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한데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강자 편을 든다는 뜻 아닌가. 똑같은 룰로 링에서 싸우면 당연히 힘센 놈이 이긴다. 그 룰이라는 것도 힘센 놈들이 만들지 않았나. 나는 중립, 균형을 찾기보다 편파적으로 약자의 편에 서겠다. 내가 이런다고 약자들이 이기지도 못한다.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힘을 함부로 쓰는 자들에게 짱돌을 계속 던질 것이다. "넌 정말 나쁜 새끼야." 쫓아가서 욕이라도 할 것이다. 그래서 깨지고 쓰러지더라도 말이다. 나는 17살 주진우다. -7쪽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면 검찰이 부당한 특권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독립을 소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달려든 거다. 검찰은 정권의 개가 되고 싶었다. 개 노릇 그만해도 된다니까 안 예뻐한다고 물어뜯은 거다.
-43쪽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재벌이고 재벌의 가장 큰 리스크는 총수다. 총수가 저지르는 온갖 범죄를 처리하는 데 회사는 모든 역량을 퍼부어야 한다. 총수는 기업의 엑스맨이다.
-79쪽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자기들이 잘해서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고, 국가를 먹여 살린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싼 이자로 돈 빌려주고, 세금 탕감해주고, 독점 주고, 부동산 투기 눈감아주는 특권이 재벌 성공의 핵심이었다. 삼성이 부동산 투기, 사카린 밀수 등이 없었다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수입차 규제가 없었다면 현대자동차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재벌의 성공에는 국민들의 희생이 있다. 그런데 이익공유제에 대해 이건희 회장은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오만하고 뻔뻔하다. 이게 천재 경영이다.
-80쪽
한국교회는 대기업을, 목사는 총수를 꿈꾸고 있다. 일부 대형 교회는 재벌의 못된 형태를 그대로 따라한다.
-105쪽
깔때기는 조용기 목사의 설교를 표현할 방법을 찾다 떠오른 말이다. 설교를 듣다가 언제쯤 돈 얘기 하겠다 생각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헌금 얘기가 나온다. 어떤 내용의 설교를 하든 어김없이 이 깔때기가 들어온다. 천국에 가려면 십일조를 내야 한다고. 정봉주보다 더 자주 들어온다. 그러니 깔때기의 원조는 조용기 목사다. 막상막하로는 오직 조중동 깔때기가 있다. 이들은 어떤 사안이든 나쁜 일이 생기면 북한 때문이다. 아니면 DJ나 노무현 탓이든지. 조중동은 북한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나라처럼 돈을 뜯는 십일조는 전 세계적으로 없다. "모든 버는 돈의 십일조, 월급의 십일조를 내라. 그래야 천국 간다." 이건 성서에 있는 게 아니라 한국 목사들이 개발한 수익 모델이다. 돈을 내라고 이렇게 깔때기를 들이대는 목사도 전 세계에 없다. 조용기 목사는 우리나라 교회의 대형화·금권화·만능화의 출발점이다. 프랜차이즈 분점 교회를 만들어 비디오를 보면서 ‘아멘’ 하는 교회가 다른 나라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114쪽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거대한 마피아는 어디일까? 바로 천주교다. 교회에 비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천주교도 크고 작은 문제로 시끄럽다. 문제가 있어도 내부에서 처리하는 관습 때문에 외부로 알려지지 않을 뿐이다. 특히 천주교 고위직 사제들은 보수적이고 정치적인 행보로 교계에 오명을 남겼다. 우리나라 천주교 신자 수는 4백만 명가량 된다. 신자 수에 비해 우리나라 천주교는 큰 영향력을 갖고 있고 존경을 받는다. 신자가 늘고 있는 유일한 종교이기도 하다. 이는 이 땅의 민주화가 정착하는 데 횃불 역할을 한 천주교 사제들의 헌신과 희생이 바탕에 있었다. 사제와 평신자들에 의해 조직된 단체들은 1970년대 이후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천주교 지도부와는 별개의 일이었다. -119쪽
지하철에서 조선일보를 보는 시민을 보면 안쓰럽다. 조선일보에는 지하철을 타는 서민을 위한 기사는 없다. 조선일보는 친일파·독재 세력·수구·재벌의 기득권만을 대변하려는 것 같다. 어떤 사안이라도 그들을 위한 깔때기 기사가 나온다.
-151쪽
이들이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게 돈 뺏기는 거다. 그래서 난 5백 원이라도 뺏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당하게 쌓은 부에 대해서는 뭐든지 해서 추징해야 된다. 이명박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욕먹는 것, 칼을 씌워 광화문 앞에서 석고대죄시키는 것보다 5만 원을 뺏으면 더 슬퍼할 거다. 명예라는 건 애초에 없어서 부끄러운 것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부당하게 얻은 돈을 다 뺏어야 한다.
