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2 : 진중권 + 정재승 - 은밀한 욕망을 엿보는 크로스 2
진중권.정재승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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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로또’란 ‘확률상 당첨자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그게 ‘나’일 확률은 거의 없는 ‘심심풀이 도박’이다. 희망 없는 현대인들에게 ‘일상의 탈출구’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탈출 확률이 낮은가를 보여주는 절망적인 도박이 바로 로또 아닌가?
-17쪽

아마도 시청자들은 ‘나는 가수다’에서 우리의 현실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세계화의 깃발이 펄럭이는 21세기 들어 신자유주의 시장 한복판에 내몰린 우리의 운명은 ‘꼴찌가 되면 탈락하는 가수들의 운명’과 너무도 닮아 있다. 자유주의 사회에선 개인에게 자유가 주어졌지만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자유는 우리의 몫이 아니라 시장의 것이다. 그 안에서 무한경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무시무시한 적자생존의 원리는 ‘서바이벌 게임과 메이팅 게임이 결합한 이종격투기’ 링 안으로 날마다 우리를 내몰고 있다. 만신창이가 된 우리, 내일의 운명조차 알 수 없는 우리, 그것이 바로 일요일 프라임 시간대에 얼굴을 내비치기 위해 진검승부를 강요받은 ‘아이돌 시대의 가수들’이 지닌 운명인 것이다.
-41쪽

많은 젊은 가수가 ‘나는 가수다’에 초대받기를 은근히 희망하듯, 많은 젊은이가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라도 갖기를 절박하게 희망한다. 꼴찌한 자들에게 ‘재도전’이 사치이듯 그들에겐 ‘무대의 경쟁’ 또한 부럽기만 한 역전의 기회다.
-45쪽

자살은 인간만이 하는 행위로 알려졌다. 자살하는 동물로 알려진 레밍도 실은 자살하려는 의지는 전혀 없으며, 자살로 보이는 투신 행위는 이동 중에 겪는 사고일 뿐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자해 혹은 그로 인한 죽음은 동물에게서 종종 발견되지만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차원의 자살은 아직 다른 동물에게서 발견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자살에 대한 이해는 인간에 대한 이해이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0년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총 1만 5566명,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1.2명으로 OECD 평균자살률(11.3명)보다 세 배나 높아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특히 20대 사망 원인의 44.9%, 30대 33.9%, 10대 24.3%가 자살이라고 하니 이들 연령대에서 전체 사망 원인의 1/3이 자살인 셈이다.(자살률을 줄이려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2005년 무렵까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던 일본은 매년 3000억 원을 투자해 자살의 사망 원인 비율을 19.7%로 줄여 유지하고 있다.)
-49쪽

내가 자살에서 각별히 관심을 두는 부분은 의사결정 과정에 어떤 특징이 내재되어 있는가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은 여성이 두세 배 더 많지만 자살에 성공하는 사람은 남성이 네 배 정도 더 많다. 성호르몬이 관여되어 있나 보다.
-50쪽

한때 자살은 법적으로 금지되었고(특히 노예의 자살!) 영웅적 자살은 국가적으로 추앙받기도 했으며 고대 스토아 학파처럼 자살이 권리가 아닌 ‘의무’에 가까운 시절도 있었다.
자살이 비극인 이유는 자살한 자가 겪어온 고통이 자살의 순간 살아남은 자들에게 고스란히 건네지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자들은 남은 인생 동안 그 고통을 짊어져야 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죽음은 한 사람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비극이기에 죽음을 애도하는 종은 우리 모두를 위해 울리는 것이다.
-55쪽

서구에서 이타적 자살의 예는 보기 드물다. 하지만 기독교 문명 안에서도 ‘어떤’ 자살은 과거에 사회적 상찬의 대상이 되곤 했다. 동양의 열사에 해당하는 것이 서양의 순교자다. ‘순교’란 사실상 자살에 해당하나 순교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자신을 위해 죽는 것은 씻지 못할 죄에 해당해도 신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은 최고의 덕목이라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신처럼 이기적인 분도 없다.
-57쪽

