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모양 - 우리 전통 모양과 빛깔을 담은 그림책
한태희 지음 / 한림출판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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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문화 속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소개하고 있다.
노래 '네모의 꿈'이 생각나는 사각형 이미지부터 보자.
감각있게도 아씨방과 선비님 방을 같이 소개했다.
열려진 네모난 문 너무 책아 쌓여 있는 선비님 방이 보인다.
아씨방에는 네모난 바느질 상자가 있고, 역시 네모 조각보 안에도 알록달록 네모들이 사이 좋게 앉아 있다.
미닫이문의 격자도 네모이고, 마당과 댓돌, 그리고 마루의 무늬조차 모두 네모나다.
병풍 속 종이도 네모나고, 네모난 책장의 네모난 책, 하얀 편지지도 네모이고, 까만 벼루도 모두 네모다.
이렇게 보면 그야말로 네모가 대세!

네모가 나왔으니 동그라미와 세모도 뒤질 수 없다.
동그란 달님과 동그란 언덕, 동그란 창과 동그란 우물, 그리고 동그란 뚜껑 가진 동그란 항아리!
수레바퀴 역시 동그랗고, 물레방아 바퀴살도 동그랗게 돌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동그랗게 돌면서 노래한다. 강강수월래~
동그란 맷돌도 신나게 빙빙 돌고 있다.
그 안의 콩도 사실은 동그란 모양일 테다.
무엇보다 우물 안에 떠 있는 동그란 달이 정겹다. 모난 데 없이 무난하고 원만하고 자연스러운 동그라미다.

시선을 돌려 산을 보자. 세모난 봉우리 위에 세워진 정자의 지붕이 세모지다.
구름도 바람도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갈 것 같다.
세모진 나무들 사이사이에도 이야기가 숨을 쉴 것이다.
산골 마을 세모 이야기였다.

좀 더 구체적인 문양으로 들어가 보자.
연못 속 물고기에게서 비늘이 보인다. 비늘과 비늘이 겹쳐져 갑옷이 되고,
기와와 기와가 겹쳐져 지붕이 된다.
비늘과 비늘 만나 용이 되고, 꽃잎과 꽃잎 만나 꽃송이가 되었다.
그러니까 어쩌면 여기는 물결 모양이 주인공이랄까.

두번째 그림은 문이다. 문 속에 꽃이 박혀 있다. 그야말로 울긋불긋 꽃밭이다.
연, 모란, 국화, 장미, 창포, 무궁화, 들국화, 감꼭지꽃까지.
햇빛 머금은 이 찬란한 꽃문에 나비가 날아들 것만 같다.
별들도 이곳에 와서 쉬어갈 지 모른다. 햇님, 달님, 별님까지... 모두모두 환영해요!

세번째는 담장 그림이다. 돌과 벽돌이 튼튼하게 맞물려 있다.
네모난 벽돌과 동그란 벽돌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벽돌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글씨도 만들어 냈다.
튼튼하고 멋진 담장 너머로 파란 하늘이 싱그럽다.
돌담에도 햇볕이, 그리고 이야기도 숨어 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이야기가 되는 우리의 전통 무늬들이다.

자, 마지막 사진에 호랑이님들이 보인다. 그들에게서 또 무엇이 보이는가.
줄무늬, 점무늬, 얼룩무늬, 꽃무늬 화려한 옷들이 보이는가.
산중 호걸 호랑이님들 패션의 왕이기도 했단 말인가.
호랑나비가 못지 않은 화려함을 자랑하며 주변을 날아다닌다.
그래도 내 눈엔 역시 줄무늬 호랑이가 갑!!!

사람을 닮은 항아리 곡선의 자연스런 미학이 보이는가.
넉넉하고 풍성하다. 거칠지도 않고 가파르지도 않다.
목이 긴 항아리는 누이의 목을 닮았다.
아름다운 곡선이다.

사이좋은 글자와 그림도 보이는가.
효제충신예의염치라고 적혀 있다.
글자네 집에 물고기가 놀러 왔고, 용도 오고 새도 왔다.
거북이에 토끼도 한자리를 차지 했다.
각각의 글자 속에 녹아 있는 동물의 의미까지는 모른다고 해도,
축복과 기원을 담은 글자라는 것은 충분히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절구질 하는 토끼가 참 정겹다.

금빛 용 한마리가 제대로 주인공 행세를 하고 있다.
흰발탑이 허공을 가르고, 찬란한 비늘이 꿈틀 댄다.
매의 발톱과 호랑이의 손, 소의 귀와 잉어의 비늘, 사슴의 뿔을 가진 용맹스런 용의 모습이다.
울 아부지 내 태몽으로 용꿈 꾸셨다고 했는데, 이런 모습으로 나타났을라나....

마주보며 춤추는 봉황 두 마리의 붉은 색이 강렬하다.
수컷은 봉이고 암컷이 황이다. 암수 한 쌍 어울려서 봉황이다.
황금 구슬 입에 물고 오색 날개 활짝 펴고 날아오른다.
바람의 나라 '주작'이 떠오른다. 영롱하다. 그 날개!

열두 동물이 한 자리씩 차지하며 일년을 완성했다.
부지런한 쥐, 순박한 소, 날쌘 호랑이, 꾀 많은 토끼, 변화무쌍한 용,
지혜로운 뱀, 힘찬 말, 온순한 양, 재주 많은 원숭이,
용감한 닭, 충실한 개, 복스러운 돼지

모두모두 사이 좋게 한 해를 구성했다.
아,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게 새삼 와 닿는다. 내년의 주인공은 누구~

자, 장수하면 빠질 수 없는 친구들이 모였다.
거북이와 물, 해와 구름, 소나무와 산, 불로초와 돌, 학과 사슴이 어울어울~ 어울린다.
고아한 학 한 쌍이 아름답다.
그러고 보니 아주 어릴 때 우리 집에 이런 병풍이 있었던 것도 같고....

마지막 사진은 이제껏 등장했던 친구들을 적절히 섞어 놓은 방의 풍경이다.
네모난 가구들과 창, 동그란 수박과 그 수박의 줄무늬, 세모진 산과 항아리의 곡선, 용과 봉황과 꽃살 무늬 낳은 진짜 꽃까지....
그림의 가장자리도 한지 느낌으로 살라져 있다.
입체감과 원근법은 떨어지지만, 우리의 전통 기법으로 그려진,
우리 전통의 무늬와 색과 주인공들이 이 책에 가득 담겨 있다.
우리 주변에, 그러니까 내가 있는 방 안에는 어떤 무늬들이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네모난 책상 위의 네모난 모니터, 동그란 북다트 통, 커텐 곡선의 자연스런 물결, 그 커텐 속 나뭇잎 문양, 바닥 장판의 나무결 모양까지....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모두 새롭고 정겹다. 가까이, 더 많이 오래 들여다보고 싶은 우리 주변의 존재들.
자세히 보면 더 예쁠 우리네 좋은 벗님들도 떠올려 본다.
가을이 지고 겨울이 서둘러 오는 이때, 마음이 훈훈해지는 연상이다.
책 한권이 주는 선물이 아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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