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창 Koo Bohnchang 열화당 사진문고 20
김승곤 지음, 구본창 사진 / 열화당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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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역, 함부르크, 1980

생략된 공간과 강한 선이 구성하는 조형미가 아름답다.
전체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누구를 만나러 가는 길일까, 어디로 향하는 중일까...

피나코텍 박물관, 뮌헨, 1983

인체를 표현한 조각품과 창밖 휴게소에 앉아 있는 관람객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보인다.
생명이 멈춰있는 조각상, 그리고 생명이 팔딱팔딱 뛰고 있는 사람들의 극명한 대조성!
게다가 손발이 잘리고 없는 조가이기 때문에 더 극적으로 보인다.

트러팰가 광장, 런던, 1983

수많은 관광객이 운집해 있을 광장에 비둘기가 하늘 가득 날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너도 날고 싶은 거니? 훨훨?

밀라노, 1984

물새 두 마리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세 마리다.
외로이 홀로 깃털을 고르는 새와, 서로 도와 가며 깃털을 다듬는 한쌍.
이 대조적인 모습의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보고 있자니 내가 꼭 왼쪽에 홀로 있는 물새 같구나...

노이에발, 함부르크, 1981

일년 중 240여 일 넘게 비가 온다는 함부르크에서 모처럼 햇빛을 보게 된 날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찬란한 햇빛 덕분에 운하에 건물이 화려하게 반사되었다.
그 화려한 실루엣을 오리 한 마리가 깨뜨리며 잠수하고 있다.
너의 나비효과로구나.

멘퀴벡 스트라세, 함부르크, 1983

북유럽의 겨울은 몹시 맹렬할 것이다. 모든 것이 얼어붙는 차가운 날씨가 이어지다가 살짝 날이 풀린 어느 날, 도로 표지판 위의 눈이 살포시 주저앉았다.
아슬아슬한 중력의 힘이 적용된 까닭이다.
회색빛 하늘과 붉은색 신호등이 분명하게 대조된다. 그 바람에 저 붉은 빛이 더 선명해 보인다.

피사의 탑, 피사, 1984

탑 위에서 아래를 직은 사진이다. 한낮의 볕을 피해 사람들이 탑 그늘 속에 들어가 있다.
거대한 그림자를 시원하게 가로 지르고 가는 대각선 길이 통쾌하고, 이런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뒷짐 지고 걸어가는 인물이 적잖은 긴장감을 준다.

밀라노, 1984

무성한 담쟁이 덩굴에 뒤덮인 창이 인상적이다. 그 창에 비친 제삼의 공간이 주는 구도가 깊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작은 담쟁이야, 너 참 힘이 세구나!

숨, 1995

스페인 여행 중 벼룩시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시계라고 한다. 망가진 시계지만 그 속에 사연이, 추억이 있을 것이다. 더불어 기다림도...

물 이미지의 사진 위에 시계를 올리고 촬영했다. 그 덕분에 마치 파도 위에 떠 있는 시계처럼 보인다.

숨, 1995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계셨던 아버지의 사진이다. 생명이 서서히 증발, 소멸되고 있다.

그 아버지의 수분이 증발해 버린 메마른 손이다. 삶의 흔적과 노력이 고스란히 보이는 손이다.

오랜만에 사진집을 보니 좋다. 과감한 구도와 극명한 대비들이 선명한 이미지를 남긴다. 작가의 유학생활과, 그 속에서 느꼈을 외로움이 보이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연이은 죽음이 그에게 안겼을 내적 트라우마가 사진 속에서 이미 잡힌다. 말보다 깊은 울림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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