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26년
이미 한주 전에 본 영화이지만, 엄마를 관람시켜 드리고 싶어서 한차례 더 보았다. 뜻밖에도 첫번째 보았을 때보다 더 절절하게 보았다. 영화적 완성도를 넘어서 봐야 마땅한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두번째 보니 영화적 재미도 크게 문제 되지 않게 느껴졌다. 누적 관람객 300만 조금 못 된다고 들었는데, 혹시 아직도 상영하는 곳이 있다면 많이들 보셨으면 한다. 이런 영화가 점점 설 자리를 잃을지도 모르니까. mbc 연기 대상 시상식에서 완전히 팽당한 안재욱이 떠오른다. 아흐 동동다리...
★★★★
79. 맥코리아
엄마와 함께 26년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지역 도서관 겸 극장의 독립영화 전용관에 들러 혼자서 이 영화를 보았다. 나 혼자서 영화를 보는 풍경은 가끔씩 연출되지만, 그게 꼭 이 영화관이라는 게 슬프다. 구에서 운영하는 거라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지만 이렇게 적자를 보아도 괜찮을런지....ㅜ.ㅜ
나꼼수를 들으며 처음 알게 된 이름 '맥쿼리'. 9호선 요금 인상 건 때문에 더 이름을 날렸던 바로 그 맥쿼리를 추적한 다큐 영화다. 맥쿼리의 작년 한국 수익이 1680억원 대라고 했는데, 이중 99%가 이자 수익이라고 한다. KB은행에서 싸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본사에서 20% 대의 비싼 이자로 빌려 갚는 황당한 구조!
다른 이용 가능한 길을 막아놓고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뚫어 놓은 우면산 터널. 그리고는 통행료 2천원 씩 받는다. 고속도로를 사유재산이라고 뻔뻔하게 말하는 이들. 과대포장된 예상 수익을 잡아놓고, 그 수익에 못 미치면 차액을 보존해 주는 얼척 없는 시스템. 이 모든 게 MB 시장 시절에 진행되었다고. 맥쿼리 코리아 사장은 대통령의 조카였다고. 길지도 않은 영화였는데, 그 시간 동안 뒷목 뻣뻣해질 일이 참 많았다. 영화 26년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청와대를 배경으로 경찰관이 서 있는 장면인데, 대선도 여당 승리로 끝났으니 MB의 이 모든 업적들은 다 묻혀지는 것인가?
나래이션은 탁현민과 공지영이 담당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했다. 자연스럽게.
★★★☆
80. 심플라이프
무척 잔잔한 영화였다. 소소한 웃음이 있었고 잔잔한 감동도 있었다. 그야말로 심플한 영화!
유명 영화 제작자 로저와 그를 아들처럼 보살피는 여인 아타오. 어느 날 갑작스레 중풍으로 쓰러진 아타오는 로저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요양병원 행을 가기로 한다. 아타오를 돌보면서 로저는 아타오가 자신과 가족에게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평범한 일상을 유난 떨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내지만, 그 속에 깃든 특별한 이야기를 잔잔한 감동으로 표현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거다. '천녀유혼'과 '황비홍'을 제작한 로저 리의 이야기다. 그 영화 제작자로 유덕화가 연기를 펼쳤다. 나이를 먹고 주름이 깊어져도 유덕화는 유덕화다. 여전히 멋지다!
로저의 집안에서 무려 60여 년을 가정부로 지낸 아타오. 집안의 대소사를 다 감당했고, 아이들을 키워냈으며 그 아이들의 아이를 보기까지 이 집과 함께 했다. 그가 이 집안의 '식구'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고, 또 그것을 생색내지도 않았다. 정말 자연스러운 가족이었다. 과장되지 않고, 넘치지도 않는 이 감정들을 영화에 잘 담아냈다. 담백하고 맛있는 영화다.
★★★★★
81. 레미제라블
대선이 있던 날, 투표를 마치고 친구와 함께 본 영화는 레미제라블이었다. 새로운 내일을 꿈꾸며 보기에 딱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저녁 식사를 하고, 집에 귀가하던 그 순간까지도 단한번도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질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내가 읽은 쥬니어 문고에서 이 작품은 '장발장'으로 소개되었다. 초딩 시절에 읽었던 책의 내용에서 장발장과 자베르 경감, 어린 코제트까지는 기억이 나도 프랑스 혁명이라는 장엄한 배경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다 생략되어 아예 소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에 여름에 책을 장만했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분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밀린 일정들을 어느 정도 소화하고서 시작해야겠다고 미루다보니 영화도 이미 보았고, 해도 넘겨버렸고...;;;;
내가 갖고 있는 책은 동서문화사 것이다. 6권이다. 하하하...