키스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환대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고대 핀란드 사람들은 키스를 매우 불결하고 부도덕한 것으로 여겨서 심지어 발가벗고 섹스를 하는 동안에도 키스만은 하지 않았다. 지금도 미국 인디애나 주에서는 콧수염이 있는 남자가 습관적으로 사람들에게 키스를 퍼부으면 폭력 행위로 간주해 체포한다. 또 믿지 못하겠지만 미국 코네티컷 주 하트퍼드 시에서는 아직도 남편이 아내에게 일요일에 키스하는 것을 불법으로 여긴다. 잡혀가는 사람이 실제로 있을까 싶지만 사실이다.
-74쪽

결과는 매우 명료했다. 2/3 정도 되는 사람들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여 키스를 하더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사람들 대부분이 오른손잡이이며, 태어나기 전 며칠 동안 엄마의 뱃속에서 고개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그 자세가 본능적으로 좀더 편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두 연인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키스를 하고 있는, 구스타프 클림프의 작품 <키스>가 우리에게 그토록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이리라.
-78쪽

라디오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모든 기술은 제자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기술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요즘, 결국 살아남는 것은 우리 곁에서 우리 삶을 더욱 인간적이고 풍요롭게 해주는 기술들이다. 기술이 문화가 되는 순간 기술은 우리 삶의 동반자가 된다. 귓속말하는 친구 라디오가 꾸준히 우리 곁에 남아서 ‘과학의 시대에도 낭만이 있음’을 보여주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111쪽

추신 : 과연 라디오는 정말로 2020년 아니 2050년에도 우리 곁에 살아남을 것인가? 의외로, 오늘날과 같은 비디오 시대에 라디오를 그 존재만으로 기적이라 여기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인간 본성에 비추어보면 그 미래는 어둡지 않다. 정보 과잉은 사람들의 욕망을 거세하고 정보 결핍은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긴다. 라디오는 인간 두뇌의 정보처리 과정 중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시각정보의 결핍으로 비로소 그 생명력을 얻는다. 청각정보에만 의지해야 하는 라디오의 결핍은 시각적 욕망을 낳고, 충족되지 않는 욕망은 상상력의 여백을 메우면서 라디오의 수명을 조금씩 연장한다. 라디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수많은 음반회사들은 ‘음악을 공짜로 틀어주면 누가 음반을 사냐’며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결국 음반 홍보의 가장 강력한 매체로 라디오가 자리하게 되면서 ‘공생’이 이루어졌다. 이 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한, 라디오는 ‘골골 할아버지’로 100년은 너끈히 버틸 것이다.
-111쪽

뽀통령을 모시는 이들이라고 그분을 뽀느님으로 섬기기를 꺼리지 않고, 뽀느님을 섬기는 이들이라고 그분을 뽀통령으로 모시는 데 이견을 달지는 않을 것이다. 천년왕국이 도래하면 어차피 하느님이 세속의 군주들을 제치고 직접 이 땅을 통치하신다지 않는가. 한마디로 뽀로로는 제정일치의 수장, 단군왕검 이후 최초로 한반도에서 다시 정치적 군장과 종교적 수장을 겸하신 분이다. 이러다가 민족의 토템이 곰에서 펭귄으로 바뀌는 사태가 일어날지 모르겠다.
-131쪽

UFO를 목격한 역사는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수 탄생 1400여 년 전 이집트의 파라오 투트모세 3세의 문헌에 "불로 된 원들"이 며칠 동안 하늘에 떠돌아다녔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160쪽

성서에도 UFO를 연상시키는 구절이 다수 등장한다. 가령 "여호와의 신이 수면을 운행하시도다"는 <창세기> 구절,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 앞에 불기둥이 나타났다는 <출애굽기>의 구절을 생각해보라.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에스겔 선지자가 목격한 이상한 장면이리라. "그 순간 북쪽에서 폭풍이 불어오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구름이 막 밀려오는데 번갯불이 번쩍이어 사면이 환해졌다. 그 한 가운데에는 불이 있고 그 속에서 놋쇠 같은 것이 빛났다(에스겔1:4)." 로마 작가 율리우스 옵세쿠엔스도 저서 《징조의 서》에서 "배", "둥근 방패", "불로 된 구체" 등 다양한 모양의 물체에 관해 언급한다. 16세기에 발간된 <뉘른베르크 전단>에 따르면 1561년 4월 뉘른베르크의 하늘에서 구, 십자가, 접시, 원통, 쐐기 등 다양한 모양의 물체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하더니, 한 시간 뒤 하늘로 치솟았다가 불타며 땅으로 추락해 하얀 김을 내며 사라졌단다. 뉘른베르크 시민들이 본 것은 UFO의 공중전이었을까?
-161쪽

