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숲 22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양여명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지노 선생님이 처음으로 표지에 등장했다. 젊었을 적, 한참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날릴 때의 모습이다. 수채화 느낌의 컬러 그림이 벚꽃도 떠오르게 하고, 따스한 봄빛도 느끼게 한다.

 

겉표지를 벗겨 내니 안에 살구색 빛깔을 가진 숲이 보인다. 카이가 늘 마음의 안정을 찾곤 하던 피아노의 숲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언론들은 재빠르게 카이의 뒷조사를 시작했다. 숲의 가장자리 인사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카이를 보호했지만 누군가는 극적인 장면을 영상으로 옮겼다. 그리고 곧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아직 후폭풍은 들어차지 않았지만 카이의 연주 순서가 되었을 때엔 그것들이 영향을 줄지 모르겠다. 팡 웨이의 스캔들과 함께 카이의 스캔들 역시 맞장을 뜨지 않을까.

 

 

파이널 셋째날 등장한 연주자들이나. 왼쪽의 여성은 아르헨티나에서 왔다. 흑백 그림인데도 정열의 남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오른쪽은 미국의 연주자인데 극도로 긴장한 나머지 오케스트라는 물론 청중까지도 잔뜩 경직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주 독특한 연주 세계를 갖고 있어서 골수 팬도 갖고 있는 인사다. 쇠라의 점묘화와 르누아르의 유화같은 연주란 대체 어떤 느낌일까? 독자는 그저 그림을 통해서 그의 기이한 음악 세계를 상상해 볼 뿐이다.

 

앞서서 슈우헤이와 무척 긴장감을 높여놓았지만 오랜 라이벌은 오랜 우정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이제 슈우헤이는 카이의 가장 든든한 원군이다. 카이를 통해서 슈우헤이도 아버지의 그늘에서 조금은 독립할 기미가 보인다. 그리고 슈우헤이의 아버지 역시 아지노 선생님을 통해 더 넓은 무대를, 더 큰 세계를, 더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눈앞의 경쟁자만 볼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음악의 세계로 풍덩 빠지기를...

 

 

슈우헤이가 알려줬다. '폴란드'라는 이름의 유래가 '평지의 백성'이라는 것. 쇼팽은 평지의 사람이었다고. 섬나라에서 온 카이에게 이 말은 꽤 충격이었나보다. 그 땅의 생김새와 성격이 그 땅에 살았던 사람의 음악에도 분명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드넓은 평지를 떠올리며 자신이 늘 평안을 추구했던 피아노의 숲을 더 크게 확장시켜서 느껴보는 카이의 모습이다. 끝없이 뻗어나가는 느낌이 그림에서 지면을 뚫고 나갈 것만 같다. 이런 그림들이 매번 가슴을 벅차게 만든다. 이시키 마코토의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성격의 그림이 결코 아니건만, 그가 그려내는 작품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고, 그거면 독자는 충분히 고마운 일!

 

드디어 파이널 무대. 카이가 출전하고 팡웨이도 출전하는 날이다. 어느 정도 심술궂은 팡 웨이를 상대로 카이는 어떤 무대를 펼쳐낼지 무척 궁금하다. 자신의 피아노만이 아지노 선생님을 계승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 팡 웨이다. 그가 아지노를 맞닥뜨렸을 때 받았을 심장의 충격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도 눈앞의 경쟁 상대뿐 아니라 더 넓은 무대를 품었으면 한다. 그것이 아지노의 음악을 계승하는 더 온전한 길이라는 것을 부디 깨닫기를...

 

콩쿠르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점점 더 긴장과 기대감이 고조된다. 다음 편도 부탁한다, 이찌노세 카이!

 

덧글) 15쪽에 오타가 있다. 클래식이랑는 >>> 클래식이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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