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로 오세요 문지 푸른 문학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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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위저드 베이커리'를 무척 재밌게 읽었다. 몹시 시니컬한 느낌이었지만 그 안에서 아픔도, 진정성도 느껴져서 기대되는 작가였다. 이 작품을 읽고 나서 가장 불행한 감독은 첫번째 영화에서 대박을 터뜨린 감독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높이 1.2km, 넓이 39.5km2의 미래 도시 방주. 선택받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 도시에 지상의 아이들이 입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폭파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대결 구도란 식상할 수는 있어도 매번 기대하게 되는 무언가가 있다. 이 작품 역시 그런 기대치가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많이 실망스러웠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세상에 창조되었던가. 당연히 모방이 일어나고 재탕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그 이야기들이 힘을 얻는 건 그 속에서 다시 찾게 되는 감동과 메시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뭔가 좀 순서가 바꼈다는 생각이 든다. 비약해서 이야기를 비트는 느낌이다. 반전을 위한 반전의 느낌. 청소년들 답지 않은 대화 내용들, 입에 붙지 않는 만연체 문장, 이야기의 수습이 되지 않으니 화자의 입을 빌어 한꺼번에 정리하는 결말. 작품 속에 등장하는 두가지 중요한 반전이 읽기 전에 미리 짐작되었다. 그래도 그건 괜찮다. 다만 설득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설득력이 없었다. 이 이야기는 작가가 너무 일찍 내놓은 게 아닐까 싶다. 좀 더 숙성시켰어야 하지 않을까. 겉멋이 잔뜩 든 문장이 부담스러웠다. 이 이야기가 미래가 아닌 현재의 가정법이라는 작가의 말은 인정한다. 이런 양극화현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에 가장 적너라하게 진행되고 있으니까. 그래도 작가의 메시지나 의도가 작품을 통해서 충분히 전달된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내게는 통하지 않았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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