UFO 목격담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가장 유명한 것은 광해군 시절에 강원도에서 목격된 UFO에 관한 기록이다. 이는 국가의 공식 문서인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었기에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광해군 1년(1609년)에 강원 감사 이형욱은 강원도에서 목격된 이상한 물체에 관해 보고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현상이 한 곳이 아니라 비슷한 시간에 간성, 원주, 강릉, 춘천, 양양 등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목격되었다는 점이다. "간성군에서 8월 25일 사시(오전 10시) 푸른 하늘에 쨍쨍하게 태양이 비치었고 사방에는 한 점의 구름도 없었는데, 우레 소리가 나면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해 갈 즈음에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 보니, 푸른 하늘에서 연기처럼 생긴 것이 두 곳에서 조금씩 나왔습니다. 형체는 햇무리와 같았고 움직이다가 한참 만에 멈추었으며, 우레 소리가 마치 북소리처럼 났습니다."
-161쪽

쉽게 보이던 메모지가 점점 사라지고 서류 종이가 세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오늘날 20~30년만 지나면 ‘그 귀한’ 종이에 낙서하는 행위는 범죄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다들 전자책이 위용을 떨치고 태블릿 PC가 세상을 점령하는 시절이 와도 결코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으리라, 나는 끝까지 종이책을 보리라 생각하지만 남미와 동남아시아에서 나무를 베어와 만든 종이책을 고집하는 것이 비윤리를 넘어 범죄가 되는 시절이 머지않았다.
-182쪽

5000년 전 선조의 동굴 낙서처럼 보존되기는커녕 빠르게 부수고 새로 지어지는 세상, 실제 현실이 가상현실과 교묘히 얽히고 때론 대체 되어버린 세상에서 우리가 편하게 자기 검열 없이 무의식적 흐름을 기록할 매체가 과연 세상에 남아 있게 될까?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낭만이 사라진 시대가 우울할 뿐이다.
-183쪽

요즘 한창 화두가 되고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은 사실 지금까지의 과학기술과 문명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종말론적 기술’이었음을 고백한 내밀한 자기반성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단어는 과학 종말론이 범람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민낯을 가장 절묘하게 보여주는 자기 고백일지 모른다.
-203쪽

현대사회에서 왜 종말론이 이렇게 득세하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개인의 종말을 집단의 종말로 믿고 싶은,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이 만들어낸 환상’일지 모른다. 그런 환상이 하필 요즘 더 득세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만큼 사람들이 현대 문명과 우리 사회에 대해 좀더 깊은 위기의식과 불안을 느끼고 있어서이리라.
-205쪽

자연현상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그래서 시속 160km로 달리는 (박찬호의 공보다 빠른!) ‘달’ 위에 정교하게 우주선을 착륙시키는 현대사회에서도 ‘일본 지진은 신의 노여움’이라고 믿는 어리석음이 공존하는 이상 우리 문명을 가장 위태롭게 하는 것은 ‘종말론 그 자체’다. 종말론은 그것을 제기하고 떠벌리고 외치는 자에 의해서 늘 현재진행형이다.
-208쪽

우리 신체 중에서 성기관을 제외하고는 신체 사이의 길이 비율이 남녀 간 차이를 보이는 곳은 ‘오른손 검지와 약지’뿐이다. ‘검지와 약지 길이비는 임신 13주차 때 자궁 내 남성호르몬의 농도가 높을수록 작아진다. 그래서 남자는 대개 약지가 더 길며, 여성이라도 남성적 성향이 강할수록 약지가 길어져 검지와 비슷하거나 심지어 더 길게 된다.

-237쪽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배우 고현정의 미래가 아니라 배우를 바라보는 대한민국 관객의 미래다. 우리가 준 애정으로 먹고살며, 그 덕분에 엄청난 부를 누리는 ‘스타’들에게 이따금씩 관객의 권력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그래서 적절한 꼬투리가 나타나면 스타의 권좌에서 그들을 냉혹하게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풍토에서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영화를 찍을 배우는 많지 않다. ‘스타의 개런티란 악플을 감당하라고 주는 정신적 맷값’이라는 의식이 팽배한 시대는 ‘자신이 하는 일에 애정을 가진 배우’를 얻지 못한다.