-203쪽
강금원 회장 "삼성이 언론사 간부, 고위 공무원, 판검사들을 왜 그렇게 많이 고용한다고 보는가? 나쁜 짓을 해서 그렇다. 정정당당하게 사업을 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기업이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 광고 나눠주고 돈 장난을 하고 있다. 비겁한 일이다. 기업은 기업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 "첨단 기술을 가진 중소·벤처 기업들은 대단히 어렵다. 그런데 삼성은 철저히 장사 논리로 국내 기업 제품을 오히려 안 쓰고 있다. 1원 차이만 나도 수입한다. 삼성과 거래해서 망하는 회사 많다. 이건 기업인의 치욕이다. 삼성은 중소기업과 상생, 그런 것 안 한다. 혼나야 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국민의 존경을 받으려 하는가?"
-252쪽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겨놓은 재산이 10조 원가량 된다는 부분은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박정희 대통령은 재임 중 취득하거나 강탈하여 정수장학회, 영남대, 육영재단 등을 남겼다. 박근혜 의원은 세 재단의 이사장을 지냈다. 전국에서 캠퍼스가 가장 큰 대구의 영남대학교도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재산이다. ‘교주’ 박 대통령이 출연한 돈은 ‘0원’이다. 박근혜 전 이사장이 출연한 돈도 ‘0원’이었다.
-260쪽
괴테는 역사의 의무는 진실과 허위, 확실과 불확실, 의문과 부인을 분명히 구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63쪽
"과거의 범죄를 반성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범죄를 용인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대문호 알베르 카뮈의 말에서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의 발간 의의를 찾았다. ≪친일인명사전≫이 세상에 나오는 데는 광복 후 64년 세월이 필요했다. 8년 동안 학자 150여 명이 편찬에 참여했다. 먼저 문헌자료 3천여 종에서 인물정보 250만 건을 취합했다. 그리고 20여 개 전문분과 심의와 편찬위원회의 50여 차례에 걸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친일 인사 4389명을 수록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편찬위원들에게 "우리 할아버지를 명단에 올린다는 생각으로 선정과 서술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감수에 참여한 한 교수는 "고증에 고증을 거듭했다. 친일파가 사전에 빠질 수는 있지만 친일 행적이 없는 사람이 올라가거나 내용이 틀린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265쪽
호남의 정서는 지역적·패권적 지역주의가 아니라 저항에 가까웠다. 특정 지역에서 20년 넘게 한 사람에게 90% 넘는 몰표를 던졌다는 것은 지역정치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일이다. 한화갑 전 대표는 "표가 적은 지역은 지역주의를 조장해서 대결하면 무조건 불리하다. 무슨 이득이 있다고 DJ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가"라고 말했다. DJ에 대한 가장 흔한 비방 중의 하나는 그가 대통령병 환자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통령 자리를 지키기 위해 18년간 독재한 박정희 전대통령과 12년간 독재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 이러한 비난은 없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291쪽
독립유공자 유족 6천여 명 가운데 직업이 없는 사람이 60%가 넘고, 봉급 생활자는 10% 남짓이다. 중졸 이하 학력이 55% 이상이다. 이들은 대부분 비참하게 산다. 광복을 맞은 조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이 죄가 되고, 자자손손 불행으로 이어질 줄은 그들도 몰랐을 것이다. 친일파들은 권력을 유지하면서 자기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독립투사와 그 가족들을 ‘빨갱이’로 낙인 찍고 못살게 굴었다.
-299쪽
마을 주민 정태화 씨는 "대추리는 아픔이 서린 동네다"라고 했다. 정 씨는 "1940년대 일본 해군 비행장이 들어서서 동네 사람들이 쫓겨났고, 1952년 미군이 비행장을 넓히면서 또 쫓겨났다. 손톱, 발톱 빠져가면서 논을 만들어놓았더니 이제 다시 나가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한 노인은 "내 땅에서 내가 농사를 짓겠다고 하는데 나를 돈을 더 뜯어내는 파렴치범 취급을 하고 있다. 지진이 나서 평택만 뒤집어놓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313쪽
나는 청소년들이 일탈하면 어느 선까지는 봐주되, 선을 넘는 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죗값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범죄라고 눈감아주면 감화되는 게 아니라 죄의식이 무뎌질 뿐이다.
-342쪽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은 그런 게 아니라고. 강하면 부러진다고. 나도 편히 사는 법을 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의미도 안다. 이러한 합리적인 이성은 실패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동시에 나를 꿈에서도 떼어놓으려고 한다. 나는 사랑하는 가슴으로 불가능한 꿈을 꾸면서 살겠다. 그 가슴은 영원히 상처받지 않고, 신의 보살핌을 받는다고 주문을 외우면서. 이성을 넘어 가슴을 따르고 가슴으로 판단하겠다. 깨지고 부서지더라도 충동을 믿고 도전하겠다. 강자에게는 당당함으로, 약자에게는 겸손함으로 세상에 보탬이 되겠다. 이상과 정의 그리고 진실을 위해서는 그 어떤 타협도 하지 않겠다.
-345쪽
나는 안다. 세상을 뜻대로 살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웃으면서 가겠다. 철들지 않고 살겠다. 소년으로 살다 소년으로 가겠다. 오늘도 비굴하지 않은 가슴을 달라고 기도한다.
-3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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