영화는 시작부터 웅장하게 들어갔다. 배를 끌어당기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뮤지컬 영화라도 특정 부분만 노래로 부르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모든 대사가 다 노래로 연결되어 있다. 여기 나오는 모든 배우가 다 노래를 부른다는 게 신기했다. 모두가 감탄할 만큼 노래를 잘한 것은 아니었지만, 연기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배우는 없었다.
앤 해서웨이가 어려서 수녀가 되고 싶었는데, 자신의 오빠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고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카톨릭에서 수녀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는 글을 영화를 보고 나서 읽게 되었다. 어쩐지 이 배우가 더 좋아지려고 한다.
영화에서는 에포닌의 감정이 그렇게 많이 표현되질 않아서 절절한 사랑이 아주 크게 이입이 되지는 않았지만 안타까운 캐릭터다.
자신만의 정의 안에 갇힌 자베르 경감. 법이라는 질서를 맹신하고, 사람보다 법을 더 위에 두는 잔혹한 원칙주의자. 그러니 그는 장발장으로부터 목숨의 빚을 지고서는 살 수가 없을 것이다. 러셀 크로우는 자베르 역에 무척 잘 어울렸다.
헬레나 본햄 카터는 이런 캐릭터가 아주 잘 어울린다. 좀 엽기적이고, 좀 까칠하고, 좀 정신이 나간 것처럼도 보이지만 크게 밉지 않은 그런 캐릭터 말이다. 물론, 이 작품에선 무척 나쁜 역이지만, 아무튼 배우의 이미지는 그렇다.
휴 잭맨은 원래도 멋있는 배우였지만 이 작품 속에서는 여전히 멋있었다. 죄수일 때도, 시장일 때도, 아버지로서도 말이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레미제라블 감상 종결자다. 장발장과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섞였다. 금성초등학교라고 한다. ㅎㅎㅎ
책의 표지로 쓰이곤 했던 그 어린아이의 이미지와 무척 흡사하다. 신기신기! 심지어 어른이 된 코제트와도 무척 닮았다. 하핫...
영화는 무척 좋았지만 기대보다는 살짝 못 미쳤다. 뮤지컬로 다시 보고 싶다. 노래에서 더 감동받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돌아와서 선거의 결과를 지켜보며 혁명을 생각했다.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고, 그 혁명이 완결되기까지 또 얼마나 오랜 시간 싸워야 했는가에 대해서. 역사가 진보하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일까. 그러니 지치지도 말고 포기하지도 말아야 하는데, 아직까진 솔직히 멘붕이 완전히 해소되질 않았다. ㅜ.ㅜ
★★★★☆
82. 반창꼬
선거 다음날 7시 반에 회의가 있다고 연락이 왔다. 세상에, 7시 반까지 가려면 집에서 6시 전에 출발해야 하는데 미친거 아냐. 자주 말하지만, 내 정상 출근 시간은 오후 네시란 말이지..ㅜ.ㅜ
회의라고 말했지만, 가정통신문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거 야단치려고 부른 자리였다. 9시가 못 되어 끝이 났고, 긴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김포 cgv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마음이 안 좋았기 때문에 좀 밝은, 따뜻한 영화가 필요했다. 내 마음에도 반창꼬가 필요했던 것이다.
눈이 촉촉해서 사슴같던 고수는, 이 영화에서 거친 남자로 열연했다. 소방관으로서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일을 했지만, 정작 사랑하는 아내의 생명은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마음을 열지 않고 살던 이 남자에게 천방지축 여자가 대놓고 들이댄다. 그게 한효주다.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캐릭터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외모도 좀 비슷한 걸. 두 사람이 결국엔 사랑에 빠지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그 러브 라인보다도, 소방관 강일이 자기 일에 충실하면서 생명을 살려내는 일련의 과정들이 더 뜨겁게 감동적이었다. 특히 이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그 '갈등'의 순간을 잘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타워'에서 설경구가 기꺼이 제 자신을 던져 희생하는 영웅적 면모를 보여주는 것보다 갈등하고 번뇌하고, 그리하여 울면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사실적으로 보였고, 더 깊은 정서적 공감을 끌어내었다. 그 사이사이 조연들의 깨알같은 유머와 동료애도 아주 벅차게 다가왔다. 영화가 좋기도 했지만, 내 마음이 힘들어서, 영화를 핑계로 보는 내내 많이 울었다.
감독의 전작이 '애자'라고 하는데, 애자를 봤던 이들 중 좋았다고 한 이들이 많았다. 당시 보지 못하고 넘어간 게 많이 아쉽다. 동 감독의 다음 작품은 꼭 챙겨봐야지. 저 두명의 배우들 참 좋다. 왼쪽 배우는 '타워'에서도 나오는데 씬스틸러로서 점점 눈도장을 많이 찍고 있다.