-240쪽

음악의 산업화는 어쩌면 불가피한 현상일지 모른다. 오늘날 케이팝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성장해 국제적 현상이 된 것도 실은 음악의 철저한 자본주의화에 힘입은 바 클 것이다. 또 어린 시절부터 거의 ‘아동학대’에 가까울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거친 것이 케이팝 스타들이 지닌 음악적 기량의 바탕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고 아무리 대중의 취향에 맞더라도 ‘영혼’이 결여된 음악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뮤지션은 음악의 생산자이지 생산품이 아니다.

-256쪽

피델 카스트로는 혁명 직후에 쓴 자신의 저서《양키들아, 들어라》에서 쿠바 혁명에 영감을 준 원천으로 한국의 4.19 혁명을 들었다. 영광스러운 일이나 우리에게도 혁명은 쉽지 않았다. 그 혁명 이후에도 민주주의가 올 때까지 27년을 더 싸워야 하지 않았던가.

-303쪽

2009년 9월 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한 인터넷 회사는 흥미로운 시합에 참여하게 된다. 영화 한 편 크기(4GB)의 데이터를 80km 떨어진 곳에 누가 더 빨리 전하는지 경기를 치르게 된 것이다. 누구와 했느냐 하면, 바로 비둘기와. 아프리카 대륙의 인터넷 전송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 사용자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한 시민의 제안으로 이 시합이 성사되었다. 과연 승자는 누구였을까? 놀랍게도 비둘기였다. 평소 우편배달이 특기였던 이 비둘기는 2시간 6분 57초 만에 80km나 떨어진 곳에 데이터 파일을 무사히 전달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시간 동안 인터넷을 통해 전송된 데이터는 겨우 4%였다. 이 일화는 2009년까지만 해도 아프리카의 인터넷 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해프닝(비둘기를 활용했던 수백 년 전만도 못한!)이라 할 수 있다.

-304쪽

컵라면의 편의성이 빛을 발하는 곳은 역시 PC방이다. 하지만 거기서 컵라면을 먹는 게 법적으로는 아주 복잡한 모양이다. 강원도의 한 지역에서는 라면에 물을 부어줘도 되나 가져다주면 안 된다. 충북의 한 지역에서는 물을 부어주거나 가져다주는 것 모두 불법이다. 제주도의 어느 지역에서는 PC방에서 컵라면을 파는 것 자체를 금한다. 반면 전남의 한 지역에서는 단무지만 주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 2011년 6월 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질의에 보건복지부는 "PC방에서 컵라면에 물을 부어줘도 된다"고 대답했다. 휴, 컵라면에 물 붓기 참 힘들다.

-334쪽

우리나라의 연간 라면 소비량은 무려 36억 개다. 국민 1인당 소비량이 연간 80개에 이르는, 2위와 큰 격차를 보이는 압도적인 세계 1위다. 1963년 국내 최초로 판매된 삼양라면 가격이 10원으로, 당시 김치찌개 백반 가격이 30원 정도였다니, 라면은 50년 전부터 허기진 서민들의 배를 채워주는 식사 대용품이었다.

-336쪽

소 한 마리를 키우는 데 사람 한 명이 먹는 곡물의 11배가 필요하고, 쇠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보리 1kg을 생산하는 데 드는 물의 1000배가 필요하다고 하니, 육류를 폭식하는 도시는 가히 농촌에 기생하는 삶의 형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40쪽

2006년 <타임>은 "올해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온라인 백과사전, 영상파일 공유 사이트, 블로그 사이트를 비롯한 개인 미디어의 확산"이라며, 이 영역에서 활약한 ‘당신’을 ‘올해의 인물’로 뽑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타임>에서 밝히는 선정 사유. "‘당신’은 월드와이드웹을 파고들어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의의 틀을 세우고, 대가 없이 그저 좋아서 하는 일임에도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신’을 우리의 정부는 탄압한다.
2008년 어느 포털 사이트에서 ‘올해의 인물’을 뽑는 인터넷 투표를 한 적이 있다. 투표 30분 만에 워스트 1위를 달린 것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 베스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투표는 중단되고 선정 방식이 바뀌더니, 결과도 수정되었다. 워스트 강병규, 베스트 김연아. 각하가 ‘당신’들한테 욕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3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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