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없는 낙원 15
사노 미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꼬마 숙녀였던 토모에가 대학 졸업반이 되었다. 연인인 야가미는 올림픽에서 수영 4위라는 성적을 거두며 여전히 잘 나가고 있었고, 토모에는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토모에를 '지구 아이'라고 부르는 지도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 인상 깊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유명한 말의 다음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돈을 위해서도 아니고 출세를 위해서도 아니고 명성이라는 허망한 것을 위해서도 아닌,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 길에 최선을 다 하기 위해 야망을 가져라.

아핫,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저 문장이 더 근사하게 들린다.

 

어쩌면 토모에가 지원하려던 대학원 입시에 실패한 것은 바로 저 물음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비교될 만큼 잘 나가는 연인에게 간혹 주눅이 들수도 있지만, 꿋꿋이 버텨내고 새롭게 도전해 낸 토모에가 대견하다.

 

그리고 바다 건너 인도에 가 있는 카즈야 이야기도 잠깐 해보자. 인도라는 이 '영적인' 나라에서 그야말로 도인을 만나게 된 카즈야. 늘 같은 자리에서 명상 중인 한 여인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말을 걸었는데, 여인은 알 수 없는 말로 제 할 말만 한다.  

 

 

카즈야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지만, 독자는 친절한 번역 덕분에 여인의 선문답을 엿듣게 된다. '미련일까, 미래일까.'

묘하게 대구를 이루는 저 문장이 카즈야의 이후 행보를 잠시 비치는 것 같다. 이후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환영처럼 본 어떤 영상은 카즈야의 인생에 있을 큰 변화를 예고했다. 그의 연인이 임신까지 한 상태이니 이 파장은 꽤 클 것이다. 토모에와 야가미 모두에게도...

 

 

작년, 아니 이제는 제작년이 되어버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저자는 당시 지진을 직접 겪었다고 한다. 그 때 그 지진 피해의 상황에 대해서 애도하며 작품에서도 일부 다뤘다. 토모에가 학부로 돌아간 지역이 바로 지진 진원지에서 가까운 곳. 큰 충격을 받은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며, 이후 보급이 끊겨서 몇 시간이고 줄을 서서 생필품을 구한 이야기. 그러면서도 차분하게 질서를 지키며 서로를 위로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토모에도 바로 그렇게 위로를 건네었던 사람 중 하나.

 

여차하면 뛰쳐나갈 수 있게 바로 준비를 해둔 토모에의 후배 녀석의 철저한 준비 정신이 예쁘다.

 

 

그리고 역시 참스승이신 이가라시 교수님의 조언도 새겨듣게 된다. 아직도 고초를 겪는 동료들 곁에 더 머물려고 하는 토모에에게 걱정하는 가족에게 먼저 돌아가야 한다고 일러주면서 도움을 주는 쪽에도 각오와 인내가 필요하다고 당부하셨다. 또한 동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인간이 살아갈 방법에 대한 설문이라고도. 극심한 한파 속에 지구의 몸살을 체험하게 되는 요즘이라면 교수님의 말씀이 더 실감난다.

 

점점 더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토모에. 이 토모에가 만나는 세상, 그리고 마주치는 사람들, 그 안에서 겪게 되는 온갖 인간 군상의 이야기들이 조화롭게 펼쳐진다. 이미 돌아가셨지만,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실 토모에 아버님을 떠올리게 한다. '네가 없는 낙원'에 계신 그분이 말이다. 그런 분이, 토모에 아버님 뿐만은 아니니까.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짠하고,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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