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키가미 9 - 두 사람의 전몰자
마세 모토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7월
절판


여름에 읽은 책의 리뷰를 뒤늦게 작성해 본다.

사망예고장 이키가미. 국가번영법이라는 명목으로 8살이 되면 전 국민이 접종받는 주사. 1/1000의 확률로 18세에서 24세 사이에 사망하게 되고, 사망 하루 전에 '사망 예고장' 이키가미를 받게 된다.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한다는 명목으로 도리어 국가가 나서서 살인을 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법 때문에 오늘도 소중한 목숨이 억지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미숙아로 태어나 엄마의 목숨과 바꾼 생명으로 살아남은 간호사 히토미는, 부모들이 아이의 치료를 거부하고 생명을 포기하는 것 때문에 병원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렇게 답답해하던 그녀에게 이키가미가 도착했다. 그녀는 국가번영법이라는 악법의 폐해를 밝히기 위해서 어차피 죽을 제 목숨을 담보로 거래를 시도한다.

당연히 주변에서는 그녀를 말린다. 국번 주사를 접종시켰던 의사는 자신이 주사를 놓은 아이가 죽은 일 때문에 지난 3년간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아픔을 알 수 없다고 단정하는 히토미에게 의사는 국번 주사를 제 몸에 직접 접종시키다. 한 방 맞으니 1/1000이었고, 두 번 맞으니 1/500, 그렇게 세 번, 네 번, 다섯 번까지 제 몸에 죽음의 확률을 높여가며 히토미의 행동을 막으려는 의사. 결국 히토미는 제 결심을 무너뜨리고 죽기 전까지 의사의 안부를 걱정했다.

또 다시 누군가의 희생을 보고 싶지 않아서 제 몸에 주사를 하면서까지 막으려 했던 의사의 행동은 높이 살만하지만 반향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 몸을 희생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 잡는 이 악법의 폐해를 밝히는 데에 앞장서는 게 맞았다.
그래서 이 악법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연대 투쟁하려는 움직임은 비장하고도 숭고해 보였다. 정부에 발각되는 순간, 지금 살아있는 목숨도 부지할 수 없건만, 이들은 길이 아닌 길을 거부하고자 한다. 의사 선생님은 어떤 행보를 보일까. 그도 이 움직임에 동참할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이키가미는 매번 두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소제목 '두 사람의 전몰자'는 바로 두번째 이야기에 속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이었던 할아버지는 실수로 동료 병사의 어깨를 망가뜨리게 한다. 야구선수였던 그는 이 사고로 야구의 꿈을 접어야 했다. 뿐아니라 포로를 처형하라는 명을 수행하지 못해서 그 대신 친구가 대신 손에 피를 묻혀야 했다. 그런데 그 업이 후손에게 전달된 것일까. 손자 대에 이르러서 바껴진 역할로 운명이 바뀐다. 바로 이키가미가 도착한 것이다.
이키가미를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두가지다. 순응하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든 잘 쓰려고 하는 사람이 있고, 반항하며 억울함에 몸부림치다가 사고를 내고, 유가족마저 퇴폐 사상범의 가족으로 전락하는 경우다.
자, 또다시 억울한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다. 게다가 이번엔 대를 이어 연결된 업의 고리까지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과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답은 있는가?

이키가미는 배달업무를 맡은 담당공무원에게도 못할 짓이다. 자신이 배달한 사망예고장을 받고, 끊임없이 누군가가 죽는다. 어떤 유가족은 거기에 원한을 품고 테러를 감행하기도 한다. 이 일련의 과정들에서 배달원은 회의를 가지고, 이 제도에 대해서 부정적인 마음을 갖기 쉽다. 그리고 그런 위험성 때문에 또 감시를 받고, 이 제도를 폐지하려고 움직였던 이들은 사상범으로 잡혀서 정부로부터 세뇌를 받기까지 했다. 한 때 혁명군 운동까지 했던 이 여인은 대체 어떤 일을 당했기에 이리 입장까지 바꾸고 부들부들 떠는 것일까.

가상의 법에서 출발한 이야기지만, 매번 읽을 때마다 섬뜩함을 느낀다. 점점 우경화하는 일본을 떠올릴 때는 더 그렇다. 그렇지만 이런 작품이 나오는 까닭은, 그런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 때문일 것이다.
작품의 피해자 할아버지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전쟁이 만들어 놓은 상처가 자신들을 그리 모진 선택 앞으로 몰아넣었지만, 그 전쟁도 어른들의 선택이 쌓이고 쌓여 일어난 거라고. 그러니 그 책임은 모든 어른에게 있다고도 할 수 있다고.
그러니 올바른 선택을 쌓아간다면, 다음 전쟁은 반드시 막을 수 있다고....
그것이 비단 전쟁 뿐일까. 대통령을 뽑는 일도 있고, 좋은 학교를 만드는 일도 있고, 좋은 시민이 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 모두에서 일어나는 매 순간의 선택들. 그 선택의 총합이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 사회다. 그러니 죄가 없다 해도 책임은 남는다.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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