 하면 직녀가 예전의 베 짜던 딸로 돌아올 줄 알았지만 직녀의 슬픔은 더 커질 뿐,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직녀의 눈물은 온 세상을 홍수로 잠길 만큼 그치지 않았다.
마침내 두 손을 들고 만 것은 옥황상제였다. 견우와 직녀의 사랑이 영원할 거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상제는 일 년에 한 번 두 사람을 만나게 해 주기로 했다. 바로 칠월 칠 일, 칠석날이다!
두 사람의 사랑에 감동한 까치와 까마귀들이 기꺼이 다리가 되어주기 위해 하늘로 모여들었ㄷㅏ.

까만 다리는 하늘 위 무지개보다 더 곱게 물들어 애틋한 두 연인을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하루 낮, 하루 밤 동안의 사랑이지만, 이 시간 동안은 누구도 이들을 갈라놓을 수가 없었다.
이날이 지나면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일년 뒤에는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두 사람이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먼 정경에서 잡아본 그림이다.
아, 정말 탄성이 나오게 곱다.
꼭 끌어안은 두 사람 뒤로 커다란 달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두 사람을 축복하듯이.
근데 음력 7월 7일에 보름달이 나올 수... 있나? 아마 안 되겠지?

칠석날에는 꼬박꼬박 비가 내리곤 한다.
소낙비는 아니어도 새벽녘에 이슬비라도 꼭 내렸던 것 같다.
바로 그 규칙성 때문에 견우와 직녀 이야기도 탄생했으리라.
이 그림은 이 책의 표지 그림이기도 하다. 펼쳤을 때의 모습.

뒷부분에 김동성 작가님의 작업 이야기가 나왔다.
그동안 동양적 느낌의 그림을 많이 그렸던 작가님은 이번 작업에서 스케치와 수작업을 거쳐 포토샵을 이용했다고 한다. 디지털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했지만 여전히 동양적 감수성과 아날로그적 느낌을 잘 살려주었다.
책의 앞뒤 표지를 열면 직녀성이 포함된 별자리가 보인다.
직녀성은 찾았는데 이 사진 안에서 견우성은 찾지 못했다.

'베가'라고도 불리는 직녀성이다. 거문고 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이 바로 직녀성인데, 오른쪽 맨 위의 유난히 밝은 별이 바로 직녀성이다.
검색해 보니 견우성은 염소자리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사진은 찾아봤는데 정확히 어떤 별이 견우성인지 모르겠어서 사진은 같이 첨부하지 않았다.
휴대폰의 '베가'도 직녀와 뭔 관련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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