★★★★
83. 타워
성탄절에 언니와 함께 본 영화다. 출연 배우 말고는 아무 정보도 없이 보았는데, 다 보고 나니 7광구의 감독이라고 해서 피식 웃었다. 하하핫....;;;;;
108층이라는 초고층 쌍둥이 빌딩 중간에서 화재가 났다. 그것도 명백한 '인재'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죽을 위기에 처했다. 소방관들이 달려들어 불길을 잡지만 건물 자체를 포기해야 할 정도다. 사람 목숨에 등급이 있는 것이 아니건만, 그 와중에 국회의원 집 강아지(개새끼)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죽음을 강요당하는 사람들이 있어 갑갑했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지나치지 못한 임산부가 있는가 하면, 혼자 살겠다고 그 임산부를 밀치고 달리다가 먼저 죽는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는 희생을 했고, 누군가는 투혼을 불태웠다. 그리고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었다. 재난 영화이다 보니 이야기 구조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는데, 정말 조금치도 비켜가질 않았다. 영화 '타워링'을 보지 못했지만, 어릴 때 선생님이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래서 그려볼 수 있었던 그 영화와 아주 흡사했다. 그래도 아마 타워링은 이 영화보다는 더 설득력 있게 전개해 가지 않았을까 막연히 짐작해 본다. 좀 막무가내 식으로 퉁치고 지나가는 장면들이 여럿 보인다.
꽤 괜찮은 배우들을 동원했는데도 왜 그리 부자연스럽던지. 특히나 저 주연 배우 두 사람의 연기가 쫌.... 손예진은 엘리베이터가 추락하기 직전의 연기가 가장 좋았다. 김상경은 부성애를 표현하는 장면이 좀 어색했다. 웃는 것은 둘 다 어색.
이 초호화 주상복합 아파트의 회장님으로 나온 차인표는 이 사고를 당하고 어찌 되었는지? 해외로 날랐나? 무책임한 생략이라고 하겠다. 주방장 박철민이 아들에게 전하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 노년의 로맨티스트 송재호와 그 파트너도 너무 급작스럽게 죽고...;;;;
이 영화가 12세 관람가였던가. 아무튼 중학생은 되어야 볼 수 있는 영화인데, 11살 큰조카와 7살 둘째 조카가 보고는 무서워서 혼났다고 한다. 관람 등급은 역시 지켜야 마땅한 것이었다. 이런걸 보니 이 아해들은 '호빗'도 몇 년 뒤에나 봐야겠다. 세현군은 3편까지 다 나오고 나서야 볼 수 있지 않을까.
7광구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이야기의 개연성보다는 시각 효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이 보인다. 괜찮은 배우들을 잔뜩 데려다 놓는다고 영화가 다 좋지는 않다. 하지원이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아니지 않은가. 감독님, 다음 작품을 또 봐야 할지는 고민을 좀 해보겠습니다.
★★★☆
84. 호빗-뜻밖의 여정
2012년의 마지막 영화는 호빗이 되었다. cgv 4dx 무료 쿠폰이 있어 용산 점에 가서 보았다. 초반에 좀 졸았는데, 모험이 시작되면서 의자가 엄청나게 요동을 쳐서 잠이 확 깨어버렸다. 바람도 나오고 뭔가 물도 뿌리고, 의자는 거의 덤블링을 하고... 4DX가 어떤 건지 확실하게 체험했다.
엘론드와 갈라드리엘. 신비로운 요정의 포스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혹시나 레골라스가 나오려나 잔뜩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나오지 않았다. 혹시 나 조는 동안 나온 건 아니겠지???
그나저나 이분들은 수년이 지났는데 왜 늙지도 않는겨. 반지의 제왕 나온지 10년도 더 지났는데 말이다.
영화 속에서야 요정이라서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역시 CG의 힘일까?
난쟁이들이랑 호빗들은 대체 어떻게 촬영한 것일까? 제대로 촬영해 놓고, 위아래 길이만 줄여놓은 것일까? 캐릭터 특성이 확실히 구분되는 재밌는 등장인물들이다.
회색의 간달프. 대학로 cgv 앞에는 간달프 동상이 있다. 오픈하면서 세운 건데,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보지 못한 나의 둘째 언니는 처음에 그 동상을 보고는 '모세'냐고 해서 나를 크게 웃겼더랬다. 원래 이 역할은 숀 코넬리에게 먼저 갔는데, 그가 거부하는 바람에 이안 맥켈런에게 갔다고. 어느 나라에나 그렇게 놓쳐버린 캐릭터로 발 구를 배우들이 있는 법이지...
