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동물의 부활, 가능할까?   FUN 과학

제 1758 호/2012-12-12

멸종동물의 부활, 가능할까?

“고 백여우 같은 주연이가, 내 남친 원표한테 꼬리를 치더란 말이지?!”

“아이고!! 그렇당께. 아주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가 따로 없더랑께로!”

“고것이 원표 간을 빼먹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난 원표 맘이 변한건가 걱정만 하고 있었다니깐! 안되겠다. 당장 고 백여우를 혼내줘야지!”

태연과 전라도 출신 짝꿍은 두 주먹 불끈 쥐고 분연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들을 본 아빠는 문 앞에서 아이들을 막고 선다.

“얘들아~ 진정, 진정, 싸우지 말고 대화로 풀어야지. 주연이가 진짜 백여우 짓을 했는지 안했는지 확실치도 않잖니. 그리고 여우는 사람 간을 빼먹는 그렇게 사악하고 못된 짐승이 아니란다. 단지 눈매가 날카롭고, 몸놀림이 매우 날쌘데다, 밤에 돌아다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쁜 이미지를 심어줬을 뿐이지. 심지어 여우는 멸종돼 버린 불쌍한 짐승이란다.

“예에? 하이고, 태연 아부지 뭐라능교? 한 살짜리 얼라가 보는 그림책에도 여우가 있고만, 멸종이 우째 돼요?”

“믿기지 않지? 동화책에 워낙 많이 나오니까 당연히 산에 가면 여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국 토종여우는 벌써 20여 년 전에 멸종되어 버렸단다. 원래는 가장 개체수가 많은 짐승 중에 하나였고, 얕은 언덕이나 물가 즉 인간의 거주지역과 가까운 곳에 주로 서식했었지. 근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짐승이라서 옛날이야기에도 그렇게 여우가 자주 등장했던 거란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여우털로 만든 목도리와 옷이 대유행을 하면서 여우사냥이 급증한데다, 1960년대 이후 대대적인 쥐잡기 운동이 벌어지면서 여우의 주된 먹이인 쥐가 거의 사라져버렸단다. 그렇게 여우도 덩달아 멸종하게 된 거지. 또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여우가 다시 먹어서 죽는 경우도 적지 않았단다. 그렇게 한반도에서 여우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게 1989년의 일이야.

“1989년이요? 와,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에 멸종이 됐구나. 불쌍해라. 그럼 지금 동물원에 있는 여우는 다 수입한 거예요?”

“그렇지. 그런데 얼마 전 한국 토종여우 복원 프로젝트가 추진됐단다. 2008년 토종여우 한 쌍을 북한에서 데려다가 국내 동물원에서 키웠는데, 그 여우들이 올 초에 새끼를 낳았거든. 그 아이들에게 야생훈련을 시켜 지난 10월 31일에 소백산에 방사를 했단다.

“야생훈련이라고요? 아니 야생이 아닌데서 우째 야생훈련을 시킨대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사람을 피하는 훈련이란다. 사람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새끼들을 키우고, 가끔 사람이 나타날 때면 콧등에 전기 자극을 주거나 피리를 불어서 도망가도록 훈련을 시키지. 만약 이런 대인기피 훈련을 하지 않으면 사람에게 해를 입히거나 농작물에 손을 댈 수도 있고, 반대로 사람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또 살아있는 닭을 절대로 먹지 않는 훈련도 받는단다. 그래야 야생에 나간 뒤에도 인간이 키우는 닭을 훔쳐 먹지 않거든. 이것 말고도 야생 쥐를 잡아먹는 법이나, 은둔할 장소를 만드는 법 등 배울 것이 아주 많단다. 물론 이런 훈련을 거친다고 자연 방사된 동물이 모두 자연에 잘 적응하고 사는 건 아냐. 불행하게도 10월 31일 소백산에 방사된 여우 한 쌍 중 암컷은 6일 만에 죽은 채로 발견됐단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비가 자주 내릴 때 여우를 방사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어. 이를 계기로 앞으로는 자연방사에 좀 더 구체적이고 섬세한 계획을 세울 예정이야.”

“하이고, 사람이 참으로 바보같당께라우. 멸종을 안 시키고 잘 보존하면 될 것을 왜 고로코롬 허투루해서 큰 돈 쓰게 맹그나 몰라잉.”

“맞는 말이야. 토종여우뿐만이 아니라, 반달가슴곰과 산양도 복원 중이란다. 지리산에 34마리가 방사된 반달가슴곰은 현재 27마리(출산 8마리, 폐사ㆍ회수 15마리)가 야생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자체 증식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어 야생적응 성공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지. 또 2007년부터 월악산에 방사된 14마리의 산양은 이제 38마리로 늘어났다고 하는구나. 원래 90년대 후반에 10마리를 방사했었는데 근친교배로 전멸 위기에 놓여 있다가, 2007년에 다시 복원사업을 시작했고 현재는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 성공적으로 복원이 진행 중이란다.”

“그럼 성공의 기준은 뭐예요? 몇 마리나 야생에 살아있어야 복원에 성공한 거예요?”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복원 성공의 기준은 최소 50마리란다. 50마리가 넘으면 추가 방사 없이도 개체수가 유지 혹은 증가될 수 있다는 거지. 공단은 ‘멸종위기종 증식·복원 종합계획(2006)’에 따라서 앞으로 사향노루, 시라소니, 남생이 등 14종에 대한 복원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란다.”

“하이고, 멸종된 동물은 과학기술로 복원이나 한다카지, 멸종되부런 사랑은 우째 복원한다냐. 원표 마음이 버얼써 몽땅 주연이헌티 가부맀당께. 주연이가 꼬리친 게 아니라 원표가 바람이 났다 그말이여. 이를 우짜고~~!!”

“뭐어~? 아까는 주연이가 구미호라며!! 그럼 원표 마음이 바뀐 거란 말이야?”

“아깐, 니가 허벌나게 맘 상해 할까바 거짓부렁한 것이징….”

“엉엉~ 나는 어떡해 엉엉…. 아빠, 토종여우 복원 말고 원표 마음 복원 프로젝트를 해주세요. 엉엉엉~ 내 첫사랑이란 말이야. 엉엉….”

2012년의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아있던 어느 날, 태연의 첫사랑은 그렇게 떠나버렸다. 과연 태연의 사랑은 언제쯤 다시 복원될 수 있을까?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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