영화는 반지의 제왕에는 못 미쳤지만, 그래도 충분히 스펙터클한 재미가 있었다. 반지의 제왕 프리퀼에 해당하는 내용이니 이것 복보 반지 시리즈 복습하면 재미가 더 클 것 같다. 물론, 이게 3부작 중 첫번째니까 다 보려면 몇 년은 기다려야 하지만.
이번에 기대했던 캐릭터는 역시 골룸이었다. 빌보 배긴스가 반지를 갖게 된 연원을 밝혀야 하니 스미골이 당연히 등장해야지.
캐릭터 얼굴이야 컴퓨터의 힘이지만, 그 움직임 자체는 배우의 몫이지 않은가. 앤디 서키스. 정말 대단한 배우다. '혹성탈출'에서 시이저도 이 배우가 맡았다고 하던데, 이런 캐릭터 전문 배우로 자리를 잡은 것일까. 실제 얼굴은 지극히 평범하더만...
요렇게 생겼다. 골룸 얼굴에서 주름을 펴면 좀 닮았으려나?
영화 볼 때는 사실 이 작품도 피터 잭슨 연출이라는 것을 몰랐다. 우와, 반지의 제왕과 굉장히 동질성을 보이는 걸? 하고 감탄했는데, 알고 보니 같은 감독이었다. 하하핫. ㅎㅎㅎ
작품에서 하늘을 훨훨 나는 장면이 아주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날고 싶다. '물리적'으로 말이다.
빌보 배긴스는 뜻밖에, 예기치 않게, 본의 아니게 여정을 떠났고, 모험을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필연이었고 운명이었다. 이 모든 이야기를 창조해 낸 톨킨에게 경의를! 그렇지만 난 소설 반지의 제왕을 아주 지루하게 읽었다는 것은 고백한다. 영화를 먼저 보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 영화도 책 호빗을 사두고서 아직 보지 못했으니, 지루하게 읽을 가능성이 다소 높다. 아니길 바라지만.^^
★★★★☆
12월에는 연극을 여러 편 보았다. 친구가 표를 주어서 보게 된 '작업의 정석'은 영화 작업의 정석과 똑같은 내용이다. 다만 연극이다 보니 극중 설정을 몇몇 바꾼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아, 남자 주인공은 송일국보다 훨씬 잘 생겼던 것은 분명하다. ㅎㅎㅎ 이 연극의 후속으로 '선수의 탄생'도 있던데, 기회되면 그 연극도 보고 싶다.
12월 22일에는 연극 두 편을 보게 되었다. 학교 동료 샘이 어딘가에 글을 기고하고서 연극 표를 자주 받게 되었다고 하던데, 그 중 하나를 내게 준 것이다.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는데, 문화 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두 원수 집안의 자제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데, 이름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맞지만, 그 딱딱한 인민군 발성으로 이 사랑 얘기가 어디 가당키나 하던가. 대사가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운 거다. 세익스피어 희곡의 대사를 그대로 읊는데, 배경과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난 피곤해서 내내 졸기까지.... 결국 1부만 보고 나왔다. 재밌는 것은, 내게 표를 준 선생님 일행도 1부만 보고 나왔다는 것... 다들 재미 없었구나..ㅎㅎㅎ
중간에 나오기까지 한 것은 저녁 연극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동행했던 친구 덕분에 보게 된 작품으로 제목은 '스매싱'이다. 초반에 조금 지루하게 진행되어서 오늘은 연극 일진이 안 좋구나... 했는데 다행히 갈수록 재밌어졌다. 오늘날 어디서든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청년들의 힘겨운 사랑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이다. 적절히 유머도 있고 씁쓸함도 남는, 그런 작품이었다.
12월 30일에는 '환니발'을 다녀왔다. 이승환의 카니발이라고 보면 되겠다. '환니발'
31일 공연은 자정을 끼고 하기 때문에 송구영신 예배를 드려야 하는 나로서는 늘 포기해야 하는 공연이었다. 다행히 30일도 공연이 있어서 빼먹지 않고 볼 수 있었다. 볼거리도 많았고, 노래도 감동 범벅인 소중한 시간이었다. 열흘 이상 진행된 나의 멘붕을 가장 많이 치료해준 고마운 시간!
잠실 실내 체육관은 아주 크지는 않았기 때문에 3층 내 좌석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무대 전체를 조망할 수 있고, 그 멋드러진 조명의 파도를 온전히 만끽할 수도 있었다. 다만 각종 이벤트 선물을 쟁취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런 것들은 소극장 공연에서 만회하리라.
★★★★★★★
아, 마지막 사진은 친구의 결혼식 사진이다. 친구 덕분에 처음으로 함 사세요~ 문화를 경험했다. 뭐, 두번 해보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거구나... 하고 경험해본 것은 좋은 일. 함들고 온 이들이 모두 유부남이었다는 것은